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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한국의 문학 독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한국의 문학 독서는 어떤 상황일까요. 모두들 문학의 위기라고 하는데, 그 실체는 무엇일까요. 문학은 정말 위기에 빠졌을까요, 아니면 이 말 자체가 터무니없는 엄살일까요. 독서에 관한 최근 조사연구들을 종합해서 한국의 문학독서 실태에 대한 지도를 그려보았습니다. 

문학이 위기에 빠졌다면 말로 문학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정확한 조사연구부터 행해야겠지요. 본격적인 조사연구가 있기 전에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바랍니다. 이 글은 《씀》 4호에 발표한 글입니다. 《씀》은 전위문학의 잡지이지만, 전혀 이질적인 이 글을 실어 주는 아량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편집진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문학 독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솔직히 고백부터 하자. 한국에서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문학을 읽는지를 실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된 종합적인 조사연구는, 필자가 아는 한, 지금까지 이루어진 적이 없다. 2005년 한국문학예술위원회가 출범한 지 벌써 10여 년이 넘었지만, 창작 활동을 둘러싼 조사연구는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창작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학작품의 유통이나 독자에 대한 조사연구는 좀처럼 수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매년 발간하는 『문예연감』에는 도서 유형별 발간 현황, 국내도서 장르별 발간 현황(일반/아동), 번역도서 장르별 발간 현황(일반/아동), 한국문학 외국어 번역도서 언어별 출간 현황, 한국문학 외국어 번역도서 국가별 출간 현황, 한국문학 외국어 번역도서 출간 목록, 문학잡지 발행주기별 분포, 문학잡지 장르별 분포, 문학잡지 발행주기 및 장르별 분포 등이 조사되어 실려 있다. 하지만 문학작품의 유통현황이나 독자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학 창작은 유통이나 독자 없이 활성화되기 어려운데, 아무도 이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은 상당히 기이한 일이다. 아마도 이러는 데에는 좋은 작품은 반드시 독자를 만들어 낸다는 일종의 계몽적 선입견이 문학 종사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합의로 존재하는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인과 만인이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사회의 특성상, 문학의 생산과 소비에서 독자의 힘은 점차 커져 가는 중이다. 물론 잘 쓴 작품은 앞으로도 여전히 독자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망성이 높다. 작품 생산을 둘러싼 자율성, 그리고 출판의 큐레이션 기능은 결코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평가를 둘러싼, 작가 집단(출판사를 포함한)과 독자 집단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빠르게 해소되면서, 독자들 상호간의 서평 네트워크가 문학 작품의 확산과 소비에 끼치는 영향은 이미 무시하기 힘들다. 과거의 독자들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으로 성숙하고 정보 교환에 빠른 독자들의 시험을 견디고 나서야 작품은 비로소 사회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 따라서 문학 독자와 독서의 현황을 파악하고, 변동을 기록하며, 전망을 수립하는 것이 아주 시급한 일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국립예술기금(The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에서 ‘문학독서실태조사’를 1982년부터 18세 이상 성인 18,000명을 대상으로 해서 5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조사 내용은 “연령, 인종, 성별, 학력에 따른 문학 독서자의 독서량, 문학에서 읽는 분야, 즐거움을 위한 문학 독서율, 문학 장르의 전자책 독서율, 문학 장르 독서율과 사회 활동의 관계성” 등이다.[각주:1]

이를 통해 NEA는 문학 독자에 대한 실태를 장기적으로 추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의 분석방법을 동원해 문학과 사회의 상관관계에 대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면서 문학 활동에 대한 정부와 의회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각주:2] 

부족하나마 현재 우리가 문학 독서와 관련한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격년으로 실시해서 발간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동일한 문항을 반복해서 조사해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문학 독서와 관련한 장기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자료 역시 문학 독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기에는 자료로서 많이 부족한 편이다. 또한 문학 독자들이 문학 내부에서 주로 어떤 장르를 선호하는지를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자료를 정리해서 문학 독서에 대한 ‘질 나쁜’ 지도를 그려내는 것도 현재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중세의 여행자들은 지도에 등고선이 없어도, 어느 정도 길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는 독자들을 성인, 중고등학생, 초등학생으로 분류하고, 각각 그 독서현황을 조사한다. 이때의 독서란,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읽은 것”을 말한다. 이 조사 내용 중 가장 선호하는 분야(종이책과 전자책은 별도다)를 묻는 항목이 있다. 가장 많이 읽는 순서대로 세 가지를 고르도록 되어 있는데, 여기에 문학이나 장르소설의 독서에 대한 대략의 통계가 잡혀 있다.[각주:3] 


