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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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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문 편집자의 질문 『연구자의 탄생』(돌베개, 2022)을 읽는 중. 이 책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책이든 글이든, 대개 한 번쯤 읽어본 이름들이다. 이들에게 던져진 질문들은 소중하다. 편집자의 표현을 따라 압축하면, ‘나는 왜 이런 연구를 하고 글을 쓰는가?’ 학문 붕괴의 위기에 맞서서 편집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장(場)을 열어서 물음을 던지고, 답을 들어 독자에게 보고하는 일이다. 이 일을 멋지게 수행한 편집자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어려운 기획에 참여해 학문적 지향을 보여준 연구자들에게도.... 책의 내용은 무척 흥미진진하다. 국문학, 영문학, 사회학, 여성학, 인류학, 정보학 등 여러 분야 청년 학자들이 현재의 세상과 학문에 대한 나름의 치열한 고민을 토로한다. 어떤 전선이 짜여가는 모습과 함께 흥미진진..
진격의 과학(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심사평) 국내 최고 권위의 출판상인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에 참여했다. 출판인으로서 이 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1000편에 가까운 도서 중에 다섯 분야에 걸쳐 총 50권의 책을 뽑았다. 아래에 예심 심사평을 올려 둔다. 풍요롭고 다채롭다. 해마다 좋은 책은 넘쳐난다. 저술(학술), 저술(교양), 편집, 번역, 어린이/청소년 등 전 분야에서 차마 내려놓기 아까운 책이 많았다. 거기에 ‘이런 책까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얼굴도 다양하다. 특히, ‘진격의 과학’이었다. 교양 부문에서는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과학 전 분야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았다. “과학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테제가 이미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된 기분이다. 편집 부문에서 세월호와..
‘햄릿’ 읽는 농부들 _ 농촌인문학하우스 이야기 매주 홍동밝맑도서관에서 인문학 공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시 한 편씩을 읽고, 『햄릿』을 읽고 있습니다. 지난주 《문화일보》 유민환 기자가 다녀갔는데, 기사가 실렸네요. 남은 삶은 이렇게 공부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에 옮겨 둡니다. ‘햄릿’ 읽는 농부들 “농촌살이 힘 키우죠”충남 홍성군 홍동면 ‘농촌 인문학 하우스’ 개설 4개월 스물 청년부터 중년까지 20여 명생화학·일본어·한자공부 함께“학습 통해 문제도 스스로 해결” 첫 유기농 농사 생태마을로 유명마을 찾는 방문객 年 2만 명 달해FTA 등 세계화속 자립방안 찾아 “우리의 의도와 운명은 정반대로 달리기에/우리가 계획한 것은 끊임없이 뒤집히오./우리 생각은 우리 것이지만, 그 결과는 우리 것이 아니라오.” (‘배우 왕’역을 맡은 학생)..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①] <지대넓얕> 채사장은 어떻게 스타 저자가 되었나? 이홍 대표와 같이 꾸미는 프레시안 좌담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블로그에 옮겨 놓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철지난 트렌드 분석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담론이 될 수 있도록 애써 보려고 합니다. 채사장은 어떻게 스타 저자가 되었나?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①] 출판업계가 불황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겠지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월 0.76권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즐길 거리가 점차 많아지는데다, 책을 읽을 삶의 여유가 없다는 점이 원인일 겁니다.그러나 위기에도 기회는 오기 마련입니..
황혼의 출판과 대낮의 출판 (경향신문) 대안연구공동체의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 및 현실문화연구의 『여성혐오가 어쨌다구?』에 대해서 《경향신문》 백승찬 기자가 기사를 썼습니다. 제 의견이 담긴 부분이 있어서 아래에 전제합니다. ‘대낮의 출판’에 대해서는 따로 의견을 밝힌 바 있으므로, 부연하지는 않겠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책이 황혼의 형식을 넘어 대낮의 형식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독자는 사태가 정리된 이후의 사유가 아니라, 더 빠른 정보와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처럼 이론적인 책과 『영구평화론』처럼 현실 문제에 천착하는 책을 모두 썼다”며 “현대의 책도 사유의 진지를 구축할 수 있는 두꺼운 책, 짧은 시기 현장의 상황에 대한 사유를 담은 책으로 이원화될 것”이..
‘인문학, 삶을 말하다’는 왜 기획되었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기획하고 신설 출판사 길밖의길에서 출간한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가 나왔다. 김재인의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 장의준의 『좌파는 어디 있었는가?』, 서동은의 『곡해된 애덤 스미스의 자유 경제』, 문병호의 『왜 우리에게 불의와 불행은 반복되는가?』 등 네 권의 책이 우선 출간된 이 시리즈에 아이디어를 제출한 사람으로 몇 마디 소회가 있어서 아래에 적어 둔다. ‘인문학, 삶을 말하다’는 왜 기획되었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기획한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에 아이디어를 발의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소감을 간략히 밝혀두고자 한다. ‘작은 책’이라고 스스로 부르고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는 큰일을 저질러 놓고 책의 겉모습으로써 이를 슬쩍 ..
[조선일보 서평] 빅데이터 인문학의 출현 검색창에 여름휴가(summer vacation)이라고 쳐 넣는다. 잠시 후 그래프 하나가 화면에 나타난다. 그래프에 따르면, 19세기 초엔 여름휴가라는 말이 많이 쓰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1880년 무렵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산업화 덕분에 생긴 삶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라는 말의 사용은 1915년부터 1941년까지 25년 동안 절정에 이르고, 그 이후 현재까지 역력한 하강세를 보인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동시에 몰려서 여름휴가를 떠나는 일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휴가(vacation)는 어떨까? 이 말 역시 19세기부터 조금씩 사용이 늘어나다가 여름휴가와 똑같이 1941년에 이르러 절정을 맞이한다. 그러나 휴가라는 말은 여름휴가와 달리 1960년대 중반 이래로 다시 힘을 ..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티스트 미셸의 『빅데이터 인문학』(김재중 옮김, 사계절, 2015)을 읽다 주말에 서평을 쓰려고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티스트 미셸의 『빅데이터 인문학』(김재중 옮김, 사계절, 2015)을 다시 읽었다. 역시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아래에 밑줄 그은 것들을 옮겨 둔다. 빅데이터는 인문학을 바꾸고, 사회과학을 변형시키고, 상업 세계와 상아탑 사이의 관계를 재조정할 것이다. (17쪽)호모사피엔스가 남기는 데이터 발자국의 양은 2년마다 두 배씩 늘고 있다. (21쪽)데이터는 “사회적 삶의 일부”다.구글 북스는 단순히 빅데이터가 아니라 롱데이터다. (28쪽)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문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담은 초상화를 제공한다. (29쪽)다윈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사물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렇게 존재하게 됐을까? 우리가 세상을 지금의 모습 그대로 이해하려면 오늘날의 상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