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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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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SNS, 독자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출판의 일은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고, 쓰기와 읽기를 이어 주며, 책과 인간의 만남을 창출하는 게 전부다. 문제는 둘을 잇는 기술과 방법이 늘 변한다는 데 있다. 독자는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소통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디어가 넘쳐나는 요즘엔 좋은 콘텐츠를 선별하고 책을 잘 만드는 일은 기본이고 텍스트·이미지·동영상 등 서브 콘텐츠를 이용해 독자와 대화할 줄 아는 출판사가 생존에 유리하다. 지난 20년 동안 출판은 확연히 달라졌다. 출판사마다 온라인 블로그를 열고 카페를 구축해 회원을 모으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어 독자와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은 ‘북스타그램’이 됐고, 유튜브는 ‘북튜브’로 변했고, 독자 모임은 ‘북클럽’과 ‘아카데..
출판의 미래, 연결에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우리는 자신이 일하는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초예측』(웅진지식하우스)에서 프랑스의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이 말한다. 일반적으로 ‘규모의 경제’는 물리적 재화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정의한다.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대량소비를 유도해 가격을 파괴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원리다. 저렴하고 잘 훈련된 대량의 노동력, 큰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싸고 넓은 토지, 부채를 포함해서 동원 가능한 대규모 자본 등 세 박자를 갖추면 비용을 낮추고 시너지를 높여 규모의 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 “재벌이라도 출판을 잘할 수는 없어. 출판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야.” 고(故) 박맹호 민음사 회장은 늘 말하곤 했다. ..
큐레이션과 서점의 진화 《기획회의》 450호(2017.10.20.)의 이슈는 “스타 점원의 시대”입니다. 이 이슈에 대해서 쓴 ‘여는 글’을 조금 보충해서 아래에 옮겨 둡니다. 《기획회의》에는 ‘오늘날의 서점은 경험을 판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큐레이션과 서점의 진화 “단단한 모든 것은 공중으로 사라진다.” 카를 마르크스의 말이다. 자본은 해방이다. 자본은 세상의 모든 것을 화폐로 환산함으로써 혈연이나 계급이나 신분이나 토지와 같은 낡은 봉건 질서의 가치를 완전히 분해해 버린다. 사랑이나 우정과 같이 도무지 화폐로 환산할 수 없는 것까지 계산하려는 자본의 폐해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세상의 본질은 정지가 아니라 운동이고 변화이며, 변화를 반영하고 가속화하는 자본의 운동 앞에서 단단하고 고정된 것은 하나도 존재할 수 ..
마케팅 4.0 시대의 출판 최근에 출간된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길벗, 2017)은 전통적 관점에서 시장을 대하던 사람들한테 엄청난 충격을 준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지점은 코틀러 자신을 마케팅 이론의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 잡아 준 상징 자산인 ‘시장 세분화와 목표 고객 설정, 브랜드 포지셔닝과 차별화’(STP), ‘제품, 장소, 가격, 프로모션’(4P)으로 이루어진 마케팅 믹스와 이에 기반을 둔 판매 전략의 유효성을 부인해 버렸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은 고객 가치의 창출과 획득, 마케팅 믹스를 통한 고객 가치 전달을 중심에 두고 있다. 코틀러 자신이 정리한 이 전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정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 마케터들의 교과서 역할을 해 왔던 『코틀러의 마케팅 원리』(제15판, 시그마프레스, 2015)에 ..
출판의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 미시마 구니히로의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를 읽다 출판의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미시마 구니히로,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를 읽다 편집자의 생명줄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데이터 또는 경험, 또 하나는 영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데이터는 조사로 만들 수 있고, 경험은 일해서 축적할 수 있지만, 영감이 바닥을 치면 끝이라는 것이다. 소진과 고갈의 허탈과 지루를 견뎌낼 만큼의 뻔뻔함이 있다면 아마도 이 일을 시작하지 못했을 터이다. 하루하루를 무의미와 멍 때림으로 흘려보내기에는 의미의 집적체인 책이 쏟아내는 아우라를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 미시마샤의 사장 미시마 구니히로도 그랬다. “‘뭘 위해서’ 하는지 잘 모르겠는 일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소화해 내는 와중에, 감각이 마비”되어 “생각해야..
작은 연결, 미래 출판으로 가는 법(기획회의 417호 여는 글) 기획회의 417호에 ‘여는 글’을 썼습니다. 저자와 독자가 연결되고, 독자와 독자가 연결되며, 책과 책이 연결되는 사회에서 출판 비즈니스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길어야 10년 내외에 책을 둘러싼 미디어 지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면서출판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들이 탄생하고 소멸할 것입니다.이런 시대에 출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질문을 작게 던져 보았습니다. 읽기와 쓰기의 가장 간단한 연결을 생각하자. 나는 작문을 하고, 선생님은 읽는다. 벌써 여기에서 연결의 세 가지 기본 항이 생겨난다. 먼저, 발신자인 ‘나’라는 노드와 수신자인 ‘선생님’이라는 노드, 선생님과 나를 연결하는 ‘링크’다. 간단한 연결이지만, 이 연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링크’의 성격에 대한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링크..
스마트폰만으로 종이책을 편집 가능한 전자문서로 만들 수 있는 세상에서 출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만 모르고 있었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단하게 책을 포함한 인쇄물을 전자문서로 바꿀 수 있었다. 실제로 따라해 보니 그 과정이 너무 쉬워서 놀라울 정도다. 스마트폰, 무료 PDF 어플 하나, 구글 문서만 있으면 된다. 이 과정을 설명한 Chiseok님의 블로그 포스트 「인쇄물을 편집 가능한 워드 문서로 만드는 방법 - 구글 문서 이용」을 보면서,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이야기한 바이지만, 출판의 미래를 근본에서 다시 상상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몇 자 적는다. 구글은 정말 갑이다!! 구글이 전 세계 도서관에 있는 책 수천만 권을 스캔하면서 확보한 문자 인식 기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글문서에 삽입해 두었을지는 몰랐다. 종이책을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스캔해서 편집이 가능한 전자문서로 만들 수 있다. ..
영국 출판시장의 2016 마케팅 트렌드 5가지 북비즈니스 온라인판에 실린 영국 출판시장의 2016년 마케팅 트렌드 5가지는 무척 흥미롭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영국의 출판 마케터들이 올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싶어 하는 마케팅 도구였다. (1) 소셜미디어, (2) 독자 직접 판매, (3) 온라인 서점, (4) 이벤트, (5) 뉴스레터 순이었다. 온라인 서점을 제외하면 모두 독자와 직접 연결된 상태로 마케팅을 전개하려는 열망에서 나왔다. 한국 출판사들의 마케팅이 서점 연결을 중심으로 하는 것과 상당한 대비가 된다. 이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좁디좁은 서점 공간에서 경쟁해 가면서 판매를 일으키려고 애쓰는 일은 많은 출판 마케터들한테 힘겹고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독자와 직접 연결되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험해 가면서 상황을 주도하게 되면 출판 자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