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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서울대인문강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조선일보》에 서울대 김시덕 교수가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는 동아시아사'의 리스트를 소개했다. "당신의 리스트"라는 이 추천 코너는 미국의 Five Books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내가 지면 개편 때마다 기자들에게 시도해 보라고 추천했던 것이다. 그 리스트를 읽다 보니 민음사에 있을 때 진행했던 '서울대 인문강의' 시리즈가 두 권이나 끼어 있어 가벼운 소회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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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범진 교수의 '청나라, 키메라의 제국'(민음사)은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독서다. 

우리는 중국의 실체가 멀리 고대에 있다고,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지의 시대에 있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런 면도 분명히 있겠지만, 현실은 이미 2000년 전의 중국을 멀리 떠나 보냈다. 과거에 빗대어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기획하려는 중국적 사고술이 때때로 그런 착각을 일으킬 뿐이다. 우리가 중국을 알려 한다면, 춘추전국시대가 아니라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장제스와 더불어 협력과 투쟁을 거듭했던 현대사부터 읽어야 한다. 또 오늘날 중국인의 사유에 깊은 영향을 끼쳤던 청나라의 시대정신을 배워야 한다. 구범진 교수의 책은 이런 의미에서 충분히 그 값을 하고 있다.

서울대인문강의를 시리즈로 기획하면서 인문 연구자들이 품고 있는 최첨단 문제의식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았다. 이 시리즈는 모여 갈수록 중요한 책들이 빛을 발하면서 선명하게 제 역할을 할 것이다. '메이지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박훈)나 '죽음을 넘어서'(정병설) 같은 저술도 생각할 만한 깊은 문제를 던지고 있다. 

최근 유호식 교수의 '자서전'을 출간하면서 민음사에서 시리즈를 스스로 파괴한 것은 단견으로 보인다. 그런다고 이 수준의 인문학 책이 더 팔릴 리도 없다. 무엇이 더 가치있는 일인가를 판단하지 못한다면 편집이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시리즈의 운명이 걱정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24/20150424034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