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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전자책 ‘반값 시대’ 성큼? (동아일보 인터뷰)



한 달 전, 《동아일보》 김윤종 기자와 전자책 가격에 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때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납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미국 등 해외를 봐도 전자책의 종이책 대체효과는 생각보다 낮다”며 “종이책 시장이 잠식될지라도 여기서 얻어지는 사업적 기회는 훨씬 많은 만큼 정액제, 대여제 등 다양한 전자책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가서 여러 세미나에서 공부하면서 제 생각이 별로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가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출판의 중요한 일입니다. 미국에서 급격히 팽창하던 전자책 시장은 전체 시장의 30퍼센트 내외에서 오르락내리락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독자들은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동영상 강의든 필요할 때 적절한 수단을 이용해서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출판은 이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독자 접근 수단을 개발해야 합니다. 

미국의 조사 결과를 보면, 그럴 때 독서 창출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났습니다. 종이책만 읽는 독자들보다 전자책을 함께 읽는 독자들이 더 많은 책을 구매하고, 종이책이나 전자책만 읽는 독자들보다 구독서비스를 선택한 독자들이 더 많은 책을 구매했습니다. 물론 킨들을 중심으로 한 아마존 생태계라는 것을 전제로 한 말입니다. 어쨌든 이 사실을 직시할 때 출판이 할 일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김윤종 기자의 기사를 옮겨옵니다.

* 물론 독일은 정가의 80% 수준에서 전자책 정가를 매기는 대신, 톨리노라는 강력한 전자책 판매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을 서서히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쪽도 깊이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책 ‘반값 시대’ 성큼?


“전자책 값, 이제는 좀 내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지금도 그렇게 비싼 거 아니에요. 적절한 가격입니다.”

최근 전자책 가격을 두고 독자와 출판사 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신간 소설의 전자책이 종이책의 반값에 팔리면서 논쟁이 시작된 것.

10일 출간된 소설가 김진명의 ‘글자전쟁’의 전자책 버전은 종이책 정가의 반값인 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명 작가 신간의 전자책이 반값에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낸 세움출판사는 “반값 판매는 젊은 독자층과 전자책 시장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김 작가의 전작 ‘사드’ 전자책이 1개월 동안 팔린 권수와 ‘글자전쟁’ 전자책이 일주일 만에 팔린 양이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반응이 괜찮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전자책 권당 가격은 종이책의 70% 수준이다. 독자들은 너무 비싸다는 입장이다. 회사원 김재성 씨(40)는 “종이책처럼 소장할 수도 없고 중고 책으로 팔지도 못하는데 가격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월 국내 독자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의 39.2%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하지만 출판계의 생각은 다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지식의 값’이란 것이 있다. 더구나 전자책 저자 인세는 17∼25% 정도로 종이책 인세(10% 내외)보다 높다”고 말했다. 예스24 김병희 도서사업본부장은 “해외에서도 전자책은 보통 종이책 신간의 70%”라고 말했다. 

실제 전자책을 만드는 비용은 어떻게 산출될까? 우선 정가 1만 원짜리 종이책 제작비 구성을 보면 저자 인세 10%, 제작비 15%, 유통비 10%, 인건비 10%, 출판사 몫 10% 등을 합쳐 6000∼7000원으로 출고가가 결정된다. 이후 서점에서는 1만 원에 팔리는 것. 

반면 전자책은 스크린으로 보기 편리하게 변환하는 과정에서 추가 제작비가 들지만 유통과 인건비 등 종이책에 비해 가격을 줄일 부분이 훨씬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사 편집자는 “솔직히 지금보다 훨씬 더 싸게 낼 수 있지만 자칫 종이책이 잠식될 것을 우려해 가격을 쉽게 못 낮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국내 출판시장의 침체를 감안하면 전자책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경우 출판시장의 30% 정도를 전자책이 차지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출판시장의 1∼2%에 불과하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미국 등 해외를 봐도 전자책의 종이책 대체효과는 생각보다 낮다”며 “종이책 시장이 잠식될지라도 여기서 얻어지는 사업적 기회는 훨씬 많은 만큼 정액제, 대여제 등 다양한 전자책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