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권위의 출판상인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에 참여했다. 출판인으로서 이 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1000편에 가까운 도서 중에 다섯 분야에 걸쳐 총 50권의 책을 뽑았다. 아래에 예심 심사평을 올려 둔다.
풍요롭고 다채롭다. 해마다 좋은 책은 넘쳐난다. 저술(학술), 저술(교양), 편집, 번역, 어린이/청소년 등 전 분야에서 차마 내려놓기 아까운 책이 많았다. 거기에 ‘이런 책까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얼굴도 다양하다.
특히, ‘진격의 과학’이었다. 교양 부문에서는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과학 전 분야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았다. “과학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테제가 이미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된 기분이다.
편집 부문에서 세월호와 밀양에 대한 두 가지 기록은 현실에 대한 응전을 중요한 사명으로 하는 출판기획의 힘을 보여주었고, 시간과 연구의 이중 축적이 바탕에 있어야 가능한 사전류의 잇따른 출간은 모바일 시대 책의 역진화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번역 부문에서는 고전의 재번역을 하나의 화두로 삼고 싶다. 재번역이란 연구의 획기적 진전과 언어 감각의 뚜렷한 변화를 동반할 때 유의미하며, 하나의 전형이 이루어진 후에는 연쇄반응이 일어나기 쉽다는 점에서 앞날의 추이가 흥미롭다.
학술 부문에서는 지금의 현실을 이루는 힘들이 괄호 쳐서 탄압하고 배제하고 공백들, 그 탓에 형성된 우리 안의 편견들을 힘 있게 성찰한 저술들이 반가웠다. 시민들이 읽어 사유의 기반을 잡을 수 있도록 서술의 모양새를 적절히 조절해 준 것도 눈에 띄었다.
어린이/청소년 부문에서는 ‘그림책’에 무작정 홀릴 수밖에 없었다. 상상력과 표현력을 물론이고 세부까지 매조지하는 솜씨를 보며 넋을 잃었을 뿐이다. 우리 그림책이 세계 최정상에 이르렀음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였다.
[예심 선정작 목록]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 기사보기)
제목 | 저자/역자 | 출판사 |
내 이름은 태풍 | 이지유 글, 김이랑 그림 | 웅진주니어 |
대추 한 알 | 장석주 시, 유리 그림 | 이야기꽃. |
생각 vs 생각 | 전국사회교사모임 | 개마고원 |
겁보 만보 | 글 김유, 그림 최미란 | 책읽는곰 |
모르는 아이 | 장성자 | 문학과지성사 |
소원을 말해 봐 | 김소연 글, 이승원 그림 | 비룡소. |
수박 수영장 | 안녕달 | 창비 |
이빨 사냥꾼 | 조원희 글, 그림 | 이야기꽃 |
작은역사 시리즈: 한양 1770/ 밥상을 차리다/ 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 서울의 동쪽/ 말하는 옷 | 홍나영 외 | 보림출판사 |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 김해원 | 사계절 |
▦저술(교양) 부문( 기사보기)
검색되지 않을 자 | 임태훈 | 알마 |
김대식의 빅퀘스천 |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노동여지도 | 박정규 | 알마 |
뼈가 들려준 이야기 | 진주현 | 푸른숲 |
사이언스 칵테일 | 강석기 | MID |
세상 물정의 물리학 | 김범준 | 동아시아 |
시의 힘 | 서경식 서은혜 | 현암사 |
우리 역사는 깊다(전2권) | 전우용 | 푸른역사 |
인류의 기원 | 이상희, 윤신영 | 사이언스북스 |
▦저술(학술) 부문( 기사보기)
남자의 품격 : 중세의 기사는 어떻게 남자로 만들어졌는가 | 차용구 | 책세상 |
동아시아의 부엌 | 김광언 | 눌와 |
미완의 프랑스 과거사 독일강점기 프랑스의 협력과 레지스탕스 | 이용우 | 푸른역사 |
빈곤의 연대기 | 박선미, 김희순 | 갈라파고스 |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 문학과지성사 |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 도쿄 서울: 기억과 건축이 빚어낸 불협화음의 문화사 | 전진성 | 천년의상상 |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 이론 강의 | 이종필 | 동아시아 |
지배받는 지배자 : 미국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 | 김종영 | 돌베개 |
한글 활자의 탄생 : 1820-1945 | 류현국 | 홍시커뮤니케이션 |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정병준 | 돌베개 |
▦번역 부문( 기사보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레베카 솔닛 / 김명남 | 창비 |
돈키호테 1, 2(전2권) | 세르반테스 / 안영옥 | 열린책들 |
동주열국지 (총6권 세트) | 풍몽룡 채원방 / 김영문 | 글항아리 |
민주주의의 수수께끼 | 존 던 / 강철웅 문지영 | 후마니타스 |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 | 이재황 | 산처럼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아툴 가완디 / 김희정 | 부키. |
장자: 사유의 보폭을 넓히는 새로운 장자 읽기 | 앵거스 그레이엄 / 김경희 | 이학사 |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 제임스 스콧/ 이상국 | 삼천리 |
주자평전(상·하) | 수징난 / 김태완 | 역사비평사 |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 대니얼 데닛 / 노승영 | 동아시아 |
▦편집 부문( 기사보기)
1961 | 하태환 외 예술인 공동참여 | 새봄출판사 |
금요일엔 돌아오렴 |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 창비 |
내가 제일 잘한 일 | 박금선 지음 | 샨티 |
다이버, 제주 바다를 걷다 | 강영삼 | 지성사. |
서울 속 건축 | 울프 마이어 / 전정희 | 안그라픽스 |
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 <새도감> | 그림 천지현, 이우만 / 글 김현태 | 보리 |
우리 궁궐을 아는 사전 1 | 역사건축기술연구소 | 돌베개 |
우주 레시피 | 손영종 | 오르트 |
자기록: 여자, 글로 말하다 | 풍양 조씨/김경미 | 나의시간 |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 밀양 할매 할배들 지음, 이계삼 기록 | 한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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