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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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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0] 기우불가급야(其愚不可及也) _ 그 어리석음은 따를 수 없다 5-21 공자가 말했다.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 지혜를 드러내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어리석음을 보였다. 그 지혜는 따를 수 있으나 그 어리석음은 따를 수 없다.” 子曰, 甯武子, 邦有道則知, 邦無道則愚. 其知可及也, 其愚不可及也. 은둔과 출사의 때를 잡는 일은 정말 어렵다. 공자는 위나라 대부 영유의 예를 들어 나아감과 물러섬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영유에 대한 공자의 품평은 세간의 상식을 파괴한다. 흔히 세상이 어지러울 때에는 뒤로 물러서 몸을 지키고, 세상에 도가 바로 섰을 때에는 나아가 뜻을 펼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유는 반대로 행하면서 살았다. 그는 나라의 정치가 잘될 때에는 한 걸음 물러서서 스스로 공적을 자랑할 일을 하지 않았다. 흐르는 대로 두어도 세사가 이치에 맞을 것이기에 굳이..
[시골 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9] 공야장(公冶長) _공자의 사위 이야기 5-1 공자가 공야장을 두고 이야기했다. “사위 삼을 만하다. 비록 옥에 갇힌 몸이지만, 그의 죄는 아니다.” 그러고는 자기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 子謂公冶長, 可妻也, 雖在縲絏之中, 非其罪也. 以其子妻之.공자는 제자들을 평하면서 가장 먼저 사위인 공야장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고는 그가 범죄 혐의로 옥에 갇힌 사람임을 환기한다. 고대에는 연좌의 위험이 있었기에, 죄인과 인척을 맺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공야장의 어떤 점을 좋게 보았기에 공자가 딸을 시집보낼 만하다고 말했는지는 문장에서는 알 수 없다. 공야장이 실제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자가 이런 사람에게도 딸을 시집보낸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공자는 사람 보는 눈이 아주 비범했던 것이다. 공자는 세간의 눈이 아니..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8] 삼사이후행(三思而後行) _ 세 번 생각하고 행하다 5-20 계문자는 세 차례 생각한 후 행했다. 공자가 그 말을 듣고 이야기했다. “두 번이면 된다.” 季文子三思而後行. 子聞之, 曰, 再斯可矣. “사람이 항상 생각하지 않는 탓에 죄를 짓는다.” 하고 다산은 말했다. 어떤 일을 행하기에 앞서서 사태의 이치를 깊이 따져 물어 나아갈 길을 똑바로 하는 일은 당연하다. 문제는 생각을 지루하게 끌다가 행할 때를 놓칠 수도 있고, 생각만 하다가 해도 전혀 행하지 못할 때도 있으니, 생각하되 얼마만큼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두 번만 생각해도 충분하다는 공자의 말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한다. 옳은 일을 행할 때에는 일단 실천부터 하고 볼 일이지 생각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일 수도 있고, 막상 일을 당하면 실행하지도 않을 것이면서 깊이 생각하는 척만 한다고 비난하..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7] 행유여력(行有餘力) _행하고 남은 힘이 있으면 1-6 공자가 말했다.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가면 효도하고 밖으로 나오면 공손하며, (몸가짐이) 삼가면서도 믿음직스러우며, 널리 뭇 사람을 사랑하고, 어진 이를 가까이해야 한다. 이를 행하고도 남은 힘이 있으면, 곧 글을 배우는 법이다.” 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제자(弟子), 입즉효(入則孝), 출즉제(出則弟), 근이신(謹而信), 범애중이친인(汎愛衆而親仁). 제자(弟子)는 보통 스승을 모시고 그 아래에서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이 문장에서는 ‘젊은이’를 뜻합니다. 즉(則)은 ‘~하면 곧’이라는 뜻으로 조건에 따른 결과를 표시합니다. 입(入)은 집으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제(弟)는 형을 공손히 대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사회의 여러 윗사람을 ..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5] 삼성오신(三省吾身) _세 가지로 내 몸을 반성하다 1-4 증자가 말했다. “나는 매일 내 몸을 세 가지로써 반성한다. 남을 위해 일을 꾸미면서 충성을 다하지 않았는가? 벗과 더불어 사귀면서 믿음직하지 않았는가? 전해 받은 바를 익히지 않았는가?”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왈(曾子曰)증자(曾子)는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 말년의 제자입니다. 공자보다 마흔여섯 살 어렸습니다. 이름은 삼(參)이고, 자는 자여(子輿)입니다. 아버지 증점(曾點)도 공자의 제자였습니다. 공자 사후에, 유약과 함께 내면적 성찰과 수신을 중요시하는 학파를 이끌었으며, 점차 영향력을 발휘해서 유가(儒家)의 틀을 완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리쩌허우는 증자를 “유학에 종교적 도덕을 도입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심부재언(心不在焉,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이른바 몸을 닦는 것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은, 몸에 분하고 성냄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요, 무섭고 두려워함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요, 좋아하고 즐김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요, 근심하고 걱정함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이를 일컬어 몸을 닦는 것은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놓여 있다고 한 것이다. 所謂修身在正其心者, 身有所忿懥, 則不得其正, 有所恐懼, 則不得其正, 有所好樂, 則不得其正, 有所憂患, 則不得其正.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此謂修身在正其心. 전(傳) 7장은 8조목 중에서 ‘정심(正心)’을 풀이..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성의(誠意, 뜻을 정성스럽게 하다) 이른바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한다는 말은 자기를 속이지 않음이니, 고약한 냄새를 싫어하는 것과 같고 아름다운 색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를 일컬어 스스로 편안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음을 삼가는 법이다.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 故君子必愼其獨也. 전(傳) 5장은 건너뛰고 곧바로 6장으로 넘어갑니다. 주희는 5장에 “차위지본(此爲知本), 차위지지지야(此爲知之至也).”라는 문장만 있음을 기이하게 생각했습니다. 8조목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해설하는 부분이 세월이 지나면서 누락되었다고 여긴 것입니다. 이에 ‘보망장(補亡章)’이라고 해서 본인이 직접 그 내용을 상상해서 보충해 넣었습니다. 일단 이 부분은 건너뜁니다. 후대의 창작..
[논어의 명문장] 오소야천(吾少也賤, 나는 어렸을 때 천했기에) 태재(大宰)가 자공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성인(聖人)이신가? 어찌 그렇게 능한 일이 많으신가?”자공이 말했다. “진실로 하늘이 그분을 성인이 되게 하시고, 또 능한 일이 많도록 하셨습니다.”선생님께서 그 말을 듣고 말씀하셨다.“태재가 나를 아는구나! 나는 어렸을 때 천했던 탓에 비천한 일들에 능한 것이 많았다. 군자가 능한 일이 많으냐? 많지 않느니라.”大宰問於子貢曰, 夫子聖者與? 何其多能也. 子貢曰, 固天縱之將聖, 又多能也. 子聞之, 曰, 大宰知我乎! 吾少也賤, 故多能鄙事. 君子多乎哉? 不多也.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재주와 능력은 많을수록 좋다고 흔히 생각한다. 공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성인은 많은 일에 능한 것과 관련 없다고 믿었고, 군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