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앞으로, 영원한 혁명을 향하여 ― 사사키 아타루의『제자리걸음을 멈추고』를 읽다
지난 한 달, 사사키 아타루의 『제자리걸음을 멈추고』(김소운 옮김, 여문책, 2017)를 틈을 내서 두 번 읽었다. 마음에 드는 책은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다. 사사키 아타루의 말처럼, 끌리는 책은 “마지막 장까지 읽자마자 서두로 되돌아가서 한 구절을 읽는” 식으로밖에 접근할 수 없으니까. 이 영감 넘치는 책에 대한 작은 글을 적어 아래에 옮겨 둔다. 한 걸음 앞으로, 혁명을 향하여사사키 아타루, 『제자리걸음을 멈추고』(김소운 옮김, 여문책, 2017)를 읽고 여러분, 소리 높여 말하세요.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있어야 할 대학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좋은 교양주의이며 연구와 교육의 일치다, 즉 전공만이 아니라 전 인격을 도야하는 지(知)의 집단적 행위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대학의 자치이고..
돌이 눈뜨는 시간을 찾아서 _ 문학은 죽음을 견디는 것이다
《중앙선데이》 칼럼, 이번에는 설악산에 가족 여행을 했을 때 느꼈던 바를 하이데거, 엘리엇, 릴케의 시를 읽으면서 곱씹어 보았습니다. 속초는 ‘신이 깃든’ 땅이다. 설악이 있고, 동해가 있다. 머무르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동시에 이 도시에서는 ‘영원성’을 얻는다. 아내와 나, 딸과 아들, 네 식구가 틈을 얻어, 산의 울림을 품었다 바다의 소리를 들었다. 스무 살, 홀로 또는 친구와 온 곳을, 서른 해 건너, 같은 나이 아이들과 함께, 아내의 손을 쥐고 걷는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숲은 고요히 쉰다./ 계곡물은 쏟아진다./ 절벽은 영구하다./ 비는 똑똑 듣는다.// 밭은 기다린다./ 샘물은 솟는다./ 바람은 거주한다./ 축복은 곰곰 생각한다. 여기에 여덟 줄로 응축된 만물이 있다. 숲은 고요하고 물은 움직..
[문화산책] 새벽 숲길을 거닐며
평명(平明).어둠 속, 흙으로 맨발을 푸는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새벽을 나타내는 말이다. 평(平)은 평평하고, 평화롭고, 평온하고, 평등하다. 명(明)은 밝고, 맑고, 환하고, 깨끗하다. 어떻게 조합해도 아름답다. 온 세상이 골고루 빛으로 차오르는 때, 소나무 청량한 향기가 사방으로 가득하다. 콩잎이 바람에 스륵스륵 소리를 낸다. 이슬을 흠뻑 덮어쓰고도 귀뚜라미는 씩씩하고 우렁차게 노래한다.“뭐가 쓸쓸해? 뭐가 쓸쓸해? 뭐가?! 뭐가?! 뭐가?!”(황인숙, 「가을밤 2」) 아아, 정말 쓸쓸하구나. 처음 물음표 둘은 즐거운 반문이지만, 뒤쪽 물음느낌표 셋은 어쩌면 쓰디쓴 울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름은 아직 물러서지 않았고 가을은 미처 이르지 않았으니, 바람이 불어도 쓸쓸하지 않고 소름이 돋아도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