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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서점의 미래] 쓰타야 서점 비판


오늘 모 신문에 쓰타야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시골 소도시에 1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은 다케오 시립도서관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땅에 서점을 연 긴자서점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모두 쓰타야가 주도한 일이다. ‘리딩 엔터테인먼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코엑스몰이나 현대백화점에 생긴 도서관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겠다.

쓰타야의 혁신 스토리는 정말 놀랍다. 스페이스 비즈니스를 책을 이용해서 혁신한 일은 거의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쓰타야가 서점의 미래는 아니다. 도서관의 미래는 더욱더 아니다. 출판의 미래는 당연히 될 수 없다. 예전에 쓰타야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블로그에 공유하기에는 적당하지 못하다 싶어서 놓아두었다. 하지만 쓰타야 찬양만 일방적으로 확산되고 있기에 출판 편집자로서 불편한 마음으로 여기에 옮겨 둔다. 




쓰타야 서점 비판




쓰타야 서점의 최고 경영자 마쓰다 무네야키의 『지적 자본론』(이정환 옮김, 민음사, 2015)은 서점과 같은 ‘스페이스 비즈니스’를 하려는 이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그는 제품을 중심으로 스페이스를 구조화하려는 우리의 관습, 그러니까 판매자 또는 생산자 중심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해체한다. 그 대신에 마쓰다는 ‘고객 가치’를, 어찌 보면 출판사와 같은 제조의 입장에서는 아주 익숙한 가치를 유통에 도입한다. ‘독서를 통한 정보의 획득’이라는 상품의 효용가치에 따른 수동적, 소극적 스페이스 배열에서 벗어나, ‘책과 함께 하는 우아한 휴식’ 같은 상품의 잠재가치를 발굴해 고객에게 제안하는 능동적, 공격적 스페이스 창조로 나아간다. 

그 결과는 ‘기적’처럼 보인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서점의 등장 이후, 또한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모바일 콘텐츠 비즈니스의 확산 이후, 오프라인 서점의 전면적 위축과 폐업이 일본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성장의 단물을 빨아먹던 준쿠도 같은 체인형 대형서점이 줄줄이 도산해서 다이니폰인쇄에 흡수․합병되었으며, 일본 최대의 대형서점인 기노쿠니야 역시 경영이 악화되면서 위기의 늪에서 발버둥치고 있다. 이에 비해 쓰타야는 기적을 창조하는 서점이 되었다. ‘고객 가치’를 중심으로 재창조된 서점은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늘어선 재미없는 공간이 아니라 여행 가이드북에 오를 정도로 커다란 화제가 되었으며, 신기하고 아름답고 쾌적한 곳을 찾아서 떠도는 ‘공간 순례자’들의 이름난 성소(聖所)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드디어 쓰타야는 다른 오프라인 서점의 위축에도 아랑곳없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창업 서른 해 만에 업계 1위 서점으로 자리 잡았다.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


마쓰다 무네야키는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라는 명제로 자신의 경영 철학을 간결히 요약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판다는 뜻일까. 올해 초 쓰타야 서점을 방문한 《조선일보》 김수혜 기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기존 서점에 가면 소설은 소설대로, 가이드북은 가이드북대로 각기 다른 코너에 있다. 반면 이곳 여행 코너는 책장 하단에 가이드북 같은 실용서를 꽂고, 눈에 잘 띄는 책장 상단엔 이탈리아 미술, 프랑스 역사 같은 인문 서적을 꽂았다. 바로 옆에 여행사 카운터를 배치해서, 책을 고르던 사람이 내친김에 견적도 뽑을 수 있다. 요리 코너의 경우, 이 코너 담당 ‘북 콘시에르지’가 추천하는 먹거리를 책과 함께 판매한다. 자연산 식초, 유기농 된장 등 일반 슈퍼마켓에서 안 파는 품목이다.[각주:1] 


