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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블로그는 어떻게 책이 되는가? 지난 1월 14일 HK 여행작가아카데미에서 강연한 내용이다.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현실적인 충고를 해보려고 나름대로 애쓴 글이다. 여기에 옮겨 둔다. 아래는 HK 여행작가아카데미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이다. 링크를 붙여 인용한다. 여행 블로그는 어떻게 책이 되는가? 1. 저자가 아니라 편집자가 책을 내고 싶을 때에만 출판할 수 있다.자비출판을 할 게 아니라면 책은 필자가 내고 싶다고 해서 출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편집자의 눈에 들어야 출판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필자를 발굴하려고 할 때, 편집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편집자 눈에 들기란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가령, 편집자가 인천 여행을 여행자로서 가려고 할 때라면 블로그를 방문할 수 있겠지만, 편집자로서 인천 관련 여행서를 ..
책과 사람을 연결하라 (한국일보 기고문) 신년 《한국일보》 출판면에 기고한 글이다. 요즈음 나의 관심사는 ‘연결성’의 확보를 통해 “비독자를 독자로 만드는 실천”이다. 다매체 경쟁 시대에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만으로는 더 이상 독자를 만들기 힘들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전 세계 출판계에서 일어난 일이 이를 증명한다. 출판이 앞으로도 생존해 번영하기 위해서는 책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력적인 출판 실천들을 통해 비독자를 꾸준히 독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출판계의 화두로 삼으려고 제안한 글이다. 책과 사람을 연결하라 “캄캄한 밤에도 노래는 있는가?” 어느 날, 독일의 시인 브레히트의 귓가에 갑자기 질문 하나가 던져진다. 시대는 절망이다. 파시스트들은 갈수록 세력을 넓혀가고, 사람들은 사적 대화조차 감시 당하고, 직장에서 거리로 내몰렸다가 사라진다..
방송과 책을 어떻게 만나게 할까? 방송과 책을 어떻게 만나게 할까? KBS의 「TV 책을 보다」 출연 소회 한국에서 단 하나뿐인 공중파 텔레비전 책 프로그램인 KBS의 「TV 책을 보다」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저께인 12월 24일 오후에 녹화가 있었다. 최근에 다시 완전하게 번역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편이었다. 1시에 도착해서 4시쯤 끝났는데, 인터뷰 말고는 오랜만의 방송 출연이어서 상당히 긴장했던 것 같다. 1월 5일 밤 11시 40분에 새해 첫 프로그램으로 방송된다니 창피가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번부터는 프로그램 첫머리에 있던 강의를 없애고,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돈키호테』를 이야기하는 ‘북 토크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지난달 말 자문회의에 갔을 때 제안했던 것인데, 실제로 그대로 하게 될지는 몰랐다. 그것도 직접 출연..
상암동에 사무실을 열다 토요일 아침 상암동 사무실에 홀로 나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내일은 홍동에 내려가서 텃밭에 마늘과 양파를 심으려고 한다.아직은 마음을 조금 더 비우고 싶다. 찰랑이면서 일어나는 온갖 생각들에 익사하지 않도록. 현재 순천향대와 SBI 두 군데에서 고정으로 강의를 하고, 곧 《기획회의》에 연재를 시작한다.순천향대 강의와 SBI 강의는 맥락은 이어져 있지만, 강의 자체에 대한 내 관심은 다르다.순천향대 학생들한테 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진(Zine) 만들기라는 미디어 실천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떻게 해방적 연결-노드로서 자신을 발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미래의 책(편집) 역시 이 지점을 파고들어야 간신히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SBI 강의에서 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책의 가치사슬을 새롭..
