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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디자인의 할아버지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 디터 람스(Dieter Rams)는 가전 회사인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로 현대 제품 디자인에서 단순성의 미학을 정립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운에서 나온 면도기, 믹서기, 전기 주전자 등이 얼마나 깔끔하게 아름다운지 사용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http://www.braun.com/kr/home.html) 어쨌든 람스가 디자인한 제품들은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에게 깊은 영향을 주어 직관적 단순성이라는 디자인 원칙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그에 따라 그는 애플 디자인의 할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아래는 인터뷰에서 그의 디자인 철학을 잘 드러내는 부분만 모은 것이다. 이런 원칙은 책을 만들 때에도 필요한 마음가짐 아닐까. ― 디자인이란 뭔가를 명백히 드러내는 것..
수전 손탁의 육아 10계명 최근 미국에서 수전 손탁(Susan Sontag)의 기고와 일기와 편지와 메모 등을 묶은 글 모음집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대가들의 사생활을 담은 책들이 흔히 그렇듯이, 그 책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손탁의 개인적인, 그러나 우리 삶의 귀감이 되는 모습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육아 원칙도 그중 하나입니다. 『거듭나기(Reborn: Journals and Notebooks, 1947-1963)』에 실려 있습니다.1959년 가을, 미국의 문화 비평가 수전 손탁은 자신의 아들 데이비드 리프( David Rieff)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한 후 육아 원칙 10가지를 마련합니다. 소박하면서도 품격 있는 이 원칙들은 오로지 공부와 출세에만 사로잡힌 우리 시대의 비뚤어진 육아 방식을 비추는 거..
책과 읽기의 미래(삼성 사장단 회의 강연 자료) 지난 9월 12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1시간 동안 삼성 사장단 회의에 강연을 하고 왔습니다.멀리 청계산과 우면산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이 인상적이었습니다.강연 내용은 "책과 읽기의 미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평소에 자주 하던 이야기인데도 애플의 아이시리즈와 함께 전 세계를 양분한 갤럭시 시리즈를 만든 곳에서, 그것도 최고 경영자들 앞에서 입을 떼려니까 조금 떨렸습니다. 어쨌든 저로서도 이번 기회에 생각을 좀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전자책 시대를 맞아 책과 읽기가 어떻게 변해 가고, 그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종이 읽기에서 화면 읽기로 넘어가면서 책이 몰입 기계에서 반응 기계로 바뀌어 가는 현상, 그에 따라 인터페이스 문제가 ..
편집자의 책상(프레시안 기고문) 오늘날 한국 출판 문화에서 프레시안북스는 독특한 진지를 점하고 있다.사실 보도와 중립적(?) 리뷰 중심의 언론들 사이에서 프레시안북스는 거의 유일하게 진지한 읽기를 기반으로 한 비판적 서평이 실리는 곳이다. 거기다 주말마다 포털 사이트의 첫 화면에서 눈을 더럽히는 온갖 낚시 기사들 사이에서 지적 자극으로써 사람들 눈길을 끌려고 안쓰럽게 몸부림쳐 주는 저자들과 편집자들과 독자들의 친구이기도 하다.어쨌든 그 프레시안북스에 실린 온라인 기사들 중 일부를 한 달에 한 번씩 따로 모아서 독립출판사 알렙에서 펴내는 종이 서평지 《Pressian Book Review》가 있다. 지금 두 호밖에 나오지 않았고 기사도 온라인 기사들을 옮겨 온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이 잡지가 서점 공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
픽사 : 위대한 이야기를 쓰기 위한 22가지 규칙 세계적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의 스토리 아티스트 에마 코츠(Emma Coats)는 지난 3월 중순부터 한 달 반 동안 호소력 있는 스토리를 창조하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 원칙들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것은 그녀가 픽사에 입사해서 선배들한테 배운 것이었다. 최근 『픽사 이야기』(이경식 옮김, 흐름출판, 2010)의 저자인 데이비드 A. 프라이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트윗들을 정리해 올렸는데,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정리해 놓고 보니 산만하기는 해도 편집자나 작가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것이 많아서 여기에 거칠게 옮겨서 소개한다. 규칙 1당신은 캐릭터들이 성공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이 남들보다 더 많이 시도했기 때문에 캐릭터들을 존경해야 한다. 규칙 2당신은 작가로서 재밌게 시도하고픈 게 무엇이었는지가 아니라..
이원 산문집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책을 오랫동안 스스로 만들지 않게 되면 원고의 세부를 통해서만 생겨나는 감각들이 서서히 무뎌진다. 저자의 문장을 이루는 언어들을 쉼표 하나가 부각하는 그 사소함 숨결까지 함께 느껴 가려면 단지 독자가 되어 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역시 반복적 교정 작업이 최고다. 문장이 일으키는 바람을 타고 단숨에 읽어 가야 할 곳과 멈추어 한없이 느리게 쉬면서 읽어 가야 할 곳을 피부에 새기듯 확연히 느끼려면, 역시 쉼표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문장을 조심스레 건드려 보거나 부사와 형용사의 위치를 이리저리 조정하면서 입속으로 중얼거려 보는 게 가장 좋다.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느낌과 함께 저자의 고조된 언어 감각을 내 것으로 만들고, 그를 통해 마음의 감각들을 예리하게 벼려 내는 것. 그렇다. 노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단..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끔 마티스나 샤갈 같은 세계적 화가들이 책의 삽화 작업을 하곤 한다. 무명 시절에 그렸던 작품도 있고, 아주 유명해진 이후에 특별 의뢰를 받고 그린 작품도 있다. 어느 쪽이든 대가들이 그린 작품에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가 난다. 이들이 문학이 만나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책의 품격과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보는 건 모든 편집자들이 꾸는 꿈 중 하나일 것이다. 편집자의 꿈을 통해 최고의 작가와 최고의 화가가 함께 꿈꾸게 하는 것.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69년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랜덤 하우스 계열의 마에케나스 출판사(Maecenas Press)로부터 의뢰를 받고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명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 작업에 나선다. ..
스테판 도일의 놀랍고 아름다운 북아트 작품 북아트는 책의 물질적 가능성을 탐구함으로써 책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한 종류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마르셸 뒤샹이 변기 안에 작품을 끄집어 냈듯이, 데미안 허스트가 상어의 죽은 몸통에서 예술을 살려냈듯이, 책 예술가들은 상품의 일종으로 추락해 버린 책 자체에서 불멸의 형식들을 찾아낸다. 오늘 우연히 검색하다가 마주친 그래픽 아티스트 스테판 도일의 작품들은 책 속의 문장들이 책으로부터 뻗어나와 공간적 구조물을 형성하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일반적으로 선조적, 시간적 독서에 익숙한 우리의 책 경험을 재구축한다. 이는 어쩌면 하이퍼텍스트의 물질적 실현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래에 그의 멋진 작품들을 소개한다. 3D타입(3DType) 하이퍼텍스트(hypert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