쓰타야의 혁신은 이해가 된다. 파격적 가격 할인과 편리한 고객 서비스로 무장한 아마존 같은 온라인 서점의 무차별 공세 앞에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하이 스트리트에 넓은 매장을 잡고 단순히 책을 대량으로 집적해 두기만 한 서점들의 경쟁력은 완전히 소진되었다. 무한대의 서적을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간단히 제공하고 검색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즉시,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다, 서평이나 별점과 같은 다른 독자들 반응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구매할 수 있으며, 책을 단 한 권만 주문해도 무료로 집까지 배송해 주는 온라인 서점의 편의성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온라인 서점과 달리 오프라인 서점에서 매장의 크기나 구비서적의 총량은 곧바로 임대료, 운영비 등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진다. 독자에게 더욱 편리한 대안이 없었을 때에는 규모가 경쟁력의 상징이었으나, 손 안에 휴대폰만 있으면 책의 검색에서 주문까지 모두 가능해진 이 시대에는 오프라인 서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서점에 필요한 책을 사러 갔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눈에 띄는 다른 책까지 고르는 일은 시대에 아주 뒤떨어진 비효율적 행위의 대명사가 되었다. 



쓰타야, 서점을 혁신하다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스낵컬처’라는 이름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모바일 콘텐츠 시대에는 책과 같은 긴 글의 가치요소를 다시 정립하는 건 당연히 필수적이다. 모바일 콘텐츠와는 다른 가치를 주는 좋은 책의 지속적 개발은 독자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토대를 이룬다. 아마도 이 일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누군가는 쓰고 누군가는 읽는 것, 이것은 문화의 기초 유전자에 속한다. 

오늘날 출판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독자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라 책을 읽는 데 있어서 굳이 종래와 같은 종류의 편의성 낮은 서점을 이용해야 할 필요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요컨대, 책의 가치사슬이 심각한 속도로, 출판사나 서점 같은 기존의 산업 주체들이 따라잡지 못할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독자들은 굳이 오프라인 서점에 가지 않고도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으며, 이제는 심지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 읽기 편리한 형태로 구매할 수 있다. 고객이 바라는 방식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든 비즈니스는 반드시 붕괴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업적 가치는 반드시 고객 가치의 형태로만 실현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일이 서점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온라인 비즈니스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대체하려는 영역에서는 어디서든 같은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가공할 속도로 정보가 누적되고 분석되어 고객 가치로 전환되는 데이터 비즈니스의 시대에, 종래의 오프라인 서점과 같이 고객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영역은 모두 파괴적으로 혁신된다.

이처럼 오프라인 서점의 패배가 모든 사람에게 기정사실로 여겨질 때, 쓰타야가 서점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책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서 서점을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재구축함으로써, 쓰타야는 기존에 책을 열심히 ‘읽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책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까지 순례자로 끌어들임으로써 서점 비즈니스의 구조적 불황과 부지런한 전투를 치르는 중이다. 현재까지만 놓고 보자면, 일단 쓰타야의 시도는 성공으로 보인다. 서적 매출만 계산한 건 아닐지라도 쓰타야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상승세이며, 서점 스페이스의 고루한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사람들이 한 번쯤 들러서 맛보고 싶은 매력적 공간으로 서점을 재창조했기 때문이다.

몰락의 시대에 서점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쓰타야 모델은 전 세계 서점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들였으며, 벤치마킹을 통해 전 세계로 아류와 변종이 퍼져가는 중이다. 당연히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교보문고는 2015년 광화문점을 리뉴얼하면서 쓰타야 모델을 도입한 후, 이를 전 지점으로 확대 중이다. 경쟁사인 영풍문고 역시 대구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비슷한 방식의 서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중대형 서점들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의 도움을 받아 직원들에게 ‘쓰타야 연수’를 다녀오도록 했으며, 이른바 ‘라이프 스타일’ 중심의 서점 혁신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쓰타야, 스페이스 비즈니스의 대안이 되다


