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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논어 공부

[논어의 명문장] 오소야천(吾少也賤, 나는 어렸을 때 천했기에)

태재(大宰)가 자공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성인(聖人)이신가? 어찌 그렇게 능한 일이 많으신가?”

자공이 말했다. 

“진실로 하늘이 그분을 성인이 되게 하시고, 또 능한 일이 많도록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말을 듣고 말씀하셨다.

“태재가 나를 아는구나! 나는 어렸을 때 천했던 탓에 비천한 일들에 능한 것이 많았다. 군자가 능한 일이 많으냐? 많지 않느니라.”

大宰問於子貢曰, 夫子聖者與? 何其多能也. 子貢曰, 固天縱之將聖, 又多能也. 子聞之, 曰, 大宰知我乎! 吾少也賤, 故多能鄙事. 君子多乎哉? 不多也.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재주와 능력은 많을수록 좋다고 흔히 생각한다. 공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성인은 많은 일에 능한 것과 관련 없다고 믿었고, 군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공자가 보기에 성인이란 슬기를 타고나 한 차례조차 곁길로 벗어나지 않은 요임금, 순임금 같은 사람이고, 군자 역시 자잘한 일들을 골고루 잘하는 게 아니라 크고 무거운 일을 능숙히 하는 주공(周公), 태공망(太公望) 같은 사람이다. 공자는 스스로 이런 이들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늘 생각했다. 

공자 자신은 재능이 무척 많았다. 무엇보다 예법에 밝고, 고금의 역사에 통달하고, 활쏘기 같은 무예도 뛰어나고, 시도 잘 짓고 음악도 잘 했다. 예(禮, 예법), 악(樂, 음악), 어(御, 말 타기), 사(射, 활쏘기), 서(書, 글쓰기), 수(數, 과학) 등 육예(六藝)에 모두 능했다. ‘비천한 일[鄙事]’라는 표현을 보면, 요리와 같은 먹고사는 일마저도 아주 능했을지 모른다. 

제자인 자공(子貢)은 공자를 하늘이 내린 인물, 즉 성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여러 능력도 갖추어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공자는 단호하게 그 말을 부정한다. 어릴 때 힘들게 자란 탓에 여러 비천한 일들도 잘 하게 되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먹고살려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에 능숙해졌다는 뜻이다. 

죽은 후 성인으로 떠받들린 공자의 이 과감한 자기 고백은 후대의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젊은 날의 불우에 좌절하지 않고 끝없이 배움을 이어나가면서 자신을 좀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려는 불굴의 의지를 거기에서 읽었던 까닭이다. 

스스로 말하듯 공자는 배우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일단 배우려는 마음이 일면 심지어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배운 후에는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어찌 보면 오직 공부만으로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기도 하다. 공자는 성인도 군자도 아니었기에 먹고살기 위해 온갖 자잘한 일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에 담은 뜻은 성인이나 군자에 가 닿는 것이었다. 비루한 삶에서 오로지 뜻을 일으켜 스스로 성인이나 군자에 이르는 길을 닦으려고 했다. 그 길에 이르는 법은 오로지 공부밖에 없다고 보고 죽는 날까지 자신의 배움을 더해 갔다. 공자 같은 천재도 이러할진대, 한낱 필부인 우리는 어쩌겠는가. 그저 더 노력할 뿐.


大宰問於子貢曰(태재문어자공왈) 

‘大宰’는 ‘대재’가 아니라 ‘태재’라고 읽는다. 임금을 보좌해서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이다. 한나라 때 정현(鄭玄)은 자공이 오나라에 사신으로 간 적이 있으므로 이 사람을 오나라의 태재 백비(伯嚭)를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논어집석(論語集釋)』을 쓴 청수더(程樹德, 1877~1944)는 노나라 태재로 보는 것이 더 옳다고 했다.


