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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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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란 서평이란 근본적으로 친절한 행위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이 세상의 진실과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을 공유하며, 더 나은 세상에서 더 좋은 삶을 누리자고 소곤소곤 말 건네는 일이다. 세상을 느끼는 감각과 사유를 바꾸지 않고는 비루하기 짝이 없는 이 삶과 잔인하기 그지없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러기에 인류의 지혜가 온축된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의 공통 감각(common sense)을 혁신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틀을 달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좋은 서평은 또 하나의 작품으로 읽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여섯 달 동안 수많은 서평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이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에 와 닿는 좋은 서평이 많았고, 읽으면서 내 안에서 끝없이 변화가 일어났다. 행복한 경험이었다. ===== 이렇답니다. 서평 프로..
물질에 취해 ‘사유 불능’에 빠진 중국 두 주에 한 번 쓰는 《문화일보》 서평. 이번 주에는 쉬즈위안의 『한 유랑자의 세계』(김태성 옮김, 이봄, 2018)를 다루었습니다. 베이징 독립서점 ‘단샹제’의 주인으로 중국 내에서는 상당한 지적 스타인 쉬즈위안의 책은 2012년 『독재의 유혹』(김영문 옮김, 글항아리)이 출판된 이래, 국내에 꾸준히 소개되었습니다. 중국, 타이완, 홍콩의 반체제 인사를 다룬 『저항자』(김택규 외 옮김, 글항아리, 2016)는 상당힌 인상 깊었던 책입니다. 이번에 나온 『한 유랑자의 세계』는 『미성숙한 국가』(김태성 옮김, 이봄, 2017), 『나는 내 나라가 낯설다』(김태성 옮김, 이봄, 2017)와 함께 ‘국가 3부작’으로 불리는 책입니다. 인도, 부탄, 러시아, 독일, 프랑스, 영국, 이집트, 팔레스타인, 버마 등..
힘의 역사는 실크로드로 흐른다 _ 피터 프랭코판의 『실크로드 세계사』를 읽다 이번 《문화일보》 서평은 피터 프랭코판의 『실크로드 세계사』(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7)를 다루었습니다.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세계를 조망하는 정말 대단한 역작입니다. 과거의 세계가 아니라 오늘날의 세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읽자마자 냉큼 아이들한테 넘겼습니다. 이런 책은 젊은이들한테 꼭 읽혀야 합니다. 시야를 열어 주니까요. 힘의 역사는 실크로드로 흐른다피터 프랭코판, 『실크로드 세계사』(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7) “2000년 전, 중국산 비단옷은 카르타고와 지중해 지역의 다른 도시들에 사는 부유하고 권세 있는 사람들이 입었으며, 남부 프랑스에서 생산된 도자기가 잉글랜드와 페르시아 만 지역으로 흘러들어 갔다. 인도의 향신료와 양념이 신장의 부엌뿐 아니라 로마의 부엌에서도 사용되었다. 북부..
[문화일보 서평] 동아시아 천년의 베스트셀러 『삼국지』을 좇아서 _이은봉의 『중국이 만들고 일본을 사로잡고 조선을 뒤흔든 책 이야기』(천년의상상, 2016) 동아시아 천년의 베스트셀러 『삼국지』을 좇아서이은봉, 『중국이 만들고 일본을 사로잡고 조선을 뒤흔든 책 이야기』(천년의상상, 2016) ‘중국을 만들고 일본을 사로잡고 조선을 뒤흔든 책 이야기’(이하 『책 이야기』)라는 제목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정곡에 정곡을 더한 ‘퍼펙트 골드’라고 할 만하다. 실제로 제목에 적힌 이 어마어마한 ‘책’은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다소 거칠게 말하는 게 허용된다면, 적어도 15세기 이후의 동아시아 역사는 얼마만큼은 이 책과 함께 부침을 같이했다고 할 수도 있다. 『책 이야기』에서 다루는 대상은 이른바 『삼국지』다. ‘이른바’라는 표현을 굳이 쓴 것은 『책 이야기』에 나오는 『삼국지』가, 우리가 흔히 『삼국지』라는 말과 함께 머릿속에 떠올리는 『삼국지..
