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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논어 공부

[논어의 명문장] 필부불가탈지야(匹夫不可奪志也, 필부에게서 그 뜻을 빼앗을 수 없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삼군(三軍)에으로부터 그 장수를 빼앗을 수는 있어도, 필부로부터 그 뜻을 빼앗을 수는 없다.” 

子曰, 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외압에 맞서서 자신의 올곧음을 굽히지 않으려고 할 때 쓴다. 『논어집주』에서는 이 구절을 삼군의 용맹은 남에게 달려 있고, 필부의 뜻은 자기한테 달려 있으므로, 장수는 빼앗을 수 있지만 뜻은 빼앗을 수 없다고 하면서, 만약 빼앗긴다면 뜻이라고 이를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이 맞는다면, 뜻이란 한 사람의 고유함(개별성)을 이룩하는 ‘마음의 정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조 없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정체는 마음속에 어떤 뜻이 품었느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공자는 열다섯 살에 배움에 뜻을 두었다. 맹자는 선비는 뜻을 숭상한다[尙志]고 말했다. 과연 나는 어디에 뜻을 두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三軍可奪帥也(삼군가탈수야) 

형병에 따르면 삼군(三軍)이란 대국(大國, 제후국 중에서 규모가 큰 나라)의 군대를 말한다. 주나라 때 1군은 1만 2500명으로 이루어졌다. 천자는 6군을 통솔했고, 제후들은 나라 크기에 따라 각각 3군, 2군, 1군을 거느렸다. 춘추시대에는 삼군이 아주 큰 규모의 군대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군대가 아무리 크더라도 군사들의 사기가 꺾인다면 작은 공격에도 저절로 무너지는 법이다. 따라서 삼군한테서 그 장수를 빼앗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수(帥)는 삼군 중 중군(中軍)을 이끄는 장군을 말한다. 가장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전체를 통솔했다. 


匹夫不可奪志也(필부불가탈지야) 

‘필부(匹夫)’는 평민 또는 서민을 말한다. 김도련에 따르면, 옛날에 사대부 이상의 신분을 가진 이들은 아내 외에 첩을 둘 수 있었으나, 평민은 오직 처만으로 배필을 이루었기에 필부라고 한 것이다. 한낱 평민이라 할지라도 정의롭고 올곧게 다져진 마음은 단단해서 목숨보다도 빼앗기 어려운 법이다. 사람의 몸은 결코 운명을 거스를 수 없으나, 사람의 마음은 운명에 굽히지 않을 수 있다. 항우(項羽)는 장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도 한 수 시로써 뜻을 드러내어 비장한 아름다움을 남겼다. “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수 있네. 시절이 이롭지 않으니, 추(騶)가 나아가지 않는구나. 추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할 수 있으리. 우(虞)여, 우(虞)여, 너를 어찌할 것인가.”(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騶不逝/ 騶不逝兮可奈何/ 虞兮虞兮奈若何) 자신은 여전히 나아가 싸우고 싶으나, 시절의 불리함을 알았는지 애마인 추가 앞으로 가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고 읊는 것, 이것이 바로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장부의 뜻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