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편집

(39)
‘속도의 편집’이란 무엇인가?(기획회의 기고) 《기획회의》 422호에 기고한 「‘속도의 편집’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입니다. ‘속도의 편집’은 단순히 “책 빨리 내!”라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세상 변하는 속도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기획했던 이슈들은 빠르게 낡아서 독자들 관심 밖으로 사라져 버리고, 어느새 새로운 이슈가 등장합니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기획과 출간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빠른 속도가 얼마만큼 필요합니다. 하지만 편집과 속도가 만나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언론이나 방송과 같은 다른 미디어들이 권력이나 자본의 힘에 억눌려 언중에게 전해야 할 바를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때, 느린 미디어이자 소수 미디어였던 출판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1980년대에는 무크라는 형태의 잡지를 통해, 사회과..
책 한 권을 출간할 때, 편집비와 디자인비는 얼마가 적당할까요? 책 한 권을 출간할 때, 편집비와 디자인비는 얼마가 적당할까요? 국내에서는 관행상 가격이 정해져 있을 뿐 아직 관련한 자료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워낙 좁은 바닥이다 보니까 알음알음으로 가격을 책정해 진행할 뿐, 이런 자료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죠. 그런데 영국에서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통계 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온라인 출판 서비스 업체인 리드시에서 관련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리드시는 프리랜서 편집자 및 디자이너와 자가출판 저자를 모바일로 서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출판계의 우버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런던 북페어에서 퀀텀퍼블리싱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곳에서 이번에 편집자와 디자이너 2000명이 제시한 편집비와 디자인비를 조사하여 자료를 만들어서 발표했습니다. 어찌 보면 편집비와 디자인비의 국제..
[출판의 미래] 베테랑 편집자가 말하는 출판 불황의 해법(한국일보) “우리는 책의 미래를 개조할 수 있다. 책이 우리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재조정하고 독서의 불길을 다시 타오르게 할 수 있다.”《한국일보》 김혜영 기자가 제 책에 대한 자세한 기사를 써주었습니다. 오늘날 한국 출판은 디지털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가능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번 블로그에 소개했던 미국의 출판사 소스북스는 POD 기술을 받아들여 독자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독자들을 감동시키면 언제나 보답을 받습니다. 한국 출판도 분산 생산 등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고 있는 혁신의 물결에 하루빨리 동참해야 합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라고 하면,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으로, 콘텐츠 판매로 이동하는 것을 자꾸 생각하는데, 정작 저희가 고민할 부분은 책과 인간이 만나는 인터페이스를 혁신하는 겁니다. 출판 리..
[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안 팔리더라도 좋은 책을? 나는 "안 팔리더라도 좋은 책"이라는 출판 인터뷰의 키치가 아주 불편하다. 사실, 이런 말은 출판 생태계에서 저자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안 팔리더라도 좋은 책을 쓸 수 있다. 왜? 파는 것은 출판사와 서점이 책임질 터이고, 그러지도 못하면 출판될 수 없을 테니까. 자비로 40부를 인쇄해 단 7부가 팔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처럼 미래의 책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좋은 책을 내는 것은 출판사의 당연한 의무이며, 출판 생태계를 작동시키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아무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출판사는 저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팔리는 책만 출판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 건 출판의 타락일 터이다. 출판의 임무는 따로 있다.저자가 공들여 쓰고 편집자가 정성껏 만든 좋은 책을 독자가 발..
최근 출판의 4가지 베스트셀러 전략(대산문화) 베스트셀러는 늘 사후적 탐구의 대상이다. 책이 언제, 어떻게, 왜 팔리는지 미리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어쩌다 살짝 감이 있다. 내용을 읽고 콘셉트를 뽑고 배열을 고민하고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독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순간, 이 책은 다들 좋아해 주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아주 흔한 일은 아니다.베스트셀러는 통로이고 상징이다. 그 책을 읽는 독자를 보여 주고, 그 책이 있는 사회를 드러낸다. 모두 같이 꾸는 꿈 같다. 꿈꾸고 난 다음엔 누구나 한마디 말을 보탤 지도가 되지만, 아무도 일부러 그 지도를 그릴 수는 없다. 책은 ‘소수 미디어’에 속한다. 수천 명 정도, 잘해야 수만 명 정도, 내용에 대한 깊은 관심과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이 주로 읽는다. 베스트셀러는 비정상, 즉 제 영역을 넘어서 증..
[강좌] 출판 2.0 시대의 출판전략 입문 출판 1.0 시대가 저물었다. 출판사, 서점, 인쇄소, 언론사, 도서관 등이 나란히 성장하던 출판 산업의 가치사슬은 와해되었다. 책의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과정을 이루는 출판의 현재와 같은 관행들은 서서히 약해질 것이다. 출판의 임무를 혁신하면서 새로운 가치사슬을 이루려는 시도는 갈수록 강해질 것이다. 출판 환경의 변화가 삼중당과 정음사를 집어삼키고 고려원을 무너뜨렸듯, 오늘날 출판을 이끄는 거인들도 진화를 거부하면 한순간 난쟁이로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잭의 콩나무처럼 자라는 출판도 가능할 것이다. 출판 2.0은 출판의 중심을 개발에서 전략으로, 제품에서 독자로 이동시킨다. 출판 1.0 시대는 시장 내부에서 경쟁하는 법을 주로 다루었다. 출판기획은 주로 책을 둘러싼 환경을 통찰한 후, 시장을 ..
편집의 귀환 _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생각하다 (한국일보)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갔다 온 후 한국일보에 발표했던 칼럼입니다. 여기에 옮겨 둡니다. 아무도 책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출판의 미래는 누구나 고민한다. 올해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분위기를 이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고민은 열정을 낳고, 열정은 모험을 낳는다. 그 모험을 자극하고 현실화하려고 조직위는 작년부터 비즈니스클럽을 열었다. 전 세계 출판인을 불러 모아 최신 출판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소개하며, 서로 깊게 교류하도록 한 것이다. 오늘날 출판의 주요 이슈는 디지털 충격을 중심으로 크게 여덟 가지로 나눌 수 있다.첫째, 전자책을 비롯한 디지털 출판이 출판의 전 지형을 바꾸고 있다. 둘째, 자가 출판이 활성화되면서 저자의 독립성이 높아진다. 셋째, 온라인 또는 모바일 판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