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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나만의 인생을 만들고 싶을 때(사이토 다카시)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만의 인생을 만들고 싶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앞서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의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다. 특히 ‘고전’이라고 인정받는 책들은 큰 도움이 된다. 고전은 오랜 시간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책, 인류에게 원대한 비전을 주었거나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해 준 책이다.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살아남은 만큼 거기에는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소중한 가치들이 담겨 있다. ― 사이토 다카시



올해 열여섯 번째 책으로 고른 것은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오근영 옮김, 걷는나무, 2014)이다. 예전에 같은 저자가 쓴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홍성민 옮김, 뜨인돌, 2009)를 재미있게 읽은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골랐다. 일본의 신서가 흔히 그렇듯이, 큰 부담 없이 읽어가는 동안에 공부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삶의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권하는 책을 이렇게나 ‘무섭지 않은’ 방식으로 써 가도록 만드는 일본의 편집력은 항상 감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이 책은 아무지 노력해도 도무지 성장의 길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공부법을 다룬다.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 앞도 뒤도 보이지 않을 때, 흔들리지 않는 인생의 방향을 찾고 싶을 때,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사이토 다카시 나름대로 답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최고의 자기 계발은 “공부”라고, 그중에서도 “삶의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루 30분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을 윽박지르기보다는 다정한 목소리로 공부의 필요성을 아주 슬쩍, 소곤소곤 속삭인다. “하루 온종일 책을 읽고 공부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오늘 하루는 이걸 배웠지’ 하는 정도면 된다. 그리고 새로운 지혜를 얻었다는 기쁨을 만끽하자.”

이러한 비엄숙주의적 글쓰기를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들을 어쩌면 나는 오랫동안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읽는 사람의 영혼을 깊게 베어 피를 철철 흘리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가벼운 성장통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시키는 글쓰기. 어쩌면 이런 글쓰기가 가능한 것은 사회 전반의 문화적 성숙도가 높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래에 몇몇 구절을 옮겨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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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만의 인생을 만들고 싶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앞서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의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다. 특히 ‘고전’이라고 인정받는 책들은 큰 도움이 된다. 고전은 오랜 시간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책, 인류에게 원대한 비전을 주었거나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해 준 책이다.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살아남은 만큼 거기에는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소중한 가치들이 담겨 있다.


[삶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배운다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움의 기쁨은 삶을 다시 충만하게 채워 주기 때문이다. (중략) 배우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의 눈빛은 항상 반짝이고, 허무함이나 고독은 찾아볼 수 없다.


배우는 기쁨을 알면 혼자 남는 고독한 시간도 견딜 수 있게 된다. (중략) 공부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혼자서 몰입하는 고독한 작업이다. 사람 때문에 느끼는 것이 아닌, ‘충실한 고독’이라고나 할까. 함께 공부를 할 동료를 만날 수도 있지만 결국은 혼자의 힘으로 가는 것이 공부다. (중략) 공부하는 삶을 살게 되면 나만의 공부에 빠져들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반갑게 느껴진다. 


“날이 저물었으면 촛불을 켜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듣건대 소년이 배우는 것은 해 뜰 때의 별빛과 같고, 장년에 배우는 것은 한낮의 햇빛과 같으며, 노년에 배우는 것은 촛불을 밝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촛불이 밝은데 어두움이 어찌 함께하겠습니까?”(사광)


“만약 당신이 가진 도구가 망치 하나뿐이라면 당신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게 될 것이다.”(마크 트웨인) 


공부를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 새로운 사고법을 익히게 된다는 것은 내가 쓸 수 있는 도구가 많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략) 우리 인생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서 하나의 사고법, 하나의 전문 영역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지름길을 여러 개 두고 눈앞의 길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부로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한다는 것이다. 지금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변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너는 왜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무언가를 배울 때에는 온 마음을 다해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 배움이 즐거워서 모든 근심걱정도 잊어버린다. 그뿐인가. 나이가 들어서 늙음이 찾아오는 것조차 알지 못할 정도다.”(공자)


공자의 공부론에 따르면 공부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 인생의 마지막 날 숨을 거둘 때까지 평생 동안 인격을 수양하고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공부이고, 결국 삶을 산다는 것은 공부하는 것 그 자체인 것이다.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알려 주지 않고, 스스로 답답해하지 않으면 말해 주지 않는다. 네 귀퉁이 가운데 하나를 보여 주었는데 나머지 세 귀퉁이를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다시 가르쳐 주지 않는다.” (공자)


“스스로 어찌할까, 어찌할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공자)


공자는 하나의 정답이란 없으며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자가 평생 공부한 ‘인’이나 ‘예’ 같은 가치들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고,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적합한 행동이라는 것이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사실상 언제나 통하는 하나의 답이라는 게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스스로 생각해서 상황에 맞는 답을 찾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여겼다. 


유대인들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오늘 선생님께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좋은 질문을 하는 학생이 훌륭한 학생으로 평가받고, 학급의 리더가 된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토론과 질문으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며 공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생각하는 법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을 찾아 소리 내어 읽어 본다’는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그 부분만큼은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공부를 인생의 축으로 삼고 살고 싶다면, 그래서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먼저 공부 습관부터 들여놓자.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고,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책 읽는 습관이다.”(빌 게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