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위에서 사람에게 주다
최당(崔讜, 1135~1211)
한 번 이별하고 한 번 만남이 있다면,
잠시 헤어지는 것이 또 어찌 상처가 되랴.
마음으로 다시 못 볼 걸 알기에,
애가 끊어지고 또 끊어지네.
馬上寄人
一別有一見,
暫別又何傷.
情知不再見,
斷腸仍斷腸.
최당은 고려 중기 문인입니다. 관직에 나아갔다 은퇴한 후 친구들과 기로회(耆老會)를 조직해서 시와 술을 즐겼기에 지상선(地上仙)이라 불렸다는 말이 전합니다.
이 시는 이별의 정을 노래한 별시(別詩)입니다. 임을 두고 떠나가는 말 위에서 헤어지는 마음을 담아 남긴 시입니다. 헤어짐의 아픔을 담은 시의 정조가 솔직하면서도 애절해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돌아옴을 아는 이별은 슬퍼도 슬프지 않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별은 상처가 아니라 추억을 남길 뿐입니다. 세월이 흐른 후에는 오히려 헤어짐이 더 큰 기쁨의 기억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헤어지고 영영 만나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가슴은 찢어져 깊은 상처를 새기고, 마음은 피눈물에 젖어 얼룩지며, 품었던 정(情)은 오래 한(恨)이 되어 애간장을 끊일 겁니다. 최당의 이 작품은 한국문학에 이별의 미학 하나를 개척합니다. ‘영원한 이별의 시학’이라고 이름 붙이면 좋겠죠.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창자가 끊어질 듯 아프네요.
첫 구절에서 별(別)은 헤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견(見)은 여기에서는 얼굴을 다시 보는 일, 즉 만남을 뜻합니다. 둘째 구절에서 잠별(暫別)은 잠시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셋째 구절의 정(情)은 ‘정서’가 아니라 ‘심정’, 그러니까 ‘마음에 품은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넷째 구절의 잉(仍)은 ‘거듭’ ‘또다시’라고 새깁니다. 단장(斷腸)은 본래 창자가 끊어진다는 말입니다. 이 말을 임 그리는 애절한 마음을 나타내는 데 쓴 것은 위나라 문제 조비(曹丕)의 시 「연가행(燕歌行)」이 처음인 듯합니다. “초목은 시들어 지고 이슬은 서리 되는데, 무리지어 제비가 작별해 돌아가고 기러기도 남쪽으로 날아가네. 나그네 되어 떠도는 그대를 생각하니 그리움에 창자가 끊어지누나. 쓸쓸한 마음에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고향을 사모할 터인데(草木搖落露爲霜, 群燕辭歸雁南翔 念君客遊思斷腸, 慊慊思歸戀故鄕).” 칠언시(七言詩)의 비조에 해당하는 애달픈 시입니다. 오늘 읽은 최당의 시에서는 미처 헤어지기도 전에 창자가 두 번이나 끊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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