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치고 아픈 시기를 지나야 즐겁고 기쁜 시기가 오듯 두려움을 극복해 본 경험이 있어야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젊어지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억지로 되돌리려 하지 말고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긴 채 당당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쪽이 훨씬 멋지다.” ―오쿠다 쇼코, 『남성표류』(서라미 옮김, 메디치미디어, 2015), 66쪽.
새벽에 일어나 글을 좀 쓰다가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쑥스러웠다. 뭐, 이런 이야기까지 다 말하고 그러나,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빠져들었다. 내 이야기, 주변 친구들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게 묘한 위로가 되었다. 관음증일까, 아니 그보다 각성에 가까울 것이다. 삶은 살아가는 수밖에 없음을, 즉 사춘기든 사추기든, 누구나 지금 이 순간은 첫 경험이고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음을 저절로 깨달았다. 그러자 갑자기 유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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