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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열정/진화인류학 공부

최초의 이주 동물

21세기가 시작할 무렵 캐나다 킹스턴 시 부근의 폐광을 탐사하던 고생물학자들은 바위에서 알 수 없는 무늬 혹은 자국을 발견했다. 더 조사해보니 그 무늬들은 그때까지 발견된 발자국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화석이 오래전에 멸종한 가재와 지네의 잡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길이는 약 45센티미터로, 발자국이 너무 많아 정확한 다리 수를 알 수는 없었지만 대략 16~22개 사이라고 했다. 학자들은 화석 무늬로 보아 이 동물이 꼬리를 끌면서 모래사장을 황급히 기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모든 동물들이 바다에 살고 있을 때 이 동물은 막 대양에서 나와 육지로 올라온 것이었다. 이 가재 지네(lobsterpede)는 약 5억 3000만 년 전에 완전히 다른 두 서식처 사이를 이동했으니 상징적으로는 첫 이주동물이라 할 수 있다. (중략)

가재지네는 유티카르키노이드(euthycarcinoid)를 가리킨다

첫 이주가 일어난 5억 3000만 년 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이다. 포유류나 조류가 생기거나 우리 조상들이 다리도 없는 물고기 같은 생물 형태로 바다에서 헤엄치던 때보다도 한참 전이다. 최초의 이주민인 가재지네가 육지로 올라온 다음 어떻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냥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그후 동물들이 육지에 영구 군락지를 세우기까지는 적어도 1억 5000만 년이 더 걸렸기 때문이다.

이때의 초기 이주동물 중엔 우리의 먼 조상도 있었는데, 그 즈음에는 지느러미 네 개가 짧은 다리 네 개로 바뀐 물고기-도마뱀(fish-lizards)으로 진화해 있었다. 이 물고기-도마뱀은 인류뿐만 아니라 모든 파충류, 포유류, 조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물고기도마뱀의 정식 이름은 틱타알릭(Tiktaalik)이다

약 2억 5000만 년 전에 물고기-도마뱀 중 일부는 도마뱀과 개의 혼합종처럼 보이는 이는 견치(cynodont)로 진화했고, 이것이 포유류의 시작이었다. 견치 화석은 남극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륙에서 발견되어 그들이 이주에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견치의 이주는 현대 인류가 나오기 전까지 가장 성공적 이주였다고 할 수 있다.

견치(cynodont)는 키노돈트라 불린다

영장류는 약 8000만 년 전에야 등장했는데, 그중 일부는 아주 대단한 이주 능력을 보였지만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유인원 사촌들은 모험심이 훨씬 덜했다. 침팬지는 인간들이 강제로 이주시킨 경우를 제외하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을 떠난 적이 없다.

진화에 따른 침팬지와 인류의 혈통은 약 500만 년 전에 갈라졌고, 남아프리카와 에디오피아에서 발견된 초기 인간 해골 중 일부는 침팬지가 산 적이 없는 지역에서 나왔다. 침팬지는 조상의 터인 고향에 계속 머문 우리의 먼 친척 격이다.

- 샘 밀러, 『이주하는 인류』, 최정숙 옮김(미래의창, 2023), 13~15쪽.

 

샘 밀러, 『이주하는 인류』, 최정숙 옮김(미래의창,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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