연도

문학(%)

장르소설(%)

합계(%)

2011

25.9

8.4

34.3

2013

26.6

10.2

36.8

2015

27.0

12.8

39.8

<표 1> 연도별 문학 및 장르소설 종이책 이용 현황[각주:4]


연도

문학(%)

장르소설(%)

합계(%)

2011

57.6

42.0

99.6

2013

28.8

21.3

50.1

2015

18.4

27.8

46.2

<표 2> 연도별 문학 및 장르소설 전자책 이용 현황


이 조사에서 문학이란 ‘시, 소설, 수필 등’을 말하고, 장르소설은 ‘무협, 판타지, 추리소설 등’을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는 상당히 자의적인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출판시장에서 수필은 이미 전 장르로 분화되어 분류 기준으로 잡을 만한 뚜렷한 성격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소설과 장르소설 사이의 구별도 도무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사 방식의 이런저런 한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조사 결과 자체는 아주 놀랍다.

문학 전문가들이 틈만 나면 ‘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는 것과 무관하게,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책은 여전히 문학이다. 조사가 실시된 이래,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문학과 장르소설 양쪽 모두 선호 추세 역시 갈수록 커져서 독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장르소설을 합치면, 국민 10명 중 4명은 한 해에 한 권 이상 문학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요즈음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전자책 독서의 경우는 어떨까. 처음에는 문학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2010년 당시만 해도, 전자책 시장이 막 형성되는 중이어서, 문학 작품 외에는 읽을 만한 서적이 별로 없었던 것이 그 요인으로 보인다. 이후에 다른 쪽 서적 분야에서 전자책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독서 전체에서 점차 비중이 떨어져 결국 종이책과 비슷한 40% 내외의 독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이 수치에는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웹 소설의 독서 경험은 포함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문학의 위기’라는 문학 전문가들의 자기진단과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응답한 독자들 사이의 차이는 다소 곱씹어볼 지점이 있다. 2011년 『문예연감』에 따르면, 국립중앙도서관 납본도서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해 문학도서의 발행종수는 총 7339종이었고, 그중 번역도서가 1756종이었다. 같은 숫자가 2013년에는 발행종수 총 8743종에, 번역도서가 1829종으로 증가하고, 2015년에는 발행종수 총 9865종에, 번역도서가 2708종으로 증가한다.[각주:5] 문학작품의 창작과 번역 출판이 모두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그에 비해서 전체 독자의 숫자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성인의 평균 독서시간은 2010년 31분에서 2015년 23분으로 8분 정도 축소되었으며, 같은 기간 국민 독서율도 66.8%에서 65.3%로 1.5%p 감소했고, 연간 독서량도 9.9권에서 9.1권으로 0.8권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전체 독서 관련 지표의 악화는 문학 독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자인 독자는 늘어나지 않았는데 창작만 활성화되고 있으니, 그에 따라 개별 문학작품이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확률은 낮아진 것이다. 어찌 보면 2010년 아이폰 국내 출시로 본격화된 모바일 혁명 이후,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독서로부터 이탈하는 환경에서, 그나마 문학 독자들이 독서에서 이탈하지 않고 여전히 문학에 대한 많은 애호를 보내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문학의 위기’라는 진단은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줄어든 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 특히 문학 작품의 종당 평균 판매량 저하에 따른 심리적 박탈감의 표현으로 보이기도 한다.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문학 독서에 대한 지표가 몇 가지 더 있다. 2011년 조사 결과에는 빠져 있지만, 2013년 조사와 2015년 조사에는 성별, 연령별, 학력별 문학 독서 조사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이를 하나로 합쳐서 정리하면 아래의 <표 3>과 같다.


