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인류가 방어에서 진격으로 전환하도록 도왔으며, 수렵이 기본 생존 방식으로 자리 잡게 했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무기는 각기 다른 역할을 했다. 외부적으로는 들짐승을 물리칠 수 있게 해 줬지만 내부적으로는 구성원 간의 체력 차를 균등하게 만들었다.
인류 문명사에서 무기는 가장 신기한 역량이다. (중략) 맨주먹만 있는 약한 자가 불시에 습격을 한다 한들 마이크 타이슨을 물리칠 수는 없다. 이는 동물의 신체 논리이며 인류 스스로 이 철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반대로, 만약 모두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면 약자도 타이슨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무기의 초기 발명은 인류 구성원 간의 공격력 차이를 좁혀 주었다.
무기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총포의 발명은 이를 가진 국가와 냉무기(冷武器, 화약을 사용하지 않는 칼과 창 등의 무기)만을 가진 국가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 놓았다.
무기의 세 번째 단계에서는 결국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무기 간의 차이가 어느 정도든 상관없이 일단 핵무기를 보유하면 위협성에서 다시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 서게 되기 때문에, 과거의 중국이나 현재의 북한과 이란이 이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정예푸, 『문명은 부산물이다』, 오한나 옮김(378, 2018), 46~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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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푸의 글.
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시대다.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통해서 인류는 자연의 힘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도구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성찰은 우리한테 가장 시급한 일 중 하나다.
책과 인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 생각나 여기에 옮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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