(1) 요즘 책을 보면, 추천사가 넘쳐난다. 아름답고 압축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을 매혹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다소 과장되고 호들갑 떠는 말로 책의 가치를 부풀리는 쪽이다.
(2) 추천사를 자주 쓰는 유명 작가들의 경우, 쏠쏠한 부업 수단이기도 하다. (원고지 1장 분량에 20~30만 원, 일부 작가들은 더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3) 추천사는 사람들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다. 특히, 신인 작가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주제의 경우, 독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제거하고, 구매 욕구를 높이는 데 꽤 이바지한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책에 추천사가 붙어 있는 이유다.
(4) 사전에 특별히 협의한 경우가 아닌 한, 반품이 없어서 서점 직원들 설득이 곧 매출액으로 직결되는 구미에서 추천사는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누가, 어떻게 추천했느냐가 출판사 영업자들이 서점 직원 설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까닭이다. 물론, 독자들이 책을 사게 만드는 실질적 동기도 제공한다.
(5) 그런데 지난 달 미국 최대 출판사 중 하나인 사이먼 앤 슈스터(S&S)가 앞으로 책에 추천사를 싣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부터 S&S의 주력 출판물에는 저자가 추천사를 얻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없게 하기로 결정했다.”
(6) 작가들이 추천사 쓰기에 골몰하기보다 자기 작품에 더 시간을 들이길 원한다면서, 작가들이 서로 책의 추천사를 써주는 문화는 “끼리끼리 어울리고 능력주의에 반하는 문학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이야기는 미국 특유의 출판문화와 관련이 있다. 미국 편집자들/홍보 담당자들은 원고가 나오면 가제본을 만들어서 주변 작가들한테 무작정 뿌린 후, 추천사를 부탁한다. 한국이 대개 돈을 주고 의뢰 형태로 진행하는 것과 달리, 뉴욕 출판계에서 추천사는 작가들의 품앗이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당연히 유명 작가 신작엔 평소 친분이 있거나,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은 작가들이 줄줄이 추천사를 보낸다.
(7) 물론, 주력 출판물에 한해서만 이 조처를 시행한다. 주력 출판물은 작가들 추천사 외에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넘쳐나니까 말이다. 출판사가 미는 책들은 추천사가 아니라 작가가 이미 유명하거나, 힘있는 출판사가 밀어준다는 이유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8) 신인 작가들 책엔 당연히 (특히 유명 작가들의) 추천사가 필요하다. 이들은 추천사 외에는 책을 알릴 수단이 마땅하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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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는 책에 꼭 필요한가… 美 유명 출판사 “안 싣겠다” 선언
“꼭 읽어야 할 책” “수십 년 만에 읽은 가장 흥미로운 목소리” “현대 세계를 예리하게 관찰하는 작가”…. 책 표지의 앞·뒤면에 적힌 이런 짧막한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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