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 계문자는 세 차례 생각한 후 행했다. 공자가 그 말을 듣고 이야기했다. “두 번이면 된다.” 季文子三思而後行. 子聞之, 曰, 再斯可矣.
“사람이 항상 생각하지 않는 탓에 죄를 짓는다.” 하고 다산은 말했다. 어떤 일을 행하기에 앞서서 사태의 이치를 깊이 따져 물어 나아갈 길을 똑바로 하는 일은 당연하다. 문제는 생각을 지루하게 끌다가 행할 때를 놓칠 수도 있고, 생각만 하다가 해도 전혀 행하지 못할 때도 있으니, 생각하되 얼마만큼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두 번만 생각해도 충분하다는 공자의 말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한다. 옳은 일을 행할 때에는 일단 실천부터 하고 볼 일이지 생각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일 수도 있고, 막상 일을 당하면 실행하지도 않을 것이면서 깊이 생각하는 척만 한다고 비난하는 뜻일 수도 있다. 주희는 말했다. “군자는 이치를 궁구함에 힘쓰면서도 과감히 결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한갓 많이 생각하는 것만을 최고로 여기지 않는다.” 공자는 늘 행함에 민첩하고 말은 더디게 할 것을 부탁했는데, 두 번이면 충분하다고 한 이치가 그와 통하지 않겠는가. 리쩌허우는 너무 많이 생각하면 이해관계를 너무 세세하게 따지기 쉬우므로 도리어 오류를 낳는다고 했다.
계문자(季文子), 삼사이후행(三思而後行).
계문자(季文子, ?~기원전 568)는 노나라 대부 계손행보(季孫行父)를 말한다. 장문중의 뒤를 이어 노나라 정치를 책임진 계손행보는 삼환의 한 가문인 계씨 집안의 가주로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죽었을 때 “집안에 명주나 비단을 입은 여자가 없었고, 사람이 먹는 곡식을 먹는 말이 없을” 정도로 청렴했다. 그는 주로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는데, 다른 나라에 사신으로 가려 할 때에는 관련한 예법 등을 꼼꼼하게 조사해서 준비한 후에 떠나곤 했다. 이런 이유로 그가 세 번 생각한 후에 비로소 행한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계문자는 군대를 일으켜 제나라를 공격한 적이 있고, 또 노나라에서 군주가 시해되었을 때 제나라로 사신을 간 일이 있었다. 명나라 말의 학자 이지는 이 사실을 들어서 “멋대로 군사를 일으킨 일과 역적에게 붙은 일을 보면 두 번도 생각하지 못했거늘 어찌 세 번 생각한 뒤 행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때, 삼사(三思)는 여러 번 생각한다는 말로 비꼬는 뜻이 담겨 있다. 정약용 역시 이지를 좇아서 이를 비난하는 말로 풀이했다. “사람들이 계문자가 세 번 생각한 뒤라야 행동했다는 말을 믿자, [공자가] 그것을 비꼬아 두 번이면 충분하다고 한 것이다. 두 번 생각도 못하는데, 어찌 세 번 생각을 하겠는가? 두 번 생각만 했더라면 악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게 아닌가?” 한편, 정이는 세 번 생각하면 사적인 감정이 개입하게 되므로 이를 경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논어계』에서는 “세 번이나 생각하는 것은 일을 잘 처리하려는 생각이 너무 깊어서 지나치게 삼가는 것”이라고 했다.
자문지(子聞之), 왈(曰), 재사가의(再斯可矣).
재(再)는 ‘두 번’이 아니라 ‘적당한 정도로 거듭’으로 새겨야 한다. 리링은 “긍정적으로 한 번 생각하고, 그 반대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하는 것, 즉 이로움과 불리함 쪽에서 한 번씩 생각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사(斯)는 ‘곧’이라는 뜻이다. 정현은 “계문자는 충성스럽고 현명하게 행동했으므로, 그가 일을 하면 과실이 적었다. 그러니 세 번까지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이 문장을 “두 번만 생각해도 족했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주희는 그와 반대로 세 번이나 생각할 필요 없이 두 번이면 충분하다고 주석했다. 김용옥은 오래, 많이 생각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을 수만은 없으니, 주희의 해석이 탁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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