전체

2013(%)

2015(%)

등락(%p)

성별

남성

문학

20.8

24.7

3.9

장르소설

11.5

13.1

2.6

여성

문학

32.3

29.3

3.0

장르소설

9.0

12.5

3.5

연령별

18~29

문학

30.2

28.5

1.7

장르소설

13.1

15.6

2.5

30~39

문학

24.6

24.9

0.3

장르소설

10.8

13.3

2.5

40~49

문학

25.8

25.5

0.3

장르소설

9.9

13.5

3.6

50~59

문학

27.1

30.6

3.5

장르소설

7.6

11.2

3.6

60세 이상

문학

24.6

25.4

0.8

장르소설

7.5

7.0

0.5

학력별

중졸 이하

문학

23.9

27.5

3.6

장르소설

8.9

7.2

1.7

고졸, 고퇴

문학

28.3

27.7

0.6

장르소설

9.6

12.9

3.3

대재 이상

문학

26.0

26.5

0.5

장르소설

10.7

13.5

2.8

전체

문학

26.6

27.0

0.4

장르소설

10.2

12.8

2.6

<표 3> 성별, 연령별, 학력별 문학 및 장르소설 종이책 이용 현황 변화


먼저, 성별 문학 독서 추이를 살펴보자. 아직 추세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일러 보이지만, 남성의 문학 독서는 문학과 장르소설 모두 증가한 반면, 문학의 전통적 수요층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문학 독서는 감소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학의 전통적 수요층으로 여겨지는 여성 독자의 이탈은 이들이 일부 장르소설 독자로 변신하는 한편, 경제경영서 등 실용서 독서로 이동한 것과 조금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남녀 모두에서 장르소설 독서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문학 독서의 미래와 관련해서 여러모로 따져볼 부분이 적지 않지만, 여기에서는 추세를 확인하는 것에서 일단 그치기로 한다.[각주:6]

연령별 추이에서 일단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20대의 문학 독서 이탈 현상이다. 이는 문학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이 현상은 여가시간 점유율에서 활자 미디어가 스크린 미디어에 밀려서 위축되는 추세가 일반화하는 한편, 한국경제 전체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청년 실업이 확대되고 비정규직 확산 등 고용불안정이 지속되어 도서 시장 전체에서 20대 청년층의 존재감이 떨어진 사태와 맞물려 있다. 국민독서율은 나이가 들수록 점차 떨어지는 하방경직성을 보이기 때문에, 청년기에 문학에 대한 독서 경험이 부재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관련한 독서를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대를 대상으로 문학 독서 경험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 노력 없이, 이른바 ‘문학의 위기’를 해소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의 문학 독서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는 학력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의 심화를 보여주는 지표의 하나다. 물론, 이 일은 단지 문학 독서에만 국한되는 사항은 아니다. 「해외 주요국의 독서문화진흥 현황과 사례」에 따르면, 한국은 중졸 이하 저학력자의 독서율이 50%밖에 되지 않아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하며, 초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의 독서율(89%)과 격차도 38%p에 이르러 매우 크다.[각주:7] 학력에 따른 이러한 독서 격차는, 문학 독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세종도서의 선정 및 보급과 같은 이들 문학 소외계층에 대한 각종 정책 지원의 실효성 문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각주:8] 

한편으로,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는 독서 일반을 다루다 보니, 문학 현장의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실감이 다소 떨어진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2016년 2월 교보문고에서 자사의 소설 관련 판매 동향을 분석해서 발표한 「소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이다.[각주:9]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에서 2006년에서 2015년까지 축적한 고객 및 판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발표한 것인 만큼, (비록 분석이 소설에 국한된 한계는 있지만) 오늘날 한국의 문학 독서를 실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각주:10]


지난 10년 간 소설은 분야 매출점유율 9.2%~10.2%로 부동의 1위였습니다. 2015년에도 여전히 1위이긴 하지만 점유율은 8.1%로 전년(9.7%)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였고, 2위인 인문 분야와의 차이도 근소합니다.


