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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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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이주 동물 21세기가 시작할 무렵 캐나다 킹스턴 시 부근의 폐광을 탐사하던 고생물학자들은 바위에서 알 수 없는 무늬 혹은 자국을 발견했다. 더 조사해보니 그 무늬들은 그때까지 발견된 발자국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화석이 오래전에 멸종한 가재와 지네의 잡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길이는 약 45센티미터로, 발자국이 너무 많아 정확한 다리 수를 알 수는 없었지만 대략 16~22개 사이라고 했다. 학자들은 화석 무늬로 보아 이 동물이 꼬리를 끌면서 모래사장을 황급히 기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모든 동물들이 바다에 살고 있을 때 이 동물은 막 대양에서 나와 육지로 올라온 것이었다. 이 가재 지네(lobsterpede)는 약 5억 3000만 년 전에 완전히 다른 두 서식처 사이를 이동했으니 상징적으로는..
부(富)와 저축의 진화 인간은 부(富)와 덕(德)이라는 독특한 형질을 가지고 있다. 여유가 있을 때 자원을 체외에 저장한 후, 나중에 활용하는 행동 전략이 부이고, 자신의 여유 자원을 주변과 나눈 후 나중에 돌려받는 행동 전략이 덕이다. (1-204쪽) ​부와 덕은 약한 수준의 공변성(한 변수가 변하면 다른 변수도 변하는 성질)이 있다. 둘 다 적합도를 높이는 형질이기 때문이다. (1-203쪽) 동물은 대개 덕이 없다. 여유가 있을 때 동종 내 비친족에게 도움을 주고 나중에 그 대가를 돌려받는 ‘시간 지연 상리 공생’ 행위를 동물은 하지 않는다. 동물은 또한 체외 식량 저장 행위, 즉 저축도 대부분 하지 않는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식으로 살아간다. 동물은 대개 빈털터리다. (1-204쪽) 진화생태학적으로 볼 때, 부는 적합..
올림픽의 인문학 ― 경기, 인류 문명의 위대한 도약 매주 쓰는 《매일경제》 칼럼,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이해 그 의미를 따져 보았습니다. 아래에 조금 보충해서 올려 둡니다. 올림픽의 인문학 ― 경기, 인류 문명의 위대한 도약 올림피아 축제란 무엇인가. 전설에 따르면, 마라톤 전투의 승리 소식을 아테네 시민들에게 전한 후 탈진해 죽은 병사를 기념하는 데에서 이 축제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 축제는 간절한 기다림 끝에 결국 제우스의 정의가 실현됐다는 기쁨의 선언이자 평화의 선포다. 또 앞날에 대한 불안도, 방패에 실려 돌아온 이들로 인한 슬픔도 없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간절한 재현이다.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무척이나 어울린다. 고구려 땅일 때 평창(平昌)은 욱오(郁烏)나 우오(于烏)로 불렸고 통일신라 때에는 백오(白烏)라는 이름이었다. ..
《기획회의》 신간토크 제455호(2018년 1월 5일) 강양구와 함께하는 《기획회의》 신간토크. 최근 2주간 출간된 신간들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필자가 이야기한 부분만, 살짝 매만져서 올릴 예정. 김숨, 『너는 너로 살고 있니』(마음산책)“‘닿다’를 발음할 때면 혀끝에서 파도가 이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매 순간, 어머니의 자궁에서 잉태되는 순간부터 땅속에 묻혀 소멸하는 순간까지, 그 무엇과 닿으며 사는 게 아닐까요.”김숨의 소설에 임수진의 일러스트를 더한 서간체 그림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가 마음산책에서 나왔습니다.무명의 여배우가 경주로 내려가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한 여자를 간호하면서 생기는 마음의 변화를 담은 작품입니다.두 사람 모두 ‘아무도 아닌 자’입니다. 한쪽은 ‘살아서 죽은 자’이고, 다른 쪽은 ‘죽은 듯 사는 자..
[문화일보 서평] 왜 어떤 일은 기억하고 어떤 일은 쉽게 잊을까 _다우어 드라이스마의 망각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표절 사건이 일어난 후, 소설가 신경숙이 그 일을 사실상 시인하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표현의 모호함 탓에 대중의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일상에서 무척 자주 일어난다.1970년 영국에서 유사한 표절사건이 벌어졌다. 고발된 사람은 조지 해리슨. 비틀즈의 멤버다. 그가 솔로로 발표한 곡 「나의 자비로운 신(My Sweet Lord)」이 여성 그룹 치폰스의 히트곡 「그 사람은 너무 멋있어(He’s so fine)」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두 곡은 멜로디가 아주 비슷했다. 「그 사람은 너무 멋있어」를 반주로 틀어놓고 「나의 자비로운 신」을 불러..
[문화일보 서평]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 _타인의 영향력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타인의 영향력 / 마이클 본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책은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문장으로 끝난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 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저자와 함께 헤엄쳤던 사람들은 이 문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안다. 이름은 마이클이지만 본드 가문에 속한 사람답게 저자는 지하 감옥에서 우주 공간으로, 인도양의 무더운 밀림에서 남극의 얼어붙은 고원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9·11테러가 일어났던 뉴욕의 쌍둥이 빌딩 속으로 종횡무진 옮겨 다니면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해결해야 할 질문은 때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뭉치고 모여서 결국 최후의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