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한시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정윤서(鄭允瑞)의「연꽃을 노래하다(詠蓮)」

연꽃을 노래하다


정윤서(鄭允瑞)


본래 흙먼지 기운을 갖지 못해서

구름 뜬 물속 마을에 스스로 머물렀네.

깨끗깨끗 맑으니 씻어낸 듯하고,

우뚝우뚝 솟으니 냄새마저 신묘하네.


詠蓮

本無塵土氣,

自在水雲鄕.

楚楚淨如拭,

亭亭生妙香.



정윤서는 원나라 때 여류시인입니다. 당나라 때 시인으로 흔히 알려졌으나, 『전당시(全唐詩)』에 실리지 않았고, 명나라 때 처낭재주인(處囊齋主人)이 편집한 『시녀사찬(詩女史纂)』에 원나라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시녀사찬』에 따르면, 정윤서는 시백인(施伯仁)의 아내로 어렸을 때 시와 글씨를 공부했습니다. 시집간 후 남편의 성품이 촌스럽고 패악한 것을 이기지 못하고 시를 지어서 스스로 위안 삼았는데, 시가 위진(魏晉)의 품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연꽃을 노래하다(詠蓮)」는 「두부를 기리며(豆腐讚)」와 함께 정윤서의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은 연못에 핀 연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함으로써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고결함을 잃지 않으려는 자기 자신을 깔끔하게 표현한 명작입니다. 

첫 구절에서 본(本)은 ‘본래’라는 부사입니다. 진토(塵土)는 흙먼지를 뜻합니다. 연꽃은 불교에서 세속의 때가 묻지 않는 청정함을 상징합니다. 

둘째 구절에서 수운향(水雲鄕)은 연꽃이 자라는 연못물을 가리킵니다. 물에는 가득, 하늘의 구름이 비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 선녀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하늘 위로 오를 필요는 없지요. 물에 비친 구름을 탄다면 그곳이 바로 천상의 세계일 겁니다. 이를 ‘구름 뜬 물속 고향[水雲鄕]’이라고 절묘하게 표현했습니다.

셋째 구절에서 초초(楚楚)는 선명하게 깨끗한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입니다. ‘깨끗깨끗’ 정도로 옮기면 될 것 같습니다. 식(拭)은 물로 씻어 깨끗하게 하는 것입니다. 구름 뜬 물 사이로 솟아오른 연꽃은 물로 씻은 듯 새하얗기만 합니다. 투명한 흰빛은 햇빛이 통과한 듯 맑게 비칩니다.

넷째 구절에서 정정(亭亭)은 고요히 아무 움직임 없이 우뚝 솟은 모양을 가리키는 의태어입니다. ‘우뚝우뚝’ 정도로 옮기면 됩니다. 묘향(妙香)은 오묘한 향기라는 뜻으로 이는 부처님의 참된 법에서 풍기는 미묘한 향기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