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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논란… 의혹 제기와 해명의 윤리(세계일보)


어제 올린 표절 관련 글에 대해 《세계일보》 조용호 선배가 인용해서 기사를 썼다. 

아래에 옮겨 둔다. 



신경숙 표절논란… 의혹 제기와 해명의 윤리

작가 영혼에 상처… 문제 제기 신중 필요…기준 정해 시비 가리되 여론재판 안되야


일본 네티즌들이 자기네 나라 우익 작가의 문장을 한국 인기 작가가 표절했다는 소식에 시끌벅적한 모양이다. 소설가 신경숙(사진)이 자신의 단편 ‘전설’의 내용 중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한 대목을 차용했다는 소설가 이응준의 문제 제기에 이미 한국에서는 작가 본인의 해명까지 나오는 상황에서도 사안은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출판사 창비에서는 작가의 대답을 빌려 대단히 우익적인 색채의 일본 작가 작품과 신경숙의 그것은 판이하게 다르며, 인용 문장들조차 신경숙이 더 우월하다고 밝혔다. 

소설가 이제하의 표현을 따르면 좀비군단처럼, 작은 우물에 돌 하나 던져 온통 출렁이게 만드는 작금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러한 국면에서 문학평론가 장은수(50)가 자신의 블로그 ‘문(文)과 자(子)의 집’에 올린 ‘편집자를 위한 표절 판단법’(http://bookedit.tistory.com/trackback/335)은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는 좋은 텍스트로 보인다.

장은수는 이 글에서 “편집자로서 나는 표절의 윤리와 비윤리도 있지만, 표절 제기의 윤리와 비윤리도 있으며, 물론 표절 해명의 윤리와 비윤리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표절이란 한 작가의 영혼을 예리한 칼로 긋는 행위이고, 단지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깊게 베이는 경우도 많으므로, 문제 제기 자체에서 극도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뗀다. 

이 말이 신경숙의 표절 혐의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는 오히려 “문제된 (신경숙 표절) 사안이야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면서 “같이 논의되는 편혜영 등의 경우에는 언론에 문제로 제출된 작품만 보자면 솔직히 말해서 여론재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표절 여부의 판정에서는 작품 큰 줄기의 유사성은 따지지 않고, 표현의 유사성만을 따진다고 조금 보수적으로 보는 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물일 수 있는 작가들의 영혼을 보호하는 데 안전하다”면서 “괜한 의혹 제기로 상처만 덧입힐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점은 간곡히 말하건대 한껏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은 절대로 안 된다”고 재삼재사 당부한다. 

그는 “출판사 창비의 해명에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이라는 구글에서 검색조차 잘 되지 않는 낯선 한자말이 등장한 것은 이채롭다”면서 “문학 작품에서 표절은 법적 문제라기보다는 도덕의 문제, 즉 양심의 문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차제에 분명하게 표절의 기준을 정해 시비를 가리되 한국문학판 자체를 ‘좀비’에게 모두 내주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는 경청할 만하다. 소설가 이제하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치열하지 못한 작가정신이 그런 표절의 진원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좀비에 물려 집단광기에 휘말린 대중”이라고 언급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