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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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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9] 유어예(游於藝) ― 논다는 것은 무엇인가 7-6 공자가 말했다.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익숙하고, 인(仁)에 기대고, 예(藝)에 노닐리라.” 子曰,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 ‘논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스럽고 자유스럽다는 뜻이다. 이 장은 우리로 하여금 자유에 대해 성찰하도록 만든다. 자유는 어떤 일을 하는 데 방해받지 않는 것이다. 외부의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방해는 한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다. 자연으로부터 올 수도 있고, 사회로부터 올 수도 있다. 배움이란 결국 자유로워지기 위한 기술이다. 리쩌허우는 말한다. “숙달하여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자유와 즐거움을 얻는다.”이을호는 이 장이 “도(道)-덕(德)-인(仁)-예(禮)의 종합적 구조를 형성하였음”을 가리킨다고 본다. 천..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2] 불념구악(不念舊惡) _지나간 나쁜 일을 마음에 담지 않다 5-23 공자가 말했다. “백이와 숙제는 지나간 나쁜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을 원망하는 일이 드물었다.” 子曰, 伯夷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 어떤 삶이 훌륭한 삶인가? 백이와 숙제는 원칙 있는 삶을 우리에게 환기한다. 이 대목에서 공자는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은 절개를 높이 사지 않았다. 그 대신에 공자는 용서할 줄 아는 사람, 즉 어떤 사람이 옛날에 저지른 잘못을 따지지 않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높이 샀다. 그리고 공자는 그들을 일컬어 “인을 구하여 인을 얻은 사람”이라고 추앙했다. 이로써 우리는 인한 삶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섭적의 말처럼, 원망하는 마음은 보통 사람과 같았지만 스스로 즐거워하여 원망을 없앰으로써 보통 사람과 달라야 비로소 인으로..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5] 삼성오신(三省吾身) _세 가지로 내 몸을 반성하다 1-4 증자가 말했다. “나는 매일 내 몸을 세 가지로써 반성한다. 남을 위해 일을 꾸미면서 충성을 다하지 않았는가? 벗과 더불어 사귀면서 믿음직하지 않았는가? 전해 받은 바를 익히지 않았는가?”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왈(曾子曰)증자(曾子)는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 말년의 제자입니다. 공자보다 마흔여섯 살 어렸습니다. 이름은 삼(參)이고, 자는 자여(子輿)입니다. 아버지 증점(曾點)도 공자의 제자였습니다. 공자 사후에, 유약과 함께 내면적 성찰과 수신을 중요시하는 학파를 이끌었으며, 점차 영향력을 발휘해서 유가(儒家)의 틀을 완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리쩌허우는 증자를 “유학에 종교적 도덕을 도입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
[논어의 명문장] 필부불가탈지야(匹夫不可奪志也, 필부에게서 그 뜻을 빼앗을 수 없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삼군(三軍)에으로부터 그 장수를 빼앗을 수는 있어도, 필부로부터 그 뜻을 빼앗을 수는 없다.” 子曰, 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외압에 맞서서 자신의 올곧음을 굽히지 않으려고 할 때 쓴다. 『논어집주』에서는 이 구절을 삼군의 용맹은 남에게 달려 있고, 필부의 뜻은 자기한테 달려 있으므로, 장수는 빼앗을 수 있지만 뜻은 빼앗을 수 없다고 하면서, 만약 빼앗긴다면 뜻이라고 이를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이 맞는다면, 뜻이란 한 사람의 고유함(개별성)을 이룩하는 ‘마음의 정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조 없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정체는 마음속에 어떤 뜻이 품었느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공자는 열다섯 살에 배움에 ..
[논어의 명문장] 오소야천(吾少也賤, 나는 어렸을 때 천했기에) 태재(大宰)가 자공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성인(聖人)이신가? 어찌 그렇게 능한 일이 많으신가?”자공이 말했다. “진실로 하늘이 그분을 성인이 되게 하시고, 또 능한 일이 많도록 하셨습니다.”선생님께서 그 말을 듣고 말씀하셨다.“태재가 나를 아는구나! 나는 어렸을 때 천했던 탓에 비천한 일들에 능한 것이 많았다. 군자가 능한 일이 많으냐? 많지 않느니라.”大宰問於子貢曰, 夫子聖者與? 何其多能也. 子貢曰, 固天縱之將聖, 又多能也. 子聞之, 曰, 大宰知我乎! 吾少也賤, 故多能鄙事. 君子多乎哉? 不多也.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재주와 능력은 많을수록 좋다고 흔히 생각한다. 공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성인은 많은 일에 능한 것과 관련 없다고 믿었고, 군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공자..
[논어의 명문장] 욕거구이(欲居九夷, 구이 땅에서 살고 싶다) 선생님께서 구이(九夷) 땅에서 살고 싶어 하셨다.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누추한데 어떻게 하시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거기에 산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느냐?”子欲居九夷. 或曰, 陋, 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공야장」 편에 나오는 “도가 행해지지 않아서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돈다면[道不行, 乘桴浮于海]”이라는 구절과 같이 읽어야 한다. 사실 공자는 혼란한 세상을 떠날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여러 나라를 편력하면서 천하를 구하고자 하는 자신의 포부가 수용되지 못하는 현실에 때때로 좌절하곤 했다. 그래서 탄식하듯이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우선해서 읽어야 할 것은 ‘구이(九夷)’의 장소적 실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