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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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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도서관 르네상스(renaissance)는 프랑스어로 '부활' '재생'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1492년 이후 이탈리아에서 들어왔다. 『서구 예술에서 르네상스와 르네상시스』에서 파노프스키는 리나시타(rinascita)와 리나시멘토(rinascimento)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이탈리아에서 대두된 이 개념은 마니에라 앙카(la maniera antica, 고대 양식)나 테데스카(tedesca, 독일 양식, 고딕적 양식)에 대립되는 부오나 마니에라 모데르나(la buona maniera moderna, 현대 양식)이었다. 네상스(naissance)는 '이 세상에 등장하는', '태어나는'이라는 뜻이다. 접두사 르(re-)는 '반복'의 뜻이다. 따라서 르네상스는 '다시 태어나다' '재생하다'라는 뜻이다. 당시 학자들, ..
일본의 대학도서관 사서 나카지마 다케시의 『일본의 내일』(박제이 옮김, 생각의힘, 2020)에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나온다. 여기에 소개한다.저자는 도쿄공업대학 소속의 소장 정치학자이다. 학교 이름에서 보듯, 도서관에 인문사회과학 책들이나 시사 관련 잡지들을 제대로 구비했을 가망성은 낮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쓰면서 염려했던 것 같다.“도쿄공업대학에 부임했을 때에는 도서관에 문과 분야의 도서 및 잡지가 빈약해서, 이걸 가지고 연구할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다.”하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연구에 들어가자, 대학 도서관 사서들이 도움을 주어서 관련 문헌을 수집해 주었다. 저자가 아사히신문사의 웹사이트에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연재했던 만큼, 문헌 수집의 속도가 중요했을 터인데, 사서들은 저자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전국의..
불혹에 만나 칠순 훌쩍… 책 덕분에 평생 벗으로 살죠 _홍동 할머니독서모임 모임에는 아직도 이름이 없다. 당신들은 이름에 별 뜻을 두지 않아 붙이지 않았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모여서 책을 읽으니까 한때 ‘목요모임’이라고 불린 적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냥 ‘할머니 독서모임’이라고 부른다. ‘홍 사모님’ 이승진 할머니가 말문을 연다.“마흔 살 무렵이었어요. 풀무학교 여선생님들을 중심으로 같이 모여서 책을 읽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곧바로 독서모임이 시작되고, 거기에 슬쩍 끼어들었어요.”이승진 할머니는 학교와 마을을 잇는 거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평생 그 일에 헌신해 온 풀무학교 홍순명 전 교장의 부인이다. 마을길 옆에는 군데군데 개망초꽃이 한창이다. 흰 꽃잎과 노란 수술이 어울린 것이 수줍어 아름답다. 벼가 뿌리를 내려 선명한 녹색이 올라온 논에는 드문드문 청둥오리..
독서공동체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 같이 읽고 함께 사는 삶을 찾아서 독자를 만나고 싶다 독자들을 실감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였다. 편집자들은 솔직히 말하면 독자를 잘 모른다. 편집자로 일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이 격절, 독자로부터의 소외는 심해진다. 때때로 저자 강연회, 사인회, 애독자 모임 등에서 독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관계자 입장이니 선뜻 속마음을 듣기가 어렵다. 독자들은 늘 저 너머에 있다. 책은 분명히 독자들한테 가 닿지만, 독자들은 항상 모니터 건너편이나 판매부수 이면에 흔적으로 존재한다. 편집자는 스스로 자기 분야 책들의 독자가 됨으로써 소외를 극복하려 애쓰지만, 어느 순간 가상과 실재 사이의 격차가 섬뜩할 정도로 벌어지곤 한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과 독자가 읽으려는 책이 천만리 멀어지는 것이다. 나가던 책이 안 나가고, 팔리던 책들이 줄어든다. 초판 ..
읽기중독자로 살아가기 이번 주부터 《매일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첫 번째 칼럼은 읽기중독에 대해 써 보았습니다. 읽기중독자로 살아가기 도서관이나 박물관이나 학교나 사회단체에 강연 가는 일이 잦다. 읽기를 퍼뜨리는 일이 소명임을 받아들인 후, 일정을 가릴 뿐 비용을 따지지 않아서다. 약력을 요청받으면 첫 줄에 정성껏 적는다. ‘읽기중독자’.큰 축복을 받아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왔다. 한눈팔 겨를도 없었다. 책을 읽고 만들고 쓰는 일로 인생 전부를 채울 수 있었다. 다른 일을 한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일주일에 두세 권쯤 책을 읽고, 밑줄 그은 것을 가끔씩 옮겨 적고, 때때로 무슨 책을 만들까 고민하면서 살아왔을 뿐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 일만 계속할 것이다.나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 영화도 벌써 포기했다. 가..
《리터》 2호를 읽다 1《리터》 2호를 읽다. 특집은 ‘페미니즘’이다. 격월간이라는 발행 간격을 의식해서 움직이는 느낌. 첫 호에서도 그랬지만 이미 화제가 된 이슈를 통해 시대에 응전하는,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사후적 아방가르드’의 편집론. 특집에 실린 글이 사태의 정리에 무게를 주로 담은 ‘리뷰’에 가까운 건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 소설가 김혜진이 쓴 김명순 약전이 무척 흥미로웠다. 한국문학을 공부했지만, 나는 김명순의 글을 읽은 적이 없다. 어쩌면 이 사실이 한국 여성의 근대사를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따로 김명순의 소설과 수필을 챙겨서 읽어볼 결심을 했다. 2문학상에 대한 장강명의 산문을 아주 흥미롭게 읽는 중. 거침없이 말하는 법을 익힌 사람은 언제나 사랑스러운 것이니까. 3이응준의 문장에는 숨 막히는 데가 있..
한국인은 어떻게 읽는가 _ 2016 독서콘퍼런스,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 발표 요약 한국인은 어떻게 읽는가2016 독서콘퍼런스,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 발표 요약 강릉에서 열린 ‘2016 독서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의 발표와 토론 발제를 요약하고, 현장에서 들었던 제 느낌을 살짝 덧붙여둡니다. 김은하 대표의 발표는 「해외 주요국의 독서실태 및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 연구」(2015)와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실천 중심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2016)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 두 논문은 정책적 시사점이 상당히 다를 수 있는 연구인데, “어떻게 ‘비독자’를 ‘독자’로, ‘간헐적 독자’를 ‘습관적 독자’로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로 집약되어 연결되면서, 한국의 독서정책 또는 독서운동에서 중요한 방향성이 보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용어 정리부터..
책 읽는 독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_ 2016 독서콘퍼런스 100분 토론 요약 책 읽는 독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2016 독서콘퍼런스 100분 토론 요약 강릉시에서 열린 2016 독서콘퍼런스 100분 토론의 사회를 보러 갔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독서 운동가, 연구자, 도서관 사서 등이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어울려 이틀 동안 여러 주제를 두고 세션 별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후, 이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자리였다. 독서동아리 회원들도 다수 참여하여 끝까지 경청해 주었다. 『2016 독서 컨퍼런스 자료집』에 실린 「책을 사랑했던 민족,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에서 성균관대 철학과 이종관 선생은 ‘인생의 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는 선물은 책과 함께 책이 열어 주는 의미 세계에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그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