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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걷는 생각

윌리엄 포크너의 드로잉을 만나다



한국 문학 사정에 밝은 사람이라면, 소설가이면서 동시에 화가라고 하면 서슴없이 『초식』(문학동네, 1997)의 작가 이제하와 『무진기행』(민음사, 2007)의 작가 김승옥을 우선 떠올릴 것이다. 김승옥은 뛰어난 감각으로 민음사 세계시인선 초판(1974)의 표지를 비롯하여 수많은 디자인 작품을 남겼으며, 이제하는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표지에 나오는 시인 캐리커처 초상을 시인 김영태와 나누어 맡아 한 시대를 풍미했다. 

『초식』(문학동네, 1997) 표지    『무진기행』(민음사, 2007) 표지


노벨상 수상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김명주 옮김, 민음사, 2003), 『압살롬, 압살롬』(이태동 옮김, 민음사, 2012), 『성역』(이진준 옮김, 민음사, 2007), 『소리와 분노』(공진호 옮김, 문학동네, 2013) 등의 작품을 통해서 고향인 미시시피 주의 자연과 미국 남부의 전통적인 사유 방식을 모던한 방식으로 그려 냄으로써 인간 본성에 대한 문학적 탐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역』(이진준 옮김, 민음사, 2007)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김명주 옮김, 민음사, 2003)  『압살롬, 압살롬』(이태동 옮김, 민음사, 2012)  『소리와 분노』(공진호 옮김, 문학동네, 2013)


최근 미국에서 그 윌리엄 포크너가 스무 살 무렵에 그렸던 드로잉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윌리엄 포크너는 스무 살이 되던 1916년에 미시시피 대학에서 발간하던 문예지 《미시시피언(the Mississippian)》에 시와 스케치를 정기적으로 기고한다. 그는 미시시피 대학에 세 학기 정도 등록해서 띄엄띄엄 다니다가 1920년에 중퇴했는데, 이 잡지에는 1925년까지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 실었고 작으나마 원고료를 받아 생계에 보탰다. 그의 그림은 이른바 재즈 시대의 화려한 감성을 낳은 오브리 비어들리(Aubrey Beardsley)의 영향을 깊게 받았으며, 1919년 헨리 클라크(Henry Clarke)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집에 그려 넣은 충격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 작품은 생전에 단 한 차례 출판되었는데, 1962년 포크너가 죽은 직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절판되었다. 아래 그가 그린 드로잉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