‘국민독서실태조사’와 달리, 여기에서 말하는 소설은 본격문학과 장르소설을 가리지 않은 개념이다. 물론 소설 독서는 도서관, 학교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지므로, 서점 구입을 통한 독서가 전부는 아니다. 가령, 도서관 장서 등을 통한 문학 독서는 오히려 증가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공공도서관 통계조사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니, 문학 분야 서적에 대한 대출은 여전히 전체에서 1위를 기록 중이지만, 대출 권수는 2011년 약 5869만 권에서 2015년 약 5680만 권으로 감소되었다.[각주:11] 서점과 도서관 양쪽에서 확인한 바대로, 문학 독서의 전반적 쇠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이며, 이는 ‘문학의 위기’라는 말의 또 다른 실체를 이룬다. 

하지만 문학 독서의 감소에도,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바대로, 문학 신간의 출간 종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2006년에는 5,810종이 출간되었는데, 2015년에는 7,780종이 출간”되었다. 여기에는 “라이트노벨이나 장르소설처럼 시리즈로 출간되는 책들이 많아진 것도 한 가지 이유”로 들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른바 순문학책의 발행종수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리고 교보문고의 경우, 해마다 새로 나오는 책들의 출간연도 내 판매 점유율은 출간 종수의 증가와 관계없이 “30~40%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평균 33.0%를 차지”하고 있다.[각주:12] 

시장 전체로 보면, 신간 소설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지만, 신간 종수의 증가 추세를 결합해서 생각하면, 개별 신간의 평균 판매량은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이 점차 심해지면서 인기 서적과 비인기 서적의 격차가 커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중이다.[각주:13]

소설 독서의 약화가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은 한국소설의 전반적인 침체다. 한국문학과 독자 사이의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중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소설 분야 전체는 2010년 이후 마이너스 신장률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무려 전년 대비 신장률이 –20.8%나 하락했다. 소설 분야 전체의 부진을 가져온 주요 원인은 소설 분야 내 점유율에서 1위를 기록 중인 한국소설의 약화에 있다. “한국소설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다 2012년부터는 마이너스 신장을 기록 중이며, 2015년에는 –25.5%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국소설의 시장점유율은 2006년 31.1%에서 2015년 26.1%로 5.0%p 떨어졌다. 그나마 그 시장점유율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나 김진명의 『고구려』나 조정래의 『정글만리』 같은 초대형 베스트셀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쪽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각주:14] 2016년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아,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정유정의 『종의 기원』이 수십만 권씩 팔려나가면서 독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문학 독서와 관련해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교보문고 판매량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소설 독자가 확연하게 늙어간다는 사실이다. 2006년 소설 독자 중 20대의 비중은 45.0%, 30대는 23.8%, 40대는 16.0%, 50대는 3.4%, 60대 이상은 0.9%였다. 그런데 이 비율이 2011년에는 각각 36.4%, 25.3%, 21.5%, 6.1%, 1.6%로 변했고, 2015년에는 29.9%, 27.0%, 26.4%, 9.6%, 2.7%로 바뀌었다. 20대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소설 독서의 무게중심이 30~40대로 확연하게 이동했다. 물론 이 사실을 해석하는 데에는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20대는 30대보다 100만 명가량 적으며, 30대는 40대보다 또다시 100만 명가량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폭에 비해 젊은 세대의 도서 구매 감소폭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통계적으로 증명되어 있다.[각주:15] 이 현상이 소설 구매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이 사실은 문학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구매 감소에 곧바로 이어질 청년층의 독서 이탈을 해소하지 않는 한, 문학이 독서의 왕좌에서 내려오지는 않겠지만, 문학의 앞날이 밝아질 일 또한 없을 것이다.

문학 독서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이 있다. 순문학 소설에 대한 독서는 줄고 있지만, 장르문학 또는 중간문학에 대한 독서는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문학(소설) 독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웹 소설, 장르소설 또는 중간 소설, 순문학 소설이 그 각각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 분야들 사이에는 어느 쪽에 속한다고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일종의 점이 지대가 있어서, 서로 분야를 넘나들면서 독서의 사다리를 이루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 문학 독자들은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을 읽는 경우를 제외하면 주로 웹 소설에서 문학 읽기를 시작해 장르 소설 또는 중간 소설로 건너간 후, 거기서 다시 읽기의 재미를 붙여서 순문학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타는 것이다.[각주:16] 