夫子聖者與, 何其多能也(부자성자여, 하기다능야) 

부자(夫子)는 덕행이 높아 존중받을 만한 사람에 대한 경칭으로, 흔히 ‘선생님’으로 옮긴다. 여(與)는 의문의 뜻을 나타내는 어조사이다. 하기다능야(何其多能也)에서 기(其)는 별다른 뜻 없이 강조의 어세를 보태는 어조사다. ‘그처럼’ 정도로 옮기면 좋다. 

문제는 이 문장에서 태재의 질문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인은 마땅히 다양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공자 역시 그러하므로 이를 제자인 자공에게 확인했을 수도 있다. 주희가 이렇게 생각했다. 물론 공자는 성인이 다양한 재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이 말을 부정했다. 한편, 태재가 보기에 성인은 능력을 고루 갖춘 사람이 아니라 큰 줄기에만 능하다 생각하는데, 공자는 성인이라는 말도 듣고 이 일 저 일 잘 한다는 말도 하니 어찌된 일인가 하고 부정의 뜻을 담아 물어보았을 수도 있다. 


固天縱之將聖(고천종지장성) 

‘고(固)’는 ‘진실로’라고 새긴다. ‘종(縱)’은 동사로 ‘~하게 놓아두다’ ‘~하게 내버려두다’의 뜻이다. 주희는 사(肆), 즉 ‘마음껏 베풀다’로 보았다. 지(之)는 공자를 가리킨다. 주희를 좇으면, “하늘이 베풀어 준”으로 옮길 수 있다. 김도련은 “하늘이 내신 바여서 그 정도를 알 수 없다”라고 풀었다. 장(將)은 몇 갈래로 해석할 수 있다. 형병(邢昺)은 대(大)로 보았는데, 이를 따르면 “큰 성인이 되게 하려고”라고 풀이할 수 있다. 주희는 태(殆)로 보았는데, 이를 따르면 “거의 성인이다”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자공이 스승이 이른 경지를 감히 알지 못한다는 겸손함을 드러냈다고 본 것이다. 류종목은 ‘장’을 동사로 보아 ‘~이 되다, ~이다’라는 뜻의 동사로 본다. 이를 따르면, “장차 성인이 되다”로 풀이할 수 있다. 김도련은 『논어』에서 ‘장’은 부사로 많이 쓰였으므로 주자의 견해를 좇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하늘이 마음껏 허락해 주어 거의 성인에 가까우시며”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又多能也(우다능야) 

성인은 통달하지 않은 일이 없다. 이런저런 재능이 많음은 성인에게는 그저 덧붙인 말에 불과하므로 ‘우(又)’, 즉 ‘또한’이라고 했다고 주희는 풀이했다. 


大宰知我乎!(태지지아호) 

‘호(乎)’는 감탄의 뜻을 나타내는 어조사이다. 이를 따르면 “태재가 나를 아는구나!”라고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리링은 의문을 담아서 “태재가 나를 알겠는가?”라고 반어로 해석했다. 김도련은 이러한 해석에 반대한다.


吾少也賤(오소야천) 

‘야(也)’는 특별한 뜻이 없이 음조를 고른다. ‘천(賤)’은 신분이 낫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가난하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은 공자는 어렸을 때 생계를 위해서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다. 사랑하는 제자 앞에서 자신이 가난했다고 고백하는 공자의 인간적 면모가 물씬 다가온다.


故多能鄙事(고다능비사) 

고(故)는 결과를 나타내는 접속사이다. 비사(鄙事)는 사람들이 흔히 천하게 여기는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말한다. 정약용은 이를 공자가 겸손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았다.


君子多乎哉(군자다호재) 

‘호재(乎哉)’는 반문의 뜻을 나타내는 어조사이다. ‘많아야만 하겠는가?’라고 해석한다. 주어인 능(能, 잘 하는 일)이 생략되었다. 김도련은 ‘다(多)’를 동사로 보아 ‘매우 아름답게 여기다’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쩌허우는 이 구절을 “군자에게 이런 재능이 많으냐?”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주장이다.


不多也(부다야) 

말 그대로 풀면 재능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반드시 군자가 재능이 적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재능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작은 재주가 많아 봐야 사람을 다스리는 일과는 관계없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