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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에 시를 공유할 때 앞으로는 돈을 내게 될까? 예전부터 시나 소설 등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용하는 데 과금을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한 번도 그것이 실행된 적은 없었다. 출판은 서점이라는 별도의 판매 채널을 가지고 있고, 온라인에서 독자들이 게시를 통해 시나 소설 등을 주고받는 행위는 사적 친교의 형태이자 오히려 자신을 홍보해 주는 입소문 마케팅의 일종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문예협)에서 음원 사이트와 유사한 시원(詩源) 사이트를 만들어서 블로그,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시를 공유하는 행위에 대해서 과금을 하겠다는 주장을 한 것 같다. 최근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문예협)가 디지털 음원 사이트와 비슷한 형태의 시 유통 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해 주목된다. 이 협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어문 저작..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1일(토)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리쩌허우,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중에서 ― 사상가들과 한 시대에 명성을 떨쳤던 각종 낭만파는, (중략) 독일이 분산되고 낙후되고 연약한 상태에서 통일되고 강대하고 풍족해지는 과정..
거대한 여백 - 디자인에 대한 몽상(《디자인》 2012년 7월호) 이 글은 작년 7월에 월간 《디자인》에 실었던 글이다. 게재 직후에 원고 파일을 실수로 삭제하는 바람에 사라졌는데, 북디자인과 관련해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문득 발견했다. 과거에 쓴 글이 어느 날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다. 여기에 옮겨 둔다. 거대한 여백 디자인에 대해서 쓰려 하니 가장 먼저 거대한 여백이 떠오른다. 순전한 흰색, 어떤 문자도 문양도 그 위에 그려질 수 없는 절대 공간. 한창 산을 좋아했을 때, 새벽에 텐트 문을 열고 나오면 첫 빛으로 자태를 드러내면서 망막을 하얗게 태우고 언어의 길을 단숨에 끊어버렸던 눈 내린 직후의 흰색 산야. 어느 한밤중 문득 자다 일어나 꿈속에서 썼던 아름다운 시를 끼적여보려고 대학 노트를 여는 순간, 형광등 아래에서 날카롭게 빛을 뿜어내 머릿속의 리셋 ..
윌리엄 포크너의 드로잉을 만나다 한국 문학 사정에 밝은 사람이라면, 소설가이면서 동시에 화가라고 하면 서슴없이 『초식』(문학동네, 1997)의 작가 이제하와 『무진기행』(민음사, 2007)의 작가 김승옥을 우선 떠올릴 것이다. 김승옥은 뛰어난 감각으로 민음사 세계시인선 초판(1974)의 표지를 비롯하여 수많은 디자인 작품을 남겼으며, 이제하는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표지에 나오는 시인 캐리커처 초상을 시인 김영태와 나누어 맡아 한 시대를 풍미했다. 노벨상 수상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김명주 옮김, 민음사, 2003), 『압살롬, 압살롬』(이태동 옮김, 민음사, 2012), 『성역』(이진준 옮김, 민음사, 2007), 『소리와 분노』(공진호 옮김, 문학동네, 2013) 등의 작품을 통해서 고향인 미시시피 주의 자연..
알렉산더 칼더 전시회(리움미술관, 2013)를 다녀오다 1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딸아이와 함께 한남동 리움 미술관에서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회를 구경하고 온 지도. 느낌은 점점 희미해지고 기억은 갈수록 사라져만 간다. 문자 중독자로 오래 살아온 탓인지 그림이나 사건이 주는 어떤 시각적 충격도 문자화하지 않으면 두 달도 못 가서 고스란히 증발해 버린다. 본래는 다른 글을 쓰려고 앉았지만, 컴퓨터 옆 독서대에 칼더 전시회 브로셔가 놓여서 재촉하는 바람에 전시장 메모들을 급히 정리해 글을 올린다.전시회 브로셔에 따르면, “알렉산더 칼더(1898~1976)는 움직이는 조각, 모빌을 창조하여 현대 조각의 혁신을 이끌었다. (중략) 그는 1920년대에 파리에 머물면서 몬드리안과 미로, 뒤샹, 아르프 등 당시 파리 미술계를 이끌던 작가들과 교류하며 추상 미술과 초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