필자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든 서적 300종을 직접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장르소설 또는 중간소설에 대한 독자대중의 선호는 아주 뚜렷하다. 베스트셀러 전체 300종 중에서 소설은 69종이었으며, 소설의 점유율은 23%였다. 전체 서적 시장에서 문학의 점유율이 8~9% 내외인 것을 생각할 때, 베스트셀러만 놓고 보면 독자들은 문학을 다른 분야의 책에 비해서 훨씬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베스트셀러 50위권에 든 소설 69종 중에서 장르소설 또는 중간소설이 57종으로, 소설 내 점유율이 무려 82.7%에 달했다는 점이다. 독자들의 장르소설 또는 중간소설에 대한 선호 이유는 주로 재미와 흥미를 끄는 ‘이야기’였다. 이는 연령대를 거의 가리지 않았다. 독자 대중들은 장르소설 또는 중간소설에서 웹 소설에서 읽을 수 없는 탄탄한 구성을 갖춘 이야기와 단단한 문장을 즐기는 동시에, 순문학 소설에서 기대하는 통찰의 깊이도 어느 만큼은 얻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문제는 관련한 작품 중 한국 소설이 아주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앤 롤링, 베르나르 베르베르, 히가시노 게이고, 오쿠다 히데오 등의 해외 작가의 작품들이 전체를 이미 점유하고 있으며, 간간이 정유정, 김진명, 이정명, 정은궐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끼어드는 식으로 시장이 고착화하고 있다.[각주:17]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문학 독서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우선해야 할 것인가는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독자가 좋아하는 일을 제쳐두고 문학 독서를 활성화하는 길을 찾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주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독자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어 문학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초연결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독자들이 가장 읽고 싶어 하는 장르 소설 또는 중간 소설에서 독자 개발을 시작하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길이 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한 후, 독서 공동체 활성화 같은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각주:18] 지금까지 어두운 숲을 간신히 헤쳐 온 느낌이다. 서두에서 밝힌 대로, 한국에서 문학 독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문학 독자와 관련한 정기적인 조사연구 없이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논의가 불가능할 것이다. 



