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職)/책 세상 소식

스마트폰만으로 종이책을 편집 가능한 전자문서로 만들 수 있는 세상에서 출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만 모르고 있었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단하게 책을 포함한 인쇄물을 전자문서로 바꿀 수 있었다. 실제로 따라해 보니 그 과정이 너무 쉬워서 놀라울 정도다. 스마트폰, 무료 PDF 어플 하나, 구글 문서만 있으면 된다. 이 과정을 설명한 Chiseok님의 블로그 포스트 「인쇄물을 편집 가능한 워드 문서로 만드는 방법 - 구글 문서 이용」을 보면서,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이야기한 바이지만, 출판의 미래를 근본에서 다시 상상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몇 자 적는다.



구글은 정말 갑이다!! 

구글이 전 세계 도서관에 있는 책 수천만 권을 스캔하면서 확보한 문자 인식 기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글문서에 삽입해 두었을지는 몰랐다. 종이책을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스캔해서 편집이 가능한 전자문서로 만들 수 있다. 

공용 DRM 같은 논의는 기술의 이런 진전 앞에 얼마나 허망한가.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책은 아무리 노력해도 물리적으로만, 즉 종이책 비즈니스로만 존재할 수 없다. 설사 그런 정책을 출판사 쪽에서 유지하려 해도 독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본문을 찍고 구글을 이용해서 간단히 전자 문서로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이를 방지할 수 있어도, 기술적으로 방지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종이책은 독자들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선제적으로 전자문서화해서 서비스해야 한다.

누구나 간단히 물리적 대상을 정보재로 전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종이책에만 목을 매는 출판은 그대로 목이 졸릴 우려가 높다. 콘텐츠 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 안에 ‘무료’를 향해서 떨어질 가망성이 크고, 따라서 콘텐츠에 다른 가치를 덧붙여서 제공하는 복합화 전략을 구사하는 일은 생존의 문제가 된다. 독자들이 원하면 언제 어디에서든지 어떠한 형태로든지 콘텐츠를 제공하는 액세서빌리티(Accessibility) 비즈니스의 세계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출판사의 미래전략은 일단 세 가지가 떠오른다. 정보화되기 전에 원하는 만큼 판매하는 속도전 전략, 정보재로 변하더라도 다른 가치를 덧붙여서 판매하는 복합화 전략, 연결을 활용해서 콘텐츠 소비 영역을 전 지구적로 확장하는 확대전 전략 등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자신이 보유한 책 콘텐츠를 개방적으로 이용할 줄 모르는 출판사는 서서히 약해질 것이다.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출판사는 그나마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24일에 열리는 2016 한국출판 컨퍼런스 발표를 앞두고 이런저런 궁리만 자꾸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