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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논어 공부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6] 경사이신(敬事而信) _일을 공경히 하고 믿음직스럽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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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말했다. “천승의 나라를 이끌려면, 일을 공경히 하여 믿음을 얻으며, 쓰임을 절약하고 인재를 사랑하며, 백성을 부릴 때에는 때를 맞추어야 한다.”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경사이신(敬事而信)을 새긴 도장


도천승지국(道千乘之國), 경사이신(敬事而信), 절용이애인(節用而愛人), 사민이시(使民以時).

도(道)은 도(導), 즉 ‘이끌다’ ‘다스리다’라는 뜻입니다. 천승지국(千乘之國)은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乘]를 천 대나 가진 나라로 아주 큰 나라를 가리킵니다. 제후가 다스리는 나라를 말합니다. 이 구절에는 공자의 정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공자는 다스림을 ‘이끄는 일’, 즉 솔선수범의 뜻으로 생각했습니다. 리링은 ‘국(國)’은 한나라 고조 유방(劉邦)의 이름에 든 글자를 쓰는 걸 피하려고[避諱] 쓴 글자로 본래 ‘방(邦)’이라고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敬)은 경천(敬天)에서 나온 말로 일을 할 때 하늘을 대하듯 두렵고 조심하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주희는 ‘마음을 하나로 하여 곁길로 새지 않는 것[主一無適]’이라고 했습니다. 사(事)는 제사, 정사, 전쟁 등 다스리는 데 필요한 온갖 업무를 뜻합니다. 신(信)은 ‘믿음직하다’라는 형용사입니다. 경사이신(敬事而信)은 일을 아주 조심스럽게 처리하면서 백성들에게 믿음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리링에 따르면, 경사(敬事)는 전국시대의 잠언으로 도장에 흔히 새겼다고 합니다.

절용(節用)은 단지 아끼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배병삼은 이를 ‘전체 예산을 생각하면서 쓰임새를 조절한다’는 뜻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사서집주』에 나오듯이, 이 말은 『주역』에 나오는 “절약하기를 제도(制度, 예법)에 맞추면, 재물을 상하지도 않고 백성을 해치지도 않을 것이다.[節以制度, 不傷財, 不害民]”라는 구절에 비추어 풀이하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애인(愛人)의 인(人)은 ‘사람’이나 ‘남’이라는 뜻이 아니라 ‘인재’라는 뜻입니다. 이때 ‘인’은 다음 문장에 나오는 민(民)과 대비되는 말로 보아야 합니다. ‘사대부 이상의 계층에 속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물론 ‘백성’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使)는 ‘부리다’라는 뜻입니다. 사민이시(使民以時)는 백성들을 동원해 노역을 시키는 등 일을 벌일 때에는 농번기를 피하는 등 때를 잘 골라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맹자는 이를 “농사 때를 어기지 않는다”라고 풀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