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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논어 공부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7] 행유여력(行有餘力) _행하고 남은 힘이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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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말했다.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가면 효도하고 밖으로 나오면 공손하며, (몸가짐이) 삼가면서도 믿음직스러우며, 널리 뭇 사람을 사랑하고, 어진 이를 가까이해야 한다. 이를 행하고도 남은 힘이 있으면, 곧 글을 배우는 법이다.” 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공자 초상


제자(弟子), 입즉효(入則孝), 출즉제(出則弟), 근이신(謹而信), 범애중이친인(汎愛衆而親仁). 

제자(弟子)는 보통 스승을 모시고 그 아래에서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이 문장에서는 ‘젊은이’를 뜻합니다. 즉(則)은 ‘~하면 곧’이라는 뜻으로 조건에 따른 결과를 표시합니다. 입(入)은 집으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제(弟)는 형을 공손히 대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사회의 여러 윗사람을 공경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주희에 따르면, 근(謹)은 행함에 상도(常道, 변치 않는 도리)가 있는 것(行之有常也)이며, 신(信)은 말함에 실질이 있는 것(言之有實也)으로 보았습니다. 말할 때에는 실질이 있어야 하고, 행할 때에는 신중하게 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약용(丁若鏞)도 비슷하게 풀이했습니다. 그러나 장백잠(蔣伯潛)은 효제(孝悌)는 행함, 근신(謹信)은 말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신중히 말하면 믿을 수 있음을 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범(汎)은 ‘널리, 차별 없이’라는 뜻(김도련)입니다. 이는 계급사회였던 당시를 염두에 두면, 대단히 신선한 발상입니다. 친인(親仁)에서 인(仁)은 ‘어진 사람’을 뜻합니다. 인(人)으로 읽어야 한다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때는 ‘사대부 이상의 계층’을 말합니다.


행유여력(行有餘力), 즉이학문(則以學文)

리링에 따르면, 행(行)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禮)를 실천하는 것이지 예 자체는 아닙니다. 학(學, 배움)과 대비되는 말로, 배움이 따로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배움의 내용은 ‘예’입니다.

이학문(以學文)은 본래 이지학문(以之學文)으로 써야 합니다. 그러나 이(以)는 흔히 목적어가 생략된 채 쓰입니다. 마융(馬融)은 문(文)을 “옛 사람이 남긴 글”(古之遺文也)이라고 했습니다. 정현(鄭玄)은 도예(道藝)라고 했으며, 주희는 시서육례(詩書六藝)를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배병삼은 ‘문’이란 오늘날의 학문(學問)이 아니고 실천을 통해 깨달아 아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주희는 “힘써 행하기만 하고 글을 배우지 않으면, 성현들이 이룩한 법도를 살피면서 사리의 마땅함을 알지 못하고, 행하는 바가 때때로 사사로운 뜻에서 나오게 되어 단지 조야한 데로 빠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본말을 정해 둔 것일 뿐, 행함과 배움,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배우는 이들에게 ‘무엇을 위해 공부할 것인가’를 준엄하게 묻는 뜻이 담겼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