  1. 『2011년 국민독서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12) 260쪽 참고. [본문으로]
  2. 이 조사에 따르면, “문학 독서율이 높을수록 다양하고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과 예술, 스포츠, 자원봉사, 문화 활동 등의 다양한 외부 활동의 참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문으로]
  3. 논의의 편의를 위해서 이 글에서는 중고등학생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배제한다. [본문으로]
  4. 이 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1년, 2013년, 2015년에 각각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의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본문으로]
  5. 2015년 통계에는 아동문학이 포함되어 있어서 시계열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는 조금 고려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작품 생산량의 증가라는 전반적 흐름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본문으로]
  6.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자료를 놓고 이야기할 것이다. [본문으로]
  7. 김은하, 「해외 주요국의 독서문화진흥 현황과 사례」, 『2016 독서 컨퍼런스 자료집』(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 참고. [본문으로]
  8. 전자책 문학 독자에 대한 구체적 분석은 종이책 문학 독자의 추세와 유사한 부분이 많으므로 생략한다. [본문으로]
  9. http://news.kyobobook.co.kr/it_life/kimdbView.ink?sntn_id=11412&expr_sttg_dy=20160224141300 [본문으로]
  10. 사실 시의 경우에는 소셜미디어나 검색 등을 온라인 독서가 활성화되면서, 출판과 관련된 시집 단위 독서는 전반적으로 약화일로에 있다. 시집만 놓고 보면, 이하에서 전개될 소설 독서의 쇠퇴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온라인 등에서 시를 접해서 읽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오히려 시의 독서량이 증가했을지도 모른다는 짐작도 든다. [본문으로]
  11.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도서관 통계조사 결과보고서』(2017), 83~84쪽. [본문으로]
  12. http://news.kyobobook.co.kr/it_life/kimdbView.ink?sntn_id=11416&expr_sttg_dy=20160224165900 [본문으로]
  13. “문단의 빈익빈부익부가 최근엔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전업 작가의 상당수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10억 원대 인세를 올리는 작가도 있다.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 때문이다. 몇 년을 끙끙대며 내놓는 소설은 아예 대접도 못 받고 있다.” 이윤미, 「예술가의 복지」, 《해럴드경제》 2012년 11월 20일. [본문으로]
  14. 최현미, 「소설시장 커졌지만… 스타작가 의존 심화」, 《문화일보》 2009년 9월 3일. [본문으로]
  15. “문화일보가 13일 교보문고에 요청해 입수한 ‘2006∼2015년 연령·성별 도서 구매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0대 여성이 구입한 도서는 전체의 24.2%에 달했다. 30대 여성(17.1%)과 40대 여성(9.3%)에 한참 앞섰다. 20대는 여성 파워에 힘입어 가장 많이 책을 사는 연령층(36.0%)에 자리했다. 30대와 40대는 각각 30.4%, 19.2% 수준이었다. 10년이 흘렀다. 2015년 현재(10월 30일 기준) 20대 여성의 책 구입량 비중은 전체의 17.3%까지 떨어졌다. 2008년 24.0%, 2010년 21.9%, 2012년 20.5%, 2014년 18.0%로 꾸준히 줄었다. 20대 남성도 궤를 같이했다. 2006년 전체의 11.8%를 차지했던 점유율은 올해 8.5%까지 낮아졌다. 둘을 합치면 25.9%로, 10년 전 20대 여성 홀로 책임졌던 비중보다 조금 큰 수치다. 20대는 최대 책 구입 연령층 자리를 지난해 30대에게 물려줬다. 그리고 올해 또다시 순위가 바뀌었다. 40대가 29.2%로 1위에 올라섰고, 30대(28.2%)는 2위, 20대는 25.9%로 3위까지 떨어졌다. 40대가 최대 책 구입층으로 떠오른 것은 여성들의 힘이다. 2006년 40대 여성의 책 구입량은 전체의 10%가 채 안 됐지만 2009년 12.2%, 2012년 14.5%에 이어 올해 17.0%까지 치솟았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40대 여성의 책 구입량이 20대 여성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40대 남성은 이미 2006년 9.9%에서 올해 12.2%로 남성 최대 책 구입 연령층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변화는 인구 변동 추이의 영향을 넘어서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과 2015년 20대 인구 비율은 15.5%에서 13.4%로 2.1%포인트, 40대는 17.2%에서 16.7%로 0.5%포인트 줄었다.” 유민환, 「‘5포세대’에겐 독서도 사치?… 20대 책 구매 뚝」, 《문화일보》 2015년 11월 13일. [본문으로]
  16. 물론 이와 같은 경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각각의 영역에 처음부터 머물러서 움직이지 않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문학 독자의 성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경기도 교육청 소속 청소년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 김은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종이책보다 전자매체 읽기 빈도가 훨씬 더 높다. 종이책을 자주 읽는 학생들은 전자매체 읽기도 자주 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중고생의 경우, 습관적 독자는 문학(특히 장르소설)을 가장 선호하지만 간헐적 독자는 만화를 가장 선호한다.” 김은하, 「타깃 독자에 맞는 독자개발」, 『2016 독서 컨퍼런스 자료집』(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 참고. 위의 독서 경로에 대한 추론은 이 연구를 근거로 한 것이다. [본문으로]
  17. 교보문고의 자체 분석 자료에서도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소설 내에서도 장르소설의 상승세가 눈에 띄는데요. 특히 [로맨스소설]은 2006년 5.1%에서 2015년 11.3%로 점유율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http://news.kyobobook.co.kr/it_life/kimdbView.ink?sntn_id=11414&expr_sttg_dy=20160224153900 [본문으로]
  18. 문학 독자를 개발하는 또 다른 길로는 문학 교육의 강화와 독서공동체 확산이 있을 수 있다. 국어 교육의 중심이 문학에서 문해력으로 바뀌면서, 교과 과정에서 문학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대한 대안적 시민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겠다. 한편,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독서공동체 역시 문학 독자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국의 독서공동체들은 문학, 사회과학 등의 독서를 주로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장은수, 『그래서 우리는 같이 책을 읽는다 ― 한국의 독서공동체를 찾아서』(느티나무책방, 2017)을 참고하기 바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