한편, 스페이스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이들 역시 쓰타야를 모델로 삼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은행, 의류, 잡화, 여행 등에서 책을 놓은 공간을 활용해 고객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책이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디딤돌 삼아 자사 상품판매로 이어가려는 ‘융합형 서점’(?)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철저하게 쓰타야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도쿄 유라쿠초에 있는 양품계획의 잡화점 ‘무인양품(無印良品)’은 일본 내에서도 규모가 큰 편인데, 이 점포 내 서적판매장 ‘MUJI BOOKS’에는 소설이나 실용서, 사진집 등 2만 권이 진열돼 있습니다. 책 가까이에 관련 잡화를 비치해 놓았습니다. 이 회사 매니저는 “책은 상품의 제조과정 등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매체”라며 잡화판매와의 상승효과를 강조했습니다. 손님이 책을 보며 점포 내부를 돌다 보면 보통은 지나쳐버리는 상품에도 눈길을 주게 되면서, 전체 매출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략) 의류잡화 브랜드 니코앤드가 2014년 가을 도쿄 신주쿠에 개설한 ‘니코앤드 도쿄’에는 2천 권 가량이 진열된 서적코너가 있습니다. 니코앤드 도쿄 관계자는 책이 생활양식을 제안해 상품구입을 뒷받침하는 형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이 점포에서는 친환경 생활로 잘 알려진 미국 포틀랜드를 주제로 책이나 잡화, 판매 코너를 개설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책이 접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봤습니다. (중략) 이런 서점과 잡화점 등이 융합한 점포가 늘어난 것은 2011년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이 도쿄 시부야구에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을 개점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각주:2]


5월에 오사카 부 히라카타 시에 개업한 복합상업시설 ‘히라카타 T-SITE’ 7층의 리소나은행 히라카타 지점을 방문하면 1천여 권의 책에 둘러싸인 공간에 상담부스가 개설되어 있다. ‘책방 속에 있는 은행’이 테마다. 의도한 대로 상업시설 쇼핑손님이 은행의 고객이 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리소나홀딩스 측은 “접근하기 쉬운 점포 만들기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각주:3]


이처럼 쓰타야 모델은 공간의 창조적인 활용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한테 매력적 상징이 되었다. 

그렇다면 쓰타야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모조리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 초연결시대에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견’이다. 처리 용량을 초과해 한정 없이 쏟아지는 데이터 속에서 사람들은 아주 쉽게 길을 잃어버린다. 가령, 책을 구매하는 것 같은 일상적인 행위를 하려 할 때마다 주변에서 너무나 많은 데이터가 제시되는 까닭에 사람들은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한없이 결정을 미루면서 망설인다. 불행히도 현대인들에게는 ‘결정 장애’가 삶의 주요 현상이 된다. 결정 요소를 줄여주는 간결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제안을 제시하는 것은 현대인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가장 훌륭한 행위이다.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네이버 같은 정보기술 기업은 나름의 솔루션을 통해 이 일을 함으로써 고객들을 끌어들인다. 책 역시 아주 많은 부분이 이들을 주요 경로로 삼아서 ‘발견’을 획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래 같은 형태의 오프라인 서점은, 그 규모에 관계없이, 더 이상 책의 발견의 주요 경로가 아니라 책을 사고파는 일만이 주로 행해지는 매력 잃은 판매 장소가 되었다. 쓰타야에서 책 추천 전문가인 ‘북 콘시에르지’를 고용하면서까지 ‘발견’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것은 이런 면에서 진일보한 결정이다.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중심으로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쓰타야는 고객이 자신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그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쓰타야에 대한 고객의 열광은 세련된 제품 배치를 떠받치는 이러한 고객 가치 제안이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쓰타야 모델의 발견성 제공이 출판산업 전체에 구원의 빛을 던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문제는 발견이다, 하지만 어떤 발견인가도 중요하다


‘발견’과 관련해서 출판은 세 가지 고비를 넘어서야 한다. 

첫째는 책 미디어 자체의 발견이다. 스낵컬처 중심의 콘텐츠 소비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책은 점차 여가를 유익하게 보내고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는 주요 경로에서 비껴나게 되었다. 국민 독서율의 지속적인 저하가 이를 잘 말해 준다. 

둘째는 서점 자체의 발견이다. 책이 대규모로 집적된 서점 공간은 과거에 비해 약화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쇼루밍 효과를 갖고 있는, 방문한 독자에게 부지불식간에 새로운 책이 노출되는 공간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야기해 왔듯이, 서점 자체가 독자들한테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비즈니스 시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간에 위치했다고 해서 공간이 발견되는 게 아니다. 검색, 친구 추천 등을 통해 그 공간이 고객 감성을 움직일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서점은 발견되는 것이다. 서점의 지속적 폐업은 서점이 독자들에게 발견되지 않음을 분명한 숫자로 보여 준다. 

