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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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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신간토크 제455호(2018년 1월 5일) 강양구와 함께하는 《기획회의》 신간토크. 최근 2주간 출간된 신간들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필자가 이야기한 부분만, 살짝 매만져서 올릴 예정. 김숨, 『너는 너로 살고 있니』(마음산책)“‘닿다’를 발음할 때면 혀끝에서 파도가 이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매 순간, 어머니의 자궁에서 잉태되는 순간부터 땅속에 묻혀 소멸하는 순간까지, 그 무엇과 닿으며 사는 게 아닐까요.”김숨의 소설에 임수진의 일러스트를 더한 서간체 그림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가 마음산책에서 나왔습니다.무명의 여배우가 경주로 내려가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한 여자를 간호하면서 생기는 마음의 변화를 담은 작품입니다.두 사람 모두 ‘아무도 아닌 자’입니다. 한쪽은 ‘살아서 죽은 자’이고, 다른 쪽은 ‘죽은 듯 사는 자..
출판은 영원한 벤처야(박맹호 회장 추모사) 《한국일보》에 박맹호 회장님 추모사를 실었습니다. 부음을 듣고 홀로 망연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것이 한국 최대의 단행본 출판그룹인 민음사의 출판원리입니다. 아마도 회장님께서 이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라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새벽에 부음을 듣고, 가슴속 등불이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스물다섯 살에 어린 나이로 박맹호 회장을 만나 스무 해 넘도록 곁에서 책을 배우고, 편집자의 길을 익히고, 출판의 세상을 경험했다.말년 휴가를 나와 면접에 간 날이 마치 어제 같다. 긴장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첫마디는 대뜸 “언제 출근할 거냐?”였다. 엉겁결에 제대 다음 주라고 해버렸다.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로 바라보던 눈빛의 형형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대답이 내 운명..
[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화성에 물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왜 중요한가?(밝맑도서관 과학수다 강연) 한 달 전쯤, 두 후배가 지인들과 함께 찾아와 시골마을 도서관에서 과학 강연을 했다. 사이언스북스의 노의성과 프레시안의 강양구가 천문학자인 이명현, 물리학자인 김상욱 두 분과 함께 홍동밝맑도서관에서 ‘과학 수다’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서 사회를 보면서 몰려든 마을 사람들과 이어진 뜨거운 대화에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행사 때 이명현 선생이 했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과학자들은 하나에서 둘로 바뀌는 순간에 주목합니다. 하나만 있을 때에는 모든 생각은 추정에 불과하지만, 둘로 바뀌는 순간 이론으로 성립합니다. 우주에 떠 있는 수많은 천체들 중에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것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어떤 별은 유사도가 지구와 0.88 정도에 이릅니다. 만약 유사도가 1이 되면, 거기에 생명체가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