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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은 쇠퇴기의 산업임을 잊지 말자!”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출판은 쇠퇴기의 산업임을 잊지 말자!” 편집자에서 출발해 민음사 대표 편집인을 지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에게 출판 산업 위기의 본질, 편집자의 길 등에 관해 들어 보았다. * 말도 많은 지금 출판 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그동안 문화 (운동) 차원에서 보는 출판을 보는 담론이 강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기본 구조를 서점에서도, 출판에서도 적용했다. 예전에는 ‘좋은 책’ 하면 누구에게나 통해서 심지어 상업적인 책을 만드는 편집자는 미안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적 베이스를 간직하면서도 산업적 성숙을 함께 이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같은 게 있다. 출판을 산업으로 분석하려면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많은 출판사는 사장 내지는..
나만의 인생을 만들고 싶을 때(사이토 다카시)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만의 인생을 만들고 싶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앞서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의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다. 특히 ‘고전’이라고 인정받는 책들은 큰 도움이 된다. 고전은 오랜 시간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책, 인류에게 원대한 비전을 주었거나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해 준 책이다.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살아남은 만큼 거기에는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소중한 가치들이 담겨 있다. ― 사이토 다카시 올해 열여섯 번째 책으로 고른 것은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오근영 옮김, 걷는나무, 2014)이다. 예전에 같은 저자가 쓴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홍성민 옮김, 뜨인돌, 2009)를 재미있게 읽은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골랐다. 일본의 신서가 흔히 ..
여행 블로그는 어떻게 책이 되는가? 지난 1월 14일 HK 여행작가아카데미에서 강연한 내용이다.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현실적인 충고를 해보려고 나름대로 애쓴 글이다. 여기에 옮겨 둔다. 아래는 HK 여행작가아카데미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이다. 링크를 붙여 인용한다. 여행 블로그는 어떻게 책이 되는가? 1. 저자가 아니라 편집자가 책을 내고 싶을 때에만 출판할 수 있다.자비출판을 할 게 아니라면 책은 필자가 내고 싶다고 해서 출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편집자의 눈에 들어야 출판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필자를 발굴하려고 할 때, 편집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편집자 눈에 들기란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가령, 편집자가 인천 여행을 여행자로서 가려고 할 때라면 블로그를 방문할 수 있겠지만, 편집자로서 인천 관련 여행서를 ..
상암동에 사무실을 열다 토요일 아침 상암동 사무실에 홀로 나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내일은 홍동에 내려가서 텃밭에 마늘과 양파를 심으려고 한다.아직은 마음을 조금 더 비우고 싶다. 찰랑이면서 일어나는 온갖 생각들에 익사하지 않도록. 현재 순천향대와 SBI 두 군데에서 고정으로 강의를 하고, 곧 《기획회의》에 연재를 시작한다.순천향대 강의와 SBI 강의는 맥락은 이어져 있지만, 강의 자체에 대한 내 관심은 다르다.순천향대 학생들한테 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진(Zine) 만들기라는 미디어 실천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떻게 해방적 연결-노드로서 자신을 발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미래의 책(편집) 역시 이 지점을 파고들어야 간신히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SBI 강의에서 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책의 가치사슬을 새롭..
편집은 책을 어떻게 바꾸는가 마쓰오카 세이고의 『독서의 신』(김정균 옮김, 추수밭, 2013)을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 마쓰오카 세이고는 나의 편집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 중 하나이다. 나는 그가 쓴 『지식의 편집』(변은숙 옮김, 이학사, 2004)을 통해 비로소 편집적 사고 방법을 익혔고, 간신히 편집의 기술에 입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나의 편집이 감각적이고 본능적이고 비체계적인 편집이었다면, 마쓰오카 학교에 입교한 이후에는 이성적, 구조적 편집으로 서서히 옮기게 되었다. 그물코출판사의 김수진 편집장한테 내가 『지식의 편집』을 읽어 보라고 권한 후, 내친 김에 한국어로 번역된 마쓰오카의 책을 모두 구입해서 함께 읽고 있다. 이 책은 『지(知)의 편집공학』(박광순 옮김, 지식의숲, 2006), 『만들어진 나라 일본』(이언숙 ..
더욱 편집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 오늘날 한국/세계 출판의 상황에 대해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과 대답, 그러니까 공부가 필요하다.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쉽게 추론하거나 예견하기 어려운 낯선 상황이 계속되는 중이다. 서점 기능의 지속적 약화, 출판 공론장의 구조적 붕괴, 이형 콘텐츠와의 출혈적 경쟁, 출판 자본의 단기 투기 자본화 등 거시적 요인들이 개별 출판 또는 서적이 쓰이고 만들어지고 팔리는 미시적 현장을 옥죄는 중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도서 정가제의 제한적 시행은 온라인 서점 등장 이전으로 출판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에는 조금의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복합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는 별다른 시사점이 있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낡은 절망이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분투를 불러일으킨다. 서점의 약화는 우리..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3일(월)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브라이언 오리어리(Brian O’Leary ), 「콘텐츠가 아니라 콘텍스트다」이 자료는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받은 것이다. 지난번 좌담이 있을 때 읽었는데, 오늘 시간을 내서 다시 꼼꼼히 살펴보았다. 조금 시간이 지난 글이기는 하나..
편집자는 고백해야 하는가? 요즘 출판계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본격 출판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의 첫 번째 방송 제목은 ‘사장님의 SNS’였다. 여기에 이른바 출판의 소셜화에 대한 고통스러운 유머가 있고, 신랄한 자기 긍정이 있으며, 변화에 대한 슬픈 응시가 있다. 출판이란 본질적으로 소통에 대한 것이고, 책은 그것을 위한 도구 중 하나이므로, 편집자나 영업자가 저자 또는 독자가 만나는 장을 열어 소통을 증진하는 것은 어쩌면 차라리 의무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 행위 앞에 고통, 신랄, 슬픔과 같은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이곳에서 길 잃게 한 것일까.편집자는 고백해야 하는가? 이 낯선, 그러나 신선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찾지 못했다. 소셜이 가져온 저비용 고효율의 마케팅은 말 그대로 저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