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자 지혜가 찾아왔다 ― 마리아 베테티니·스테파노 포지 엮음, 『여행, 길 위의 철학』을 읽고
《문화일보》에 쓰는 서평, 이번 주에는 『여행, 길 위의 철학』(책세상, 2017)을 다루었습니다. 여행을 통해서 지혜를 얻었던 철학자들의 삶을 다룬 책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나온 책답게, 이 책에 나오는 여행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들은 이탈리아를 지혜의 땅으로 만드는 데 복무합니다. ‘공간인문학’의 측면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기획이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길 위에 서자 지혜가 찾아왔다― 마리아 베테티니·스테파노 포지 엮음, 『여행, 길 위의 철학』(천지은 옮김, 책세상, 2017) 철학자들의 여행에 대한 책이지만 여행자들의 철학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때때로 정치적 탄압을 피하거나 개인적 야망을 달성하려는..
[문화일보 서평]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_ 로버트 라이시, 『자본주의를 구하라』(안기순 옮김, 김영사, 2016)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사람들은 경제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당연하다. 정치는 나와는 별 관련 없이 멀어 보이고, 먹고사는 문제는 피부로 와 닿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치는 지겨워하지만, 사실 정치가 무언가를 해결해 줄 수 없을 듯한 허무에 빠져 있지만, 경제를 정치와 무관한 것으로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을 퍼뜨리는 것이야말로, 부를 독점한 소수가 정말로 바라는 일이다. 로버트 라이시는 경제란 사회 바깥에 있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서만 비로소 그 사회적 실체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소수가 부를 독점할 뿐만 아니라, 대항적 세력의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부를 독점하기 쉽도록 경제적 규칙을 끝없이 세부적으로 고쳐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