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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들이 푹~ 빠진 미스터리 이 남자 ― 서점가 ‘히가시노 게이고 열풍’


《경향신문》 A24면에 ‘히가시노 게이고’ 열풍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문학 베스트셀러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중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이어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째 이웃나라 독자들을 매혹하는 일본문학의 끝없는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독자들을 이야기의 바다로 끌어들이는 ‘탁월한 이야기꾼의 존재’야말로, 문학 독서의 확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몇 마디 보탰기에 아래에 옮겨 둡니다. 



한국 독자들이 푹~ 빠진 미스터리 이 남자



ㆍ서점가 ‘히가시노 게이고 열풍’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히가시노는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충족하는 작품들로 국내에서 다수의 고정 독자를 확보했다.

그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 전성시대’다. 일본 추리작가 히가시노(60)의 신작 『연애의 행방』(소미미디어)이 2월 3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4위에 올랐다. 지난 1월31일 발표된 이 작품은 히가시노의 첫 연애소설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작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2012)은 종합 8위에, 『그대 눈동자에 건배』(현대문학·2017), 『가면산장 살인사건』(재인·2014)이 각각 22위와 23위에 올랐다. 종합 순위 30위 안에 4개의 작품이 든 것이다. 소설 분야 20위에는 『용의자 X의 헌신』(재인·2017·재출간)과 『눈보라 체이스』(소미미디어·2017)까지 총 6종이 포함됐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히가시노는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충족하는 작품들로 국내에서 다수의 고정 독자를 확보했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는 건 고정 독자층이 두껍다는 얘기다. 인터넷교보문고 구환회 소설MD는 “‘미스터리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듯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됐다”면서 “놀라운 속도로 발표하는 작품 모두 고른 작품성과 재미를 유지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높은 신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1985년 추리소설 『방과 후』로 데뷔한 히가시노는 2006년 나오키상 수상작인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동명의 TV 시리즈, 영화로 제작되면서 열풍을 일으켰다. 이 작품을 비롯해 『백야행』이나 『회랑정 살인사건』 등이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잇따라 번역됐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꽤 높아졌을 무렵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국내 영화 『백야행』(2009)이나 『용의자 X』(2012) 등이 개봉하면서 대중성까지 얻게 됐다.



2000년대 이후 일본 소설은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가부장제 문화의 잔재부터 청년 실업, 고령화, 인간 소외 등 한국사회와 문화적 풍토를 공유하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 소설이면서 휴머니즘 소설”로 평가받는다. 히가시노는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인물 간 관계, 사건의 개연성 등 촘촘하게 서사를 구성해 추리물로서 재미를 확보한다. 그러면서 작품 안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여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히가시노의 작품들은 주제의식이 특별히 새롭지는 않지만, 한 편 한 편 이야기를 읽을 때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탁월한 스토리텔링 솜씨를 지녔다”면서 “또 독자들을 적절하게 위로해 주고, 심리적 질곡의 해소를 경험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구환회 MD는 “국내 독자들은 아직은 ‘재미만 있는’ 장르소설보다는 ‘재미와 감동’ 혹은 ‘재미와 메시지’가 모두 있는 소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히가시노의 작품이 근래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선전 때문이다. 30여 년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온 3명의 좀도둑이 의문의 편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몇 년째 베스트셀러다. 2017년 한 조사에서 지난 10년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일본 소설로도 꼽혔다. 무라카미 하루키(69)의 소설보다도 앞섰다. 이달 말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일본 동명 영화가 개봉한다. 

이 작품을 국내 출간한 현대문학의 김현지 단행본팀장은 “좀도둑 3명을 중심으로 취직하지 못한 청년들의 절망감 같은 현 세태를 다루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꾸준히 사랑받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청년 독자층이 두껍다. 25일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이 작품의 연령대별 구매 비중을 보면 20대가 34.4%로 가장 높고, 30대가 32.3%로 뒤를 잇는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처음 번역됐을 때 한국사회에선 갈등과 분열이 깊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의심이 팽배했다”며 “이런 사회 분위기 속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인간 사이의 믿음과 연결을 이야기함으로써 위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년간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한국인들 사이에 여전히 서로가 연결되고 싶다는 욕망이 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