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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플롯을 짜는 데 도움이 되는 열 가지 질문 미국의 소설가 로저 콜비(Roger Colby)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소설 플롯을 짜는 데 도움이 되는 열 가지 질문」을 올렸다. 미국적이지만 재밌어 보여 간단히 번역해 소개한다. 1)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사건은 무엇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2) 당신 또는 당신이 아는 누군가에게 그 일이 어마어마하게 부당하다고 느꼈던 사건은 무엇인가?3)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만약 당신이 작가라면 그 영화를 어떻게 마무리했겠는가?4) 좀비 종말 시대가 왔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5) 당신은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가? 그중 두 가지 이야기를 골라서 두 이야기를 섞어서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라.6)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디로 가서 어떤 날짜에 돌아올 것인가..
예술가란.... 진정한 예술가는 시대의 꿈과 이상을 창조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 파블로 피카소 무용가 최승희가 유럽 공연을 갔을 때, 객석에 있던 파블로 피카소가 그녀의 춤에 감명을 받아 즉석에서 그녀의 모습을 종이에 그려 주면서 했다는 말이다. 천재의 한마디에서는 어떤 깊이가 저절로 깃드는 법이다. 학창 시절 최승희의 모습을 처음 사진으로 접했을 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더없이 아름답고 우아한 선으로 이루어진 신체가 가슴속으로 파고들어 끊임없이 파문을 일으키던 기억.
‘편집자’는 어디에 있는가 - 사상사 연구에서의 편집자의 위치 편집자는 지식 또는 사상의 구조에서 잊힌 좌표로 표시된다. 그것은 근대 출판에서 지적 재산권의 소유자, 즉 사상의 주인을 표시하기 위한 구조적 필연성의 결과이자 주체의 결단, 스스로 대중의 눈밖에 있기를 바랐던 직업적 편집자들의 사명 탓이다. 최근 사상사 속에서 이 잊힌 좌표를 복원하려는 논문을 한 편 읽었다. 일본 세카쿠인대학 교수로 있는 후카이 도모야키(深井智朗)의 논문 「20세기 신학 사상과 무대 뒤의 편집자들」이다. 이 논문은 사상사의 전개 속에서 편집자들이 어떻게 움직여 왔는가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편집자가 사상의 발전 속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여기 구절 몇 부분을 소개해 읽고 난 감동을 대신한다. 지금까지의 사상사 연구는 ‘저자로서의 사상가’, 혹은 그 저자에 의해서 집필되..
도서관, 서점, 그리고 출판을 생각하다 도서관이 미디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게 도서관은 사람들의 기억이 쌓이고 모여서 전달되는 공간이 아니라 책들의 시체가 층층이 쌓여 있거나 창백한 얼굴의 학생들이 시험 공부에 몰두하는 거대하고 차가운 건물일 뿐이었다. 불행히도 편집 일을 하기 전에는 도서관에서 사서와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 위해 주고받는 말 외에 다른 대화를 한 기억이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서점이 미디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도 역시 어렵다. 점원들과 책과 세계에 대한 한마디 대화도 하기 어려운 한국의 서점은 더욱더 그렇다. 한국의 서점은 대부분 책이라는 상품을 돈과 교환하는 물신의 장소일 뿐이다. 오로지 매출을 위한 이전투구가 있을 뿐, 서점을 통해 인류가 기억할 만한 문화를 같이 만들고 확산한다는 공유의 원리는 한여름밤..
예술이란 무엇인가?(헨리 밀러) 한 사이트에서 헨리 밀러의 글을 만났다. 예술에 대한 멋진 정의가 가슴을 사로잡았다. 여기 가져다 번역해 둔다. 예술적 본능의 뿌리에는 권력, 그러니까 대리 권력에 대한 욕망이 있다. 예술가는 계층적으로 영웅과 성인 사이에 위치한다. (중략) 단순하게 말하면, 예술은 현실에 디딤돌을 놓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입사(入社) 의식을 겪는 통로이다. 인간의 의무는 스스로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행하는 창조 행위는 본래 타당한 것은 하나도 없음을 보여 준다. 인간은 각성하는 데 봉사해야 한다. 그것이 전부다. (헨리 밀러) 나는 예술가 타입에 대한 고집이 없다. 내게는 천재를 향한 욕구가 없다. 내게는 순교하려는 욕구가 없다. 내게는 대속을 향한 욕구가 없다. 내게는 소수의 편에서 아름다움을 ..
자본은 어떻게 출판을 살해했는가?(번역) 전자책 시대로 접어든 이후, 사람들은 끊임없이 출판에 대해 질문해 왔다. 이제 서점은 작가들 또는 예비 작가들에게 출판사 없이 독자들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한다. 작가들은 자신이 쓴 작품을 정해진 플랫폼에 올리고, 메타 데이터를 입력한 후,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작품은 출판을 거절당하거나 수정을 요구받는 등의 치욕스럽고 귀찮은 일 없이 독자들이 늘 읽기를 기다리는 드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서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출판사와 공급가와 관련한 협상을 벌이고 마케팅을 둘러싼 온갖 대립도 없이 작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서점 영업자들은 이제 작품이 불러오는 초기 반응을 잘 살피다가 특정 작품에서 기회를 포착해 공격적 노출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
모든 사람을 위한 영화 vs 소수를 위한 영화 오늘 아침 미국의 영화 비평가 데이비드 덴비(David Denby)가 쓴 글을 읽다가 아래와 같은 부분을 마주쳤다.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곱씹어 볼 만한 부분이 많아서 여기에 번역해 둔다. 이 글을 읽으면서 모든 사람을 위한 소설을 쓰는 작가, 모든 이를 위한 시를 쓰는 시인의 재도래를 고대하는 게 다만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사소한 기술적 진전보다는 영혼을 건 위대한 도전에 몰두했던 시대가 그립다. 과거의 위대한 감독들(데이비드 그리피스, 찰리 채플린, 프리드리히 무르나우, 장 르누아르, 월터 랭, 존 포드, 호워드 호크스, 앨프리드 히치콕, 오슨 웰스, 로베르토 로셀리니, 비토리오 데 시카, 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 잉마르 베리만, 젊은 프랜시스 코플라, 마틴 스콜세즈, 로버트 올트먼 ..
펭귄랜덤하우스의 탄생이 뜻하는 것(한겨레 칼럼) 지난 10월28일, 책과 지식의 역사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사건이 일어났다. 6개월간의 비밀 협상 끝에 영국의 ‘펭귄’과 미국의 ‘랜덤하우스’가 합병해 세계 최대의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 이후 음반 산업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어쩌면 전세계 출판을 홀로 좌지우지할 슈퍼 메가 출판사의 출현을 향한 흐름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당장 두 회사와 함께 이른바 ‘빅6’을 이루어온 하퍼콜린스, 사이먼앤드슈스터, 리틀브라운, 맥밀런 등의 움직임들이 심상치 않다. 생존을 위해 그들 역시 합병으로써 회사 규모를 키우려는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합병의 결과, 펭귄랜덤하우스는 당장 영미 서적 시장의 4분의 1을 단숨에 장악하고, 브라질·인도 등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