셋째는 개별적 책의 발견이다. 책의 가치 사슬이 흔들리고 오프라인 서점이 독자가 책을 구매하는 주요 경로에 위치하지 않음에 따라 각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의 존재 유무를 독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하고 있다. 출판사를 내부에서 괴롭히고 있는 서적 반품률 및 미출고율의 지속적 증가와 그로 인한 현금흐름의 악화는 이를 확연한 모양으로 드러낸다.

첫째 문제를 해결하려면 독서 운동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독자를 만들어 내는 일이 출판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임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이를 위해 애써야 한다. 교육개혁을 통해서 미래의 독자를 키우고, 고령화 세대에서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며, 독서 공동체를 활성화하여 독서를 사회 곳곳에 뿌리 내려야 한다. 독서 운동을 통한 수요 창출은 아마도 출판단체 등의 핵심 임무가 될 것이다.

쓰타야는 둘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쓰타야는 독자를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어 보려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듯하다. 이 경우, 책은 독서의 대상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알려주는 신뢰성 높은 도구가 된다. 쓰타야에는 물론 책이 있고, 책을 읽으려고 오는 독자들이 있다. 하지만 쓰타야에서는 책 자체와 읽기가 비즈니스의 중심에 서지 못한다. 책은 세련된 도시형 라이프 스타일을 고객들(더 이상 독자가 아니다)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해 주며, 여행상품이나 의류 등과 같은 상품을 사고파는 데 유인책으로 작용할 뿐이다. 

쓰타야는 미국의 대형서점 체인인 반스앤드노블이나 보더스가 아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구미의 서점 체인이 이미 오래전부터 ‘독자들’을 위해 시도했던 일이다. 하지만 보더스의 파산과 반스앤드노블의 반복적 위기가 드러내듯, 그것만으로는 서점을 구원하지 못한다. 서점에서 맥주를 마시고 발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고 해서 책이 팔리지는 않는다. 쓰타야는 서점 공간을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만큼 매혹적 공간으로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 성공이 정말 ‘서점의 발견’에 해당하는가는 불편한 의심이 든다. 쓰타야가 서점을 더 높은 차원으로 진화시킨 것이 아니라 서점에서 벗어나는 형태로까지 나아가서 새로운 형태의 스페이스 비즈니스를 창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쓰타야는 더 이상 서점이 아닐지 모른다. 쓰타야의 이러한 움직임은 쓰타야 자체의 비즈니스로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책을 사랑하는 독자의 입장이나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긍정적으로만 수용할 수 없다.[각주:4]


독립서점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물음이 끝내 되돌아온다. ‘서점의 발견’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책의 발견과 판매에 집중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열풍이 부는 독립서점들이 충분하진 않으나 어쩌면 작은 솔루션을 제공하는지도 모른다. 콘텐츠 큐레이션에 기반을 둔 디스플레이 설계와 강연회 등 북 센트릭 비즈니스의 적극적 수용을 통해 ‘독자’ 충성도를 과감히 확보하고, 관련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저자 및 출판사와 밀도 높은 연대를 이루는 것 말이다.


‘열정을 품은 독립 서점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글에서 (중략) 미국서적상협회(ABA)의 최고 경영자(CEO)인 오렌 테이처는 “독립서점들은 컴퓨터 스크린을 넘어 삶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을 찾았다. 이들 독자는 입체적으로 책을 경험하고 싶어 하며 익명의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것보다 직접 촉감을 통해 책을 고르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책을 읽고 소비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일 수 있지만 그 반대이기도 하다. 모르는 세상에 대한 탐험이자 교신이기도 하며 독서의 경험이 공유,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어낸 경우도 많은 걸 보면 매우 혁명적인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독서 습관을 저해하는 면도 분명 있지만, 이를 통해 함께 읽고 이야기하려는 모임도 쉽게 생겨나고 있다. [각주:5]


이어서 존스홉킨스대학의 나지프 교수는 “아마존은 창고를 창조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서점의 발견’이나 ‘개별적인 책의 발견’과 관련해서, 이는 아주 날카로운 지적이다. 아마존은 읽기를 개인 행위로 붙들어 놓는다. 읽기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일어서는 것을 파괴하고 모든 개인을 더욱 철저히 책상이나 거실에 붙박아 놓는다. 책을 둘러싼 오프라인 사회관계를 끊음으로써, 아마존은 빌려 읽기, 물려 읽기, 돌려 읽기 같은 책의 증여적 교환행위를 가로막아 강제로 수요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심지어 헌책조차도 아마존을 통해서 거래비용을 치르면서 판매하도록 유도한다) 독자 사이의 책을 둘러싼 지적, 정서적 교류를 차단함으로써 아마존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더욱더 의존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아마존이 잘 될수록 독서의 사회적 기반은 약화되고 출판산업의 외연은 조금씩 위축된다. 

