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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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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과 서점의 진화 《기획회의》 450호(2017.10.20.)의 이슈는 “스타 점원의 시대”입니다. 이 이슈에 대해서 쓴 ‘여는 글’을 조금 보충해서 아래에 옮겨 둡니다. 《기획회의》에는 ‘오늘날의 서점은 경험을 판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큐레이션과 서점의 진화 “단단한 모든 것은 공중으로 사라진다.” 카를 마르크스의 말이다. 자본은 해방이다. 자본은 세상의 모든 것을 화폐로 환산함으로써 혈연이나 계급이나 신분이나 토지와 같은 낡은 봉건 질서의 가치를 완전히 분해해 버린다. 사랑이나 우정과 같이 도무지 화폐로 환산할 수 없는 것까지 계산하려는 자본의 폐해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세상의 본질은 정지가 아니라 운동이고 변화이며, 변화를 반영하고 가속화하는 자본의 운동 앞에서 단단하고 고정된 것은 하나도 존재할 수 ..
[10월의 하늘] 홍보 동영상, 드디어 공개합니다. 10월의 하늘에 대해서 안녕하십니까은 전국 중소도시의 도서관에서 해당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도서관 과학 강연’ 행사입니다. 은 기획에서 준비, 당일 강연 및 행사진행에 이르는 전 과정이 오로지 기부자들의 재능 나눔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재능 기부자들에게는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회적 재능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참여 청소년들에게는 과학이 주는 즐거움을 맛보고 우주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나아가 재능을 나누는 사람과 그 재능을 전달받는 사람이 서로 따듯한 교감을 나눔으로써, 본 행사를 통해 실천된 재능기부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도록 하자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거예요 _올리버 색스 1주기 추모글 올리버 색스 1주기에 맞추어 추모글을 하나 썼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대한 글입니다. 왜 저는 올리버 색스의 편집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이 책을 그렇게 재미있게 읽고, 이후로도 많은 책을 챙겨 읽었는데요. 왜 끝끝내 독자로만 남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래에 그 사연(^^)을 옮겨 둡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던 거예요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조석현 옮김, 알마, 2015) 아주 이상한 일이죠. 닿을 수 없는 신비, 손댈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할까요. 일종의 플라토닉 러브, 그러니까 사랑하지만 침대를 같이 쓰고 싶지는 않은 사랑이에요. 읽어서 마음에 닿으면 직접 손으로 문장을 붙잡고, 머리로 형태를 떠올리고, 입으로 동네방네 떠들고, 발로 친구들을..
[문화일보 서평] 동물원에서 인간과 역사를 성찰하다 _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어크로스, 2016) 이번 주에 읽은 책은 대만의 소설가 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남혜선 옮김, 어크로스, 2016)입니다. 동물원의 역사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탐색하는 책입니다. 동물원 마니아로서 기회 닿으면 이런 기행을 다녀서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러웠다는 뜻입니다. 지면 관계상 조금 줄여서 실렸기에, 아래에 《문화일보》 서평을 원본대로 옮겨 둡니다. 아름다운 문체로 쓰인 글을 읽으면 언제나 질투부터 난다. 특별히 그 문체가 풍요로운 지식과 신선한 감각과 예리한 통찰을 한꺼번에 견디려고 이룩된 것일 때에는 속에서 불이 솟는 기분이 든다. 거기다 나이까지 나보다 어리면 신진을 만난 기쁨과 헛삶에 대한 슬픔이 섞이면서 만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만의 젊은 소설가 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
[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진격의 과학(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심사평) 국내 최고 권위의 출판상인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에 참여했다. 출판인으로서 이 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1000편에 가까운 도서 중에 다섯 분야에 걸쳐 총 50권의 책을 뽑았다. 아래에 예심 심사평을 올려 둔다. 풍요롭고 다채롭다. 해마다 좋은 책은 넘쳐난다. 저술(학술), 저술(교양), 편집, 번역, 어린이/청소년 등 전 분야에서 차마 내려놓기 아까운 책이 많았다. 거기에 ‘이런 책까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얼굴도 다양하다. 특히, ‘진격의 과학’이었다. 교양 부문에서는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과학 전 분야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았다. “과학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테제가 이미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된 기분이다. 편집 부문에서 세월호와..
화성에 물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왜 중요한가?(밝맑도서관 과학수다 강연) 한 달 전쯤, 두 후배가 지인들과 함께 찾아와 시골마을 도서관에서 과학 강연을 했다. 사이언스북스의 노의성과 프레시안의 강양구가 천문학자인 이명현, 물리학자인 김상욱 두 분과 함께 홍동밝맑도서관에서 ‘과학 수다’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서 사회를 보면서 몰려든 마을 사람들과 이어진 뜨거운 대화에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행사 때 이명현 선생이 했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과학자들은 하나에서 둘로 바뀌는 순간에 주목합니다. 하나만 있을 때에는 모든 생각은 추정에 불과하지만, 둘로 바뀌는 순간 이론으로 성립합니다. 우주에 떠 있는 수많은 천체들 중에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것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어떤 별은 유사도가 지구와 0.88 정도에 이릅니다. 만약 유사도가 1이 되면, 거기에 생명체가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