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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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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학생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고등교육은 기존의 사유와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반론을 증명해 내는 일인데,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대학들은 필연적으로 과학이든 예술이든, 또는 정치든 문화든, 또는 영향력 있는 사회의 집단이든 하나의 신념 체계이든, 대상을 불문하고 현재의 기득권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수전 세일) _리처드 도킨스 외, 『옥스퍼드 튜토리얼』, 노윤기 옮김(바다출판사, 2019)에서 ===== 옥스퍼드 튜토리얼은 교수나 강사 같은 전문가(튜터)와 학생이 일주일에 한두 번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학습하는 일종의 개인지도 과정입니다. 옥스퍼드 대학 수립되기 이전인 11세기부터 실시되었다고 전하며, 옥스퍼드대학 학생들은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니다. 학생이 자기가 정한 주제를 에세이로 써..
[책과 미래] 공자, 지식 공유혁명을 시작하다 매일경제 칼럼, 이번에는 지식 공유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편집자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앎을 세상 모든 이들의 것으로 만드는 일에 복무합니다. 지식의 민주화에 헌신하는 공자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면에 실린 글을 조금 수정해서 올려둡니다. ==================================== 공자, 지식 공유혁명을 시작하다 “앎이란 무엇입니까?”(問知)공자는 제자들한테서 이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주말이면 시골 마을에서 사람들과 함께 『논어』를 읽는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교육이란 스승은 가르치고 제자는 배우는 일이다. 스승의 가르침 자체가 앎의 실체를 이루니, 제자는 배울 뿐 의문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주 제자들은 공자에..
[책과 미래] 휴머리즘시대의 창조 교육 인간과 기계가 지능적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종류의 일을 창출하는 ‘휴머리즘(human+algorithm)’의 시대다. 인공지능은 기존 데이터 패턴을 빠르게 파악하고, 거기에 인간이 창조성을 더해서 눈부신 성취를 얻자는 말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 자신의 고유성을 촉진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을 인류에게 요구한다.인공지능과 공진화하려 할 때 ‘인간의 고유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에 중요한 실마리 하나가 나온다. ‘정지 또는 휴식하는 능력’이다. “기계는 정지 버튼을 누르면 멈춘다. 그러나 인간에게 정지 버튼을 누르면 무언가를 시작한다. 멈춰 서서 곰곰이 생각하고, 전제를 다시 생각하며, 무엇이 가능한지 다시 구상하고, 무엇보다 가장 깊이 간직하고 있는 믿..
[책과 미래] 아이들은 왜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매주 토요일, 《매일경제신문》에 제 이름으로 나가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저의 관심사는 책이 기록한, 또 제가 경험했던 책의 인간들 이야기입니다. 저자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발상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저술하면서 창조성을 유지하는 것일까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인간들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칼럼이니까, 100% 맞출 수는 없겠지만, 대략 이런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칼럼마다 반드시 제가 읽었던 책이 하나씩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왜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단다.”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이상하게도 전혀 없다. 졸린 눈을 억지로 비벼 뜨고, 부모가 지칠 때까지 ‘하나 더’ 이야기를 ..
교육의 문명화 《매일경제신문》 칼럼. 이게 마지막이었는데, 어제 새로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한 해 동안 매주 읽기의 세계를 주제로 기명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전 저 자신을 향해서는 할 말이 많고 세상을 향해서는 할 말이 아주 적은 사람이라 어깨가 무척 무겁네요. 교육의 문명화 “당신은 어떻게 가치 있는 인간인가?” 몇 해 전부터 학생들과 수업하는 프로젝트다. 내용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자기 가치가 무엇인지를 각자 확인하고, 그 가치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발표해 비판적 논박을 주고받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확인된 자기 가치를 실제로 실현해 보는 일련의 실천을 기획해서 실행한 후, 그 내용을 스스로 기록해 50쪽가량 책으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수업은 스스로 저자가 됨으로써 ..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에서 손노동이 중요한 진화생물학적 이유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에서 손노동이 중요한 진화생물학적 이유 어제 서울국제도서전 컨퍼런스에서 안찬수 선배의 지론인 책읽기와 손노동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을 기회가 드디어 있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미래의 삶을 위한 기술을 전수하는 것, 즉 책읽기(스스로 문제를 내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와 손노동(기계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 즉 몸으로 익히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을 먹고 쉬는 사이, 강석기 선생의 『과학의 위안』(엠아이디, 2017)을 읽다가 「석기의 재조명」이라는 글을 만났다. 도구의 사용은 불의 사용이나 사회적 뇌보다 인류 진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 디르티히 스타우트 교수에 따르면, 보기와는 달리 실제로..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7] 호학(好學) _ 배우기를 좋아하다 5-28 공자가 말했다. “열 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도 반드시 나처럼 충성스럽고 신의 있는 사람이 거기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子曰, 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이 장에 대하여 주희는 아름다운 자질은 얻기 쉬우나 지극한 도는 듣기 어려우므로, 배움이 지극하면 곧 성인이 될 수 있고 배우지 않으면 시골뜨기에 한낱 머무를 뿐이므로 사람은 배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약용은 이는 공자가 자신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배움을 좋아하는 것이 고귀한 일임을 설명한 뜻이라고 했다. 『논어』 전체에 걸쳐 충(忠)과 신(信)은 군자가 되려는 이들이 반드시 힘써야 하는 덕목으로 칭송된다. 사람됨이 충성스럽고 미덥기만 해도 이미 훌륭한 성품이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1] 오당지소자(吾黨之小子), 광간(狂簡) _우리 고을 젊은이들은 뜻은 크지만 5-22 공자가 진나라에 있을 때 말했다. “돌아가야겠구나! 돌아가야겠구나! 내 고향 젊은이들은 뜻은 크디크고 문장은 빛나지만 이를 마름질할 줄 모르는구나.” 子在陳, 曰, 歸與! 歸與! 吾黨之小子, 狂簡, 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거대한 물길을 앞두고 이렇게 말한 후, 공자가 고향 노나라로 돌아가 젊은이들을 가르치려는 결심을 한다. 그로부터 ‘스승과 제자의 탄생’이라는 공자의 진짜 혁명이 시작된다. 공자는 세상에서 정치를 통해 직접 뜻을 펴려 했으나 오랫동안 부질없이 천하를 떠돌았을 뿐이다. ‘상갓집 개’라는 비웃음을 들을 정도로 적절한 시대를 만나지 못했다. 실의와 좌절에 빠진 공자는 떠돌아다닌 지 열네 해 만에 진나라에서 마침내 더 이상 정치로는 뜻을 펴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때마침 노나라에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