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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문득 편집이야기 01] 편집자의 기원 편집자는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문헌으로 존재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책의 기원에서부터 편집을 하는 사람은 항상 존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수메르 시대 점토판에도 글자를 고친 흔적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출판을 염두에 두면, 서양에서 편집자는, 이슬람의 그리스로마 문헌들이 차례로 번역되어 출판되던 ‘중세 해석자 혁명’ 전후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11세기에 띄어쓰기와 어순이 나타나면서 글의 체계가 정립되었고, 13세기에는 여러 가지 구두점이 발명되어 퍼져나가면서 스크립투라 콘티누아(scriptura continua)가 소멸했다. 14세기에는 책의 조직화가 더욱더 진전되면서 장절과 단락이 등장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목차가 탄생했다. 따라서 출판 과정에서 글을 수정하고 조직하..
작은 출판사는 어떻게 일하는가 아침독서신문에서 발행하는 에 실은 서평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들로부터 출판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작은 출판사는 어떻게 일하는가니시야마 마사코,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김연한 옮김, 유유, 2017) “잘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책을 만드는 일만이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을 밝혀 줄 겁니다.”이 문장에 자꾸 눈길이 머무른다. 몇 번이고 되돌아와서 읽는데, 마음의 호수에 ‘압도적으로’라는 부사가 울림을 일으킨다. 선명한 결기가 만드는 단호한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래 가로놓인 고통의 온갖 무늬가 눈에 밟혀 차마 책장을 넘길 수 없다. 아카아카샤의 대표 히메노 기미가 한 말이다. 아카아카샤는 일본의 사진 전문 출판사로 그녀가 혼자 운..
마케팅 4.0 시대의 출판 최근에 출간된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길벗, 2017)은 전통적 관점에서 시장을 대하던 사람들한테 엄청난 충격을 준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지점은 코틀러 자신을 마케팅 이론의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 잡아 준 상징 자산인 ‘시장 세분화와 목표 고객 설정, 브랜드 포지셔닝과 차별화’(STP), ‘제품, 장소, 가격, 프로모션’(4P)으로 이루어진 마케팅 믹스와 이에 기반을 둔 판매 전략의 유효성을 부인해 버렸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은 고객 가치의 창출과 획득, 마케팅 믹스를 통한 고객 가치 전달을 중심에 두고 있다. 코틀러 자신이 정리한 이 전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정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 마케터들의 교과서 역할을 해 왔던 『코틀러의 마케팅 원리』(제15판, 시그마프레스, 2015)에 ..
출판의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 미시마 구니히로의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를 읽다 출판의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미시마 구니히로,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를 읽다 편집자의 생명줄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데이터 또는 경험, 또 하나는 영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데이터는 조사로 만들 수 있고, 경험은 일해서 축적할 수 있지만, 영감이 바닥을 치면 끝이라는 것이다. 소진과 고갈의 허탈과 지루를 견뎌낼 만큼의 뻔뻔함이 있다면 아마도 이 일을 시작하지 못했을 터이다. 하루하루를 무의미와 멍 때림으로 흘려보내기에는 의미의 집적체인 책이 쏟아내는 아우라를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 미시마샤의 사장 미시마 구니히로도 그랬다. “‘뭘 위해서’ 하는지 잘 모르겠는 일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소화해 내는 와중에, 감각이 마비”되어 “생각해야..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누가 일하는가? _ 책을 만들고 팔고 추천하는 사람들 저자는 쓰고 독자는 읽는다. 출판은 저자와 독자, 쓰기와 읽기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책을 쓰는 것은 저자이지만, 책이 독자 손에 전달될 때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노고를 보탠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 도대체 누가 존재하고, 그들은 어떤 일을 하는가? 최근 온라인 매거진 버슬의 맬리사 랙스데일이 기사로 정리했기에, 여기에 옮겨둔다. (1) 첫 번째 독자들 ― 책을 쓰고 나면 저자들은 에이전트나 편집자에게 보내기 전에 첫 번째 독자들한테 읽힌다. 주로 가족이나 친구나 동료 작가들이다. 그들의 너그러움과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도 많은 책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2) 에이전트 ― 한국에는 흔하지 않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출판사 등을 상대로 해서 저자의 권리를 대변해 주는 에이전트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원고..
작은 연결, 미래 출판으로 가는 법(기획회의 417호 여는 글) 기획회의 417호에 ‘여는 글’을 썼습니다. 저자와 독자가 연결되고, 독자와 독자가 연결되며, 책과 책이 연결되는 사회에서 출판 비즈니스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길어야 10년 내외에 책을 둘러싼 미디어 지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면서출판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들이 탄생하고 소멸할 것입니다.이런 시대에 출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질문을 작게 던져 보았습니다. 읽기와 쓰기의 가장 간단한 연결을 생각하자. 나는 작문을 하고, 선생님은 읽는다. 벌써 여기에서 연결의 세 가지 기본 항이 생겨난다. 먼저, 발신자인 ‘나’라는 노드와 수신자인 ‘선생님’이라는 노드, 선생님과 나를 연결하는 ‘링크’다. 간단한 연결이지만, 이 연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링크’의 성격에 대한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링크..
당신이 사랑하는 저자를 돕는 5가지 방법 아침에 본 재미있는 인포그래픽. 미국의 북 마케팅 전문가인 페니 샌서비에리의 제안입니다. 팬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할 때 시사점이 있네요.출판사 마케팅 담당자한테도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면이 있기에여기에 소개합니다. "우리는 저자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이미 알고 있다.저자들은 너무나 수줍어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우리가 무엇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지금 즉시 우리가 저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인포그래픽과 함께 5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저자를 돕는 5가지 방법 1그들의 책을 구매한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선물용이든, 책을 사서 서재에 보유한다. 2그들의 책에 대한 서평을 쓴다. 현실적으로 서평이 가장 중요하다. 인터넷 서점이든, 서평 사..
[출판의 미래] “앞으로 출판사가 팔 것은 책이 아니라 읽는 습관”(중앙일보) 《중앙일보》에서 『출판의 미래』(오르트, 2016)를 크게 다루어주었습니다. 아침에 기사를 검색해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앞으로 출판사가 팔 것은 책이 아니라 읽는 습관”이라는 멋진 제목과 함께, 종이책이라는 물리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컨테이너 비즈니스’에서 종이책을 중심으로 전자책 등 “독자들이 불편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정보와 지식을 판매하는 ‘콘텐츠 비즈니스’로 이행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소개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개 숙이면서, 아래에 옮겨 둡니다. 『출판의 미래』 펴낸 장은수씨종이·전자책 함께 제작이 대세출판도 콘텐트 비즈니스로 이행 중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든다. 스마트폰·인터넷 등의 영향이다. 파편적인 정보 획득에 익숙해진 요즘 독자들이 긴 글을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