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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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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7] 호학(好學) _ 배우기를 좋아하다 5-28 공자가 말했다. “열 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도 반드시 나처럼 충성스럽고 신의 있는 사람이 거기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子曰, 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이 장에 대하여 주희는 아름다운 자질은 얻기 쉬우나 지극한 도는 듣기 어려우므로, 배움이 지극하면 곧 성인이 될 수 있고 배우지 않으면 시골뜨기에 한낱 머무를 뿐이므로 사람은 배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약용은 이는 공자가 자신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배움을 좋아하는 것이 고귀한 일임을 설명한 뜻이라고 했다. 『논어』 전체에 걸쳐 충(忠)과 신(信)은 군자가 되려는 이들이 반드시 힘써야 하는 덕목으로 칭송된다. 사람됨이 충성스럽고 미덥기만 해도 이미 훌륭한 성품이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5] 노자안지(老者安之), 붕우신지(朋友信之), 소자회지(少者懷之) _노인들은 편안히 모시고, 벗들은 믿음으로 대하며, 젊은이들은 품어 주고 싶다 5-26 안연과 계로가 공자를 모실 때 일이다. 공자가 말했다. “각자 너희들이 품은 뜻을 말해 보겠느냐?” 그러자 자로가 말했다. “수레와 말과 옷과 갖옷을 벗들과 나누어 쓰다가 닳아 없어져도 섭섭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연이 말했다. “잘하는 일을 떠벌이지 않고, 힘든 일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의 뜻을 듣고 싶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노인들은 편안히 모시고, 벗들은 믿음으로 대하며, 젊은이들은 품어 주고 싶다.” 顔淵季路侍. 子曰, 盍各言爾志? 子路曰, 願車馬衣輕裘與朋友, 共敝之而無憾.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子路曰, 願聞子之志.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어떤 삶을 바라고 살아야 하는가. 앞에 올 자기 삶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그리는 일이면서..
[논어의 명문장] 생이지지(生而知之, 나면서부터 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고, 옛 것을 좋아하여 부지런하게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다.”子曰, 我非生而知之者, 好古, 敏以求之者也. 이 구절은 「술이(述而)」 편에 나오는데, ‘앎’과 관련해서 공자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려준다. 리링은 「계씨(季氏)」 편에 나오는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상급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은 그다음이다.[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라는 구절을 근거로 공자는 자신을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 즉 성인(聖人)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한다. 공자의 제자들은 틈만 나면 그를 성인으로 추앙하려 했지만, 공자는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단호히 부정했다. 이는 단지 겸손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자는 스스로 “배워서 아는 사..
[문화일보 서평]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 _타인의 영향력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타인의 영향력 / 마이클 본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책은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문장으로 끝난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 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저자와 함께 헤엄쳤던 사람들은 이 문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안다. 이름은 마이클이지만 본드 가문에 속한 사람답게 저자는 지하 감옥에서 우주 공간으로, 인도양의 무더운 밀림에서 남극의 얼어붙은 고원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9·11테러가 일어났던 뉴욕의 쌍둥이 빌딩 속으로 종횡무진 옮겨 다니면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해결해야 할 질문은 때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뭉치고 모여서 결국 최후의 한 가지..
[논어의 명문장] 부지육미(不知肉味, 고기 맛을 잊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에 있었을 때, 소(韶)를 듣고는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잊으셨다. [그러고는] 말씀하셨다. “음악을 하는 것이 여기에까지 이르렀을 줄은 생각지 못했구나.”子在齊聞韶, 三月不知肉味, 曰:“不圖爲樂之至於斯也.” 부지육미(不知肉味), 즉 “고기 맛을 알지 못했다”는 구절은 「술이(述而)」 편에 나온다. 『논어』에는 가끔 대단히 감각적 표현이 나오는데, 나는 이 구절을 첫손에 꼽고 싶다. 공자 당시에 고기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따라서 고기란 가장 강렬한 세속적 쾌락을 상징한다. 이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색(色)”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예술은, 즉 문명과 문화는 덧없이 사라질 육체의 말초적 즐거움을 넘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서른다섯 살,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