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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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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결, 미래 출판으로 가는 법(기획회의 417호 여는 글) 기획회의 417호에 ‘여는 글’을 썼습니다. 저자와 독자가 연결되고, 독자와 독자가 연결되며, 책과 책이 연결되는 사회에서 출판 비즈니스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길어야 10년 내외에 책을 둘러싼 미디어 지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면서출판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들이 탄생하고 소멸할 것입니다.이런 시대에 출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질문을 작게 던져 보았습니다. 읽기와 쓰기의 가장 간단한 연결을 생각하자. 나는 작문을 하고, 선생님은 읽는다. 벌써 여기에서 연결의 세 가지 기본 항이 생겨난다. 먼저, 발신자인 ‘나’라는 노드와 수신자인 ‘선생님’이라는 노드, 선생님과 나를 연결하는 ‘링크’다. 간단한 연결이지만, 이 연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링크’의 성격에 대한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링크..
너무도 성급하게 가로짜기로 바꾸었다(심우진) 아쉽게도 오늘날의 책에서는, 전통과 수학적 규범에 바탕을 둔 납활자 조판의 엄격함도, 기계적 고효율에 바탕을 둔 사진 식자의 자유분방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민숭민숭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디지털과 관련한 정체성 혼란은 이전 시대를 훑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왜’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우진, 「20세기 본문 조판 유람기(1)」, 《기획회의》 415호, 2016년 5월 20일, 64쪽) 《기획회의》가 올 때마다 가장 꾸준히, 열심히 읽는 글은 심우진의 연재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이다. 그런데 이번 호에 실린 글은 특별히 흥미로웠다. 요즘 본문 편집의 비성찰적 장식성에 대한 불만을 적잖이 품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디지털과 관련..
모바일에서 책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기획회의 415호) 《기획회의》 415호 특집 ‘출판에서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름은 걸쳐놓았지만 사실상 이번 호부터 기획위원으로 본격 참여한 특집입니다. 소셜 리딩 사이트인 굿리즈를 인사이트 있게 분석한 교보문고 류영호 차장의 글이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이쪽 분야 뉴페이스인 원센텐스의 이가희 대표의 글과 함께 책의 발견성(discoverability) 문제를 고민하는 출판인들한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독자를 중심에 세워야 한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는 더 좋아하게 만들고, 무관심한 독자들에게는 책과 연결되는 매개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굿리즈(Goodreads)의] 오티스 챈들러가 ‘미니 인플루엔서(Mini Influencer)’는 출판시장에 큰 메시지를 던졌다. 스마트한 저자들과 독자들..
상암동에 사무실을 열다 토요일 아침 상암동 사무실에 홀로 나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내일은 홍동에 내려가서 텃밭에 마늘과 양파를 심으려고 한다.아직은 마음을 조금 더 비우고 싶다. 찰랑이면서 일어나는 온갖 생각들에 익사하지 않도록. 현재 순천향대와 SBI 두 군데에서 고정으로 강의를 하고, 곧 《기획회의》에 연재를 시작한다.순천향대 강의와 SBI 강의는 맥락은 이어져 있지만, 강의 자체에 대한 내 관심은 다르다.순천향대 학생들한테 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진(Zine) 만들기라는 미디어 실천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떻게 해방적 연결-노드로서 자신을 발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미래의 책(편집) 역시 이 지점을 파고들어야 간신히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SBI 강의에서 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책의 가치사슬을 새롭..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6일(일) 일주일 내내 읽기만 하고 기록할 수는 없었다. 잡다한 일들에 온통 마음이 쏠린 데다 어느 순간 고전의 번역에 시간을 여분의 시간 대부분을 빼앗겼던 탓이다. 그사이 많은 글이 곁을 스쳐 지나갔고, 또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드니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 리쩌허우의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앤 스콧의 『오래된 빛』(강경이 옮김, 알마, 2013)에 이어서 손에 든 책들은 정민의 『우리 한시 삼백수』(김영사, 2014), 한병철의 『시간의 향기』(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 그리고 《기획회의》 360호이다. 정민의 번역은 기지 넘치..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1일(토)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리쩌허우,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중에서 ― 사상가들과 한 시대에 명성을 떨쳤던 각종 낭만파는, (중략) 독일이 분산되고 낙후되고 연약한 상태에서 통일되고 강대하고 풍족해지는 과정..
출판과 편집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연말에 며칠 쉬면서 책과 출판과 글과, 무엇보다도 삶에 대해서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았다. 자기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늘 두려운 일이다. 내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끈질기게 나를 물고 늘어졌다. 망오십을 앞둔 삶이 갑자기 부닥치게 되는 답답한 공포라고 해야 할까? 새해를 앞둔 그저그런 의례적 공포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 시간 속에서 하릴없이 끙끙거렸다. 그 와중에 틈틈이 내년에 나올 번역서의 교정을 보고, 또 밀렸던 책과 원고를 읽었다.편집자 생활 20주년 기념 스페인 여행 때 내가 내렸던 답은 '읽기'였다. 내 삶의 대부분이 '읽기'로부터 나왔으니 결국 그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사적 삶의 결심과 공적 인생의 사업이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일까? 때마침 새해 회사 신..
지금, 출판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기획회의》 기고) 《기획회의》 356호에 여는 글을 썼다. 이번 호 특집은 2013년 출판계 키워드 50으로 올해를 돌이켜보고 내년을 전망하자는 것이다. 해마다 11월 마지막 호는 이 특집으로 꾸려진다. 여는 글 역시 이에 걸맞았으면 했는데, 쓰다 보니 그러지 못하고 조금 우울한 어조가 나와 버렸다. 아마 글을 쓸 때 감기로 몸이 아팠던 탓일 터이다. 어쨌든 아래에 옮겨서 기록해 둔다. 어려운 시절(Hard Times)!산업 자본주의가 확산되던 시절, 고난에 빠진 영국 노동계급의 처참한 삶을 보여주려고 찰스 디킨스는 자기 소설의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오늘날 한국출판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누군가 같은 이름표를 붙이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말과 글’의 비즈니스답게 해마다 출판은 수많은 화제들을 쏟아내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