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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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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양반부부, 낮엔 대화하지 않았다 《문화일보》에 두 주에 한 번 쓰는 서평입니다. 이번에는 채백의 『조선시대 백성들의 커뮤니케이션』(컬처룩, 2018)을 다루었습니다. 조선후기와 개화기의 소설을 분석하여, 역사에 기록을 남기지 못한 일반 민중들의 소통 방법을 복원하려 한 흥미로운 학술서입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조선시대 양반 부부, 낮엔 대화하지 않았다채백, 『조선시대 백성들의 커뮤니케이션』(컬처룩, 2018) 역사에는 항상 힘이 작용한다. 문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이가 드물었던 시대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쉬웠다. 책을 불사르고 사람을 묻는 한이 있어도, 권력자들은 ‘용비어천의 노래’를 기어이 남기고 싶어 했다. 패자는 승자의 상대로나마 기록되었지만, 일반 민중들은 역사에 한 줄을 얻기 어려웠다. 로버트 냅의 말처럼 그들은 ‘보이..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②] ‘오베라는 남자’는 어떻게 2030을 유혹했나? 이홍 대표와 같이 꾸미는 프레시안 좌담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블로그에 옮겨 놓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대담은 지난달에 한 것인데, 너무 바빠서 미처 블로그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올려둡니다. ‘오베라는 남자’는 어떻게 2030을 유혹했나?[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②] 이번에는 문학 작품 두 권을 다뤘습니다. 휴양지에서도 ‘오베 열풍’을 일으킨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베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다산책방 펴냄)가 첫 번째 책입니다. 스웨덴의 평범한 블로거였던 저자가 쓴 첫 책이 5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곧 영화로도 나옵니다.또 다른 책은 『황금방울새』(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은행나무 ..
[문화일보 서평]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 _타인의 영향력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타인의 영향력 / 마이클 본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책은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문장으로 끝난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 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저자와 함께 헤엄쳤던 사람들은 이 문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안다. 이름은 마이클이지만 본드 가문에 속한 사람답게 저자는 지하 감옥에서 우주 공간으로, 인도양의 무더운 밀림에서 남극의 얼어붙은 고원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9·11테러가 일어났던 뉴욕의 쌍둥이 빌딩 속으로 종횡무진 옮겨 다니면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해결해야 할 질문은 때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뭉치고 모여서 결국 최후의 한 가지..
심보선과 지그문트 바우만 통제할 수 없는 현재와 무엇이 닥쳐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공포로부터 달아나는 동시에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지난한 노력 속에서 사람들은 더욱 더 표면적인 것, 더 즉각적인 것에 몰두한다. 그것들은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부담 없는 임시 정박지와 같다. 예를 들어 살아갈수록 정작 속내를 털어 놓을 만한 친구의 숫자는 줄어드는데 트위터의 팔로워와 페이스북의 친구가 늘어가는 것에 우리는 흐뭇해한다. 하지만 이 만족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 '리트윗'과 '좋아요' 버튼을 클릭할 때, 우리는 수백, 수천 명과 소통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때의 소통이란 '액션'이 아니라 '리액션'의 연쇄에 하나의 고리를 덧붙이는 것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따라서 고개를 끄덕..
이원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 한겨레 게재 칼럼 지하철 옆자리의 한 여학생이 번개처럼 손을 놀린다. 손바닥의 반만한 휴대폰을 들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문자판을 번개같이 훑어가면서 어딘가로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그 모습이 신통방통하여 한참을 쳐다보고 있자니, 고개를 홱 돌려 외면해 버린다. 그렇다. 그들에게도 소통이 필요하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와 마음을 털어놓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전자 소통 도구와 연결된 새로운 신체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가? 스크린 위에서 쏜살같이 스쳐가는 그들의 내면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조차 꽤 힘들다. 아니, 거부당한다. 그 여학생의 고개 돌리기, 완강한 부정과 몸을 섞어 소통하기 위해 젊은 시인 이원은 자신의 자아를 전자 신체로 개조하고 그들의 언어로 시를 쓴다. 소통을 위해 몸을 바꾸고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