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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에 관심을 갖자(기획회의 415호 특집을 읽고)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니 《기획회의》 416호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특집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에 발한다’입니다. 한주리 교수의 글 「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가」의 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출판산업 종사자들이 출판 진흥정책에서 가장 중요 영역으로 인식한 부분은 출판산업 지속성장 인프라 구축 정책이었다. 지금까지 출판산업 정책에서 주로 진행되어 온 것이 주로 분배정책이었다. 여기서 분배정책이란 특정한 개인, 기업체, 조직, 지역사회에 공공서비스와 편익을 배분하는 것으로 ‘나눠 먹기식 다툼’이라고 불린다. (중략) 이러한 분배 방식은 출판산업과 관련한 이슈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주로 분배정책으로 운용되어 오면서 정작 출판이 국가의 문화산업으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지할 수 있게 하는 상징정책이나 출판산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R&D 강화 등의 긴 안목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 등한시되어 왔다. (중략)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출판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구축 정책은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다.”(34~35쪽)


일찍부터 한기호 소장님이 ‘새우깡 정책’으로 비판해 왔던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출판인 스스로의 자기성찰도 필요합니다. 세종도서 같은 근시안적이고 특정 출판사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각종 분배정책에 관련 예산의 절반 가까이가 소진되는 한, 모든 출판사가 혜택을 입는 출판정보센터 설립, 디지털 출판 인프라 구축, 출판실태 관련 조사연구 및 정책개발, 출판 친화적 법률 제정 및 개정, 독서 인프라 구축, 서점 활성화 등 출판 기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사업들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작은 이득을 포기하고, 출판 인프라 구축에 사업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폭 넓은 시야가 우리한테 시급히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특집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출판단체가 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계획은 5년마다 한 번씩 출판산업의 기본 틀을 짜는 가장 중대한 계획입니다. 여기에 계획이 일단 확정되면, 수정이 무척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출판인들이 필요를 느끼는 시급한 사업이 있다 하더라도 추가하는 거도 상당히 힘듭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단 계획이 확정되면 거의 그대로 다음 5년 동안 출판진흥정책이 진행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책이 확정된 후엔 변경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정책수립 과정에서 출판인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회회의》에서는 출판문화협회와 출판인회의와 서점연합회 등 주요 출판 관련 단체들로부터 이 계획에 대한 기본 입장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출협과 출판인회의로부터 이 계획에 대한 입장이 아직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입니다. 조금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출판 단체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출판 관련 각종 정책을 일상적으로 연구하고, 회원사 간에 그 결과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이를 정책 및 사업으로 만들어서 정부나 국회 등에 로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일상적으로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은 그 조직의 부재가 이런 결과를 빚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 것입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이야말로 출판인들이 지혜를 다해 들여다보면서 밀실에서 몇몇 사람들의 편협한 사고에 전체 계획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실효성 높은 정책을 스스로 개발해서 적극적으로 로비해야 할 출판문화산업정책의 ‘앙꼬’에 해당합니다. 각종 출판단체들의 분발이 있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지난번 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을 공개합니다. 이 계획에 근거해서 각종 사업이 대부분 수행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정책 관련 제안이나 기존 계획에 대한 비판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계획 수립에 필요한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뜻을 잘 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