[문화일보 서평] 동물원에서 인간과 역사를 성찰하다 _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어크로스, 2016) 이번 주에 읽은 책은 대만의 소설가 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남혜선 옮김, 어크로스, 2016)입니다. 동물원의 역사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탐색하는 책입니다. 동물원 마니아로서 기회 닿으면 이런 기행을 다녀서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러웠다는 뜻입니다. 지면 관계상 조금 줄여서 실렸기에, 아래에 《문화일보》 서평을 원본대로 옮겨 둡니다. 아름다운 문체로 쓰인 글을 읽으면 언제나 질투부터 난다. 특별히 그 문체가 풍요로운 지식과 신선한 감각과 예리한 통찰을 한꺼번에 견디려고 이룩된 것일 때에는 속에서 불이 솟는 기분이 든다. 거기다 나이까지 나보다 어리면 신진을 만난 기쁨과 헛삶에 대한 슬픔이 섞이면서 만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만의 젊은 소설가 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
[문화일보 서평]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_ 로버트 라이시, 『자본주의를 구하라』(안기순 옮김, 김영사, 2016)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사람들은 경제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당연하다. 정치는 나와는 별 관련 없이 멀어 보이고, 먹고사는 문제는 피부로 와 닿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치는 지겨워하지만, 사실 정치가 무언가를 해결해 줄 수 없을 듯한 허무에 빠져 있지만, 경제를 정치와 무관한 것으로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을 퍼뜨리는 것이야말로, 부를 독점한 소수가 정말로 바라는 일이다. 로버트 라이시는 경제란 사회 바깥에 있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서만 비로소 그 사회적 실체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소수가 부를 독점할 뿐만 아니라, 대항적 세력의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부를 독점하기 쉽도록 경제적 규칙을 끝없이 세부적으로 고쳐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르네상스시대에도… 루이 14세때도… 회계(會計)가 곧 ‘심판’이었다 2주에 한 번씩 《문화일보》에 서평을 씁니다. 이번에 다룬 책은 역사학자 제이컵 솔의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정해영 옮김, 메멘토, 2016)입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회계가 역사에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추적한 아주 흥미로운 책입니다. 서평에는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지만, 제 평소 관심사 때문인지, 특히 회계적 상상력이 문학과 예술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가를 이야기한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단테, 보카치오, 디킨스, 라블레, 로크, 마키아벨리, 몽테뉴, 발자크, 베이컨, 생시몽, 세르반테스, 소로, 스위프트, 아우구스투스, 올컷, 워즈워스, 콘래드, 카스틸리오네, 키케로, 마크 트웨인 등 이 책에 나오는 인물만으로 따로 문학사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종이책 넘어 정보·지식 파는 콘텐츠 비즈니스로(문화일보) 《문화일보》에 『출판의 미래』가 소개되었습니다. ‘출판 평론가’이자 ‘출판 정책 제안자’라는 정체성이 저한테는 좀 낯서네요. 물러나면 책 읽는 사람이 되고, 나아가면 책 만드는 사람이 되는 삶이 전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판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은 읽기의 와중에 나온 부수적 효과일 뿐입니다. 단순한 페이퍼 비즈니스를 넘어서는 혁신이 출판에 필요하다면, 읽기를 조금 더 오래, 길게 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겠죠. 아래에 옮겨둡니다. 종이책 넘어 정보·지식 파는 콘텐츠 비즈니스로장은수, 『출판의 미래』 출간 “지금 우리 출판 비즈니스에는 혁신이 필요하다. 출판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출판 영역을 노리는 온·오프 라인의 콘텐츠 기업들이 책의 세계를 혁신하려고 움직일 것이다.”민음사 편집자·주간·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