아마존은 발달된 정보기술을 통해 독자들이 책을 선택하는 것을 획기적으로 돕지만, 그들이 이루어 내는 소셜은 스크린 안에서만 거의 유효할 뿐이다. 물론 인간은 별점이나 리뷰를 교환하는 식으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 소통할 수 있지만, 서점과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만나 얼굴을 마주보면서 대화한다면 관계의 높이를 끌어올리고 연대의 깊이를 심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만 독자는 더 책을 사랑하게 되고, 비독자는 독자로 설 수 있게 된다. 온라인 공간이 제공하기 힘든 ‘공동체적 관계의 실감’을 어떻게 증폭해서 독자들한테 전할 수 있는가는 오프라인 서점의 운영을 고민할 때 첫 번째 전략적 선택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가장 진지한 형태로 고민한 서점 중 하나가 쓰타야인 것은 분명하다. 마쓰다 무네야키는 힘주어 말한다. “휴먼스케일, 이것은 모든 물리적 플랫폼, 책과 같은 상품의 핵심 도구다. 책은 이제 정보재가 아니라 경험재다.”

책을 정보재가 아니라 특별한 인간적 체험을 가져다주는 경험재로 해석함으로써 쓰타야는 아마존에 대항할 만큼 대단하게 서점 스페이스를 혁신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대형서점의 고유한 약점 탓인지는 몰라도 쓰타야를 중심으로 하는 독자 공동체, 즉 책의 ‘끼리끼리’를 창조하지는 못했다.(정확히 말하면 이 부분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기에 쓰타야 모델이 설령 융성해서 곳곳에서 실현되더라도(실패한 것보다는 나을 수 있어도) ‘책의 발견’이라는 세 번째 문제는 물론이고 ‘책 미디어의 발견’이라는 첫 번째 문제조차 거의 해결되지 못할 가망성이 높다. 산더미처럼 책을 쌓아 놓고 이를 배경 삼아 북 카페를 열어 화제를 일으킨 후, 식음료와 음식을 팔아서 장사를 잘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복합문화 공간이 책의 발견과 판매에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쓰타야 모델이 확장될수록 책의 도구화가 극도로 심해지면서 책을 발견해 읽을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최악을 상정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서점의 발견을 이야기할 때에는 반드시 책의 발견을 같이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책의 발견’을 둘러싸고 출판사(저자)와 서점과 독자가 하나의 조화로운 공동체를 어떻게 이룩할 수 있을까를 더 높은 차원에서 고민함으로써 우리는 쓰타야가 이룩한 자리에서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용기를 불어넣을 시점이다. 독립서점에서의 책의 발견에 대한 진전된 연구가 길잡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다음으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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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수혜, 「여행책 옆엔 여행사, 요리책 코너선 먹거리 판매… 도쿄의 名物 서점」, 《조선일보》 2016년 4월 5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05/2016040500266.html [본문으로]
  2. 홍지영, 「일본 잡화점·여행사 속으로 들어간 ‘숍인숍 책방’ 확산」, SBS 뉴스, 2016년 7월 5일.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662878&plink=ORI&cooper=NAVER [본문으로]
  3. 이춘규, 「인구감소시대 일본 시중은행 “톡톡 튀어야 고객이 온다”」, 《연합뉴스》 2016년 7월 18일.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7/18/0200000000AKR20160718122700009.HTML [본문으로]
  4. 셋째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여러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으며, 여기서 논의할 주제는 아니므로 생략한다. [본문으로]
  5. 김윤경, 「독서는 어쩌면 혁명적 커뮤니케이션」, 《이투데이》 2016년 2월 25일.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29432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