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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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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작가 윤태호는 만화 스토리 공부를 어떻게 했는가? 얼마전 『미생』의 작가 윤태호를 만나서 인터뷰할 일이 있었다. 이 기회를 틈타서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몇 가지 물어 보았다. 만화의 이야기를 짜는 솜씨가 남다른데, 어떻게 이야기 공부를 했는지, 마감에 쫓기면서 작품을 하려면 힘들 텐데, 위기 관리 비결이 있는지 등이다. 아래에 따로 소개한다. 전문은 443호에 실린다. 책만 많이 읽으면 좋은 독자가 될 뿐이다. 작가가 되려면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다. 『미생』의 작가 윤태호는 만화 스토리 공부를 어떻게 했는가? 장은수(이하 장) 『미생』도 그렇고, 『내부자들』도 그렇고, 윤태호 작가의 작품은 소설로 옮기고 싶을 만큼 이야기가 아주 강렬하다. 특별히 이야기에 신경 쓰는 이유가 있는가?윤태호(이하 윤) 이미 지식과 정보는 온갖 곳에 넘쳐난다. 하지만 대부분 ..
[서점의 미래를 찾아서] ‘백년 서점’을 꿈꾸다 《기획회의》에 새 연재를 시작한다. 기존의 글을 단행본으로 마무리하는 작업도 마치지 못한 몸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는 게 많이 부담스럽지만, 송인서적 부도 이후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을 듣다 보니, 현장에서 또다시 지혜를 얻고 싶어졌다. 현대적 의미의 서점이 등장한 지, 벌써 100년을 훌쩍 넘었다. 방각본 책들을 사고팔던 조선시대 후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서점은 정보화의 거대한 쓰나미 속에서 갈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만 보인다.작년에 우리 곁에서 독립서점(기존 서점업계에서는 ‘트렌드서점’이라고 부른다) 열풍이 일어났고, 아직 그 열풍이 진행 중이지만, 이들만으로 ‘서점의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출판 현장에 오랫동안 있었..
우리는 항상 광장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왔다 갔을 뿐이죠 _ 김민섭, 이민경, 천주희를 만나고 나서 이번호 《기획회의》 특집은 ‘2017년 기대되는 신예 저자들’이다. 작년에 책을 낸 신인들 중에서 주목할 저자를 큐레이션 해서 소개하는 특집이다. 그 앞머리에 『대리사회』(와이즈베리)의 김민섭,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봄알람)의 이민경,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사이행성)의 천주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들이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 세대의 감수성을 솔직하게 담았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작년 말에 ‘올해의 책’으로 여기저기 추천한 책들이었다. 세 사람의 속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마음에, 기꺼이 사회를 수락한 후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한 후 마음을 다져먹고 정담을 진행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소 부끄러웠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의 신년 ..
2016년 출판계 키워드 요약 연말이면 한 해 출판계를 정리하는 글을 여기저기에 쓰게 된다. 올해도 부지런히 책을 읽고 출판을 들여다보면서 보냈지만,이런 글을 쓸 때마다 몇 마디 말로 책의 풍요를 압축할 수 없어서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된다. 출판 전문지인 《기획회의》는 해마다 연말이면 출판계 키워드 30을 뽑아서 한 해의 출판을 정리한다.이 특집이 실린 《기획회의》 429호 여는 글에서 이를 요약해 보았다. 또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솟구침과 곤두박질의 롤러코스터에 적절히 올라타서 온갖 묘기를 부리는 일은 출판 편집자의 운명과 같지만, 올해는 유난히 일이 많고 말 또한 무성했다. 초연결사회에 걸맞게 순식간에 화제가 응집하고 소멸하는 ‘하이콘텍스트’ 시대가 열리면서 이에 따른 출판의 대응도 기민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앎에..
‘될 만한 책’이라는 사고방식을 넘어서 《기획회의》 여는 글로 쓴 글입니다. 출판 현장의 여러 선후배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될 만한 책, 어디 없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립니다. ‘한 방’이라고 바꾸어도 좋을 겁니다. 저는 항상 이 말이 어떤 역사적 조건에서 이 같은 자연스러움을 얻었을까를 고민하곤 했습니다. 잘 팔리는 책을 기획하는 것은 물론 출판 사업의 핵심이지만, ‘될 만한 책’이 사업 운영의 중심에 서는 출판은 적어도 직원들과는 함께 오래 갈 수 없습니다. 회사의 장기적 가치가 생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괜찮은 출판사의 연매출이 소기업 수준에 대부분 머무르는 이유도 출판사업의 기본 구조가 이 말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얼마전 SBI 학생들이 출판계에 입문하기 위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이..
문학의 마케팅, 어떻게 할까 이 글은 《기획회의》 419호(2016년 7월 5일)에 발표한 것이다. 문학 마케팅의 기본을 확인하고 이를 정리해 두려는 목적으로 썼다. 문학의 마케팅이 다른 책의 마케팅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겠으나, 작품은 그 비목적성과 작가 브랜드가 월등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차별화 요소가 있다. 아래에 옮겨 둔다. 문학의 마케팅, 어떻게 할까 초여름 밤, 갑자기, 번개가 이루어졌다. 사실, 흔히 있는 일이다. 전화와 문자로 사발통문을 돌려 편집자들, 작가들, 기자들이 모여들고, 문학에 대한 온갖 이야기가, 여기저기 건너뛰면서, 활짝, 꽃을 피운다. 그러다 그날은, 어느새, 문학의 마케팅을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기억이 선명하다. 평소, 만드는 이야기는 많이 해도, 파는 이야기는 거의 안 한다. 마음에 상처 날까 ..
신봉건주의를 넘어서(기획회의 여는 글) 《기획회의》 421호(2016년 8월 5일)에 「여는 글」을 썼다. 우치다 다츠루의 『반지성주의를 말한다』를 읽으면서, 오늘날 출판의 가장 큰 적은 디지털이나 모바일이 아니라 반지성주의에 기반을 둔 ‘신봉건주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회의 부와 기회를 소수가 전적으로 독점하는 양극화는 철회되지 않을 것이고, 그 소수는 나머지 다수에게 타자와 더불어/함께 자유를 추구하는 대신에 말초적 쾌락에 혼몽을 꾸도록 유혹하는 짓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개돼지의 사육’이라는 교육시스템을 향한 가차 없는 전진이 이룩할 반지성주의의 범람. 책에 무척 적대적인 이런 흐름에 출판이 저항할 이유는 넘치도록 충분하다. 문제는 리더십일 뿐. 우치다 다츠루가 편집한 『반지성주의를 말한다』(이마, 2016)는 본래..
자본도 재능도 없이 누구나 서점을 하는 세상을 위하여 _이시바시 다케후미의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을 읽다 책과 출판과 서점에 대한 담론이 사회적으로 크게 조명받으면서, 갑자기 출판이나 서점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정말 창의적이고 지사적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일, 기적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조차도 엄청난 간난신고를 겪어야 간신히 미미한 빛을 던질 수 있는 대단한 직업으로 우상화되었다. 1990년대에 출판계를 풍미하다 거품으로 스러진 ‘기획자’ 또는 ‘북 프로듀서’ 열풍이 옆줄로 옮겨가서 살짝 변주되어 도돌이표로 돌아온 느낌이다. ‘큐레이션’이니 ‘콩세르주’니 ‘서점의 기획’이니 하는 개념이 범람하면서, 사소하고 지루하고 고된 일상 노동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출판, 서점, 디자인, 인쇄 등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않을 것처럼 저 멀리로 밀려난 느낌이다.(나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