편집은 책을 어떻게 바꾸는가 마쓰오카 세이고의 『독서의 신』(김정균 옮김, 추수밭, 2013)을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 마쓰오카 세이고는 나의 편집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 중 하나이다. 나는 그가 쓴 『지식의 편집』(변은숙 옮김, 이학사, 2004)을 통해 비로소 편집적 사고 방법을 익혔고, 간신히 편집의 기술에 입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나의 편집이 감각적이고 본능적이고 비체계적인 편집이었다면, 마쓰오카 학교에 입교한 이후에는 이성적, 구조적 편집으로 서서히 옮기게 되었다. 그물코출판사의 김수진 편집장한테 내가 『지식의 편집』을 읽어 보라고 권한 후, 내친 김에 한국어로 번역된 마쓰오카의 책을 모두 구입해서 함께 읽고 있다. 이 책은 『지(知)의 편집공학』(박광순 옮김, 지식의숲, 2006), 『만들어진 나라 일본』(이언숙 ..
콘텐츠 기획자가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 지난 수요일 순천향대학교에서 두 번째 강의를 했다. 그날 이후 이런저런 일로 너무 바빠서 강의록을 정리하지 못했다. 내용을 요약하고 표현을 조금 손보아서 여기에 올려 둔다. 콘텐츠 시대가 열렸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학과에도 마침 콘텐츠라는 말이 들어가 ‘미디어콘텐츠 학과’입니다. 이 명칭은 시대의 첨단을 따르고 있지만, 국문과나 경제학과와는 달리 신생인 만큼 도대체 뭐 하는 거야 하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제가 하는 이 강의의 이름도 ‘콘텐츠와 창조성’입니다. 이쯤 되면 ‘콘텐츠’의 마법을 아시겠죠. 민들레의 홀씨처럼 바람을 타고 이 말은 지금 곳곳으로 퍼지면서 영토를 넓혀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콘텐츠란 무엇일까요? 흔히 어떤 문화 상품의 내용을 가리킬 때 쓰입니다. 책, 연극..
미국 작가협회가 아마존에 보낸 공개편지 어떤 판매자가 가격에 동의하지 않을 때, 아마존은 그 소비재를 소비자들에게 아예 노출하지 않을 수 도 있는 모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책이란 단지 소비재가 아니다. 책은 더 값싸게 쓰일 수 없고, 저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아웃 소싱할 수 없다. 책은 토스터나 텔레비전이 아니다. 책 하나하나는 [같은 재료라도] 저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타나는 독특한 창조물이다. 한 개인의 측면에서 볼 때, 책은 외롭고 치열하고 때때로 값비싼 투쟁을 치른 후에야 비로소 창조되며, 어떤 저자는 자신의 책이 독자들을 발견할 수 있느냐에 의존해서 생계를 꾸릴 수밖에 없다. 저자들을 독자들과 떼어놓기 위하여 자신이 보유한 어마어마한 권력을 행사할 때, 아마존이 저자들을 위협에 빠뜨리는 것이다. 미국 작가협회가 아마..
『무의미의 축제』를 읽고 편집을 생각하다 “내린다는 느낌보다는 공기 중에 가득한 느낌의 가랑비.”새벽에 일어나 이케자와 나쓰키의 『문명의 산책자』(노재명 옮김, 산책자, 2009)를 읽다가 밑줄을 그어 두었는데, 예감일까, 하루 종일 이런 비가 홍동에 내렸다. 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공기는 맑았던 어제와는 달리 무겁고 축축하지만, 힘껏 집중하지 않으면 비가 내린다는 것을 알아채기 어렵다. 이곳의 소리는 풍부하다. 멀리에서 끊임없이 산비둘기가 운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어루만지는 소리, 엄마를 따라 온 아이들 웃음소리, 건너편 도서관 회의실에서 중학생들이 토론하는 소리도 가끔씩 창턱을 넘어온다. 길 건너 논에서는 벼들이 낟알을 실어 고개가 휘어지기 시작했다. 초록에서 노랑으로 들의 색깔이 막 바뀌려는 참이다. 음력으로 표시하는 자연의 절기는 정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