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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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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중앙선데이》에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입니다. 이번에는 다가올 휴가철을 맞아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최고의 여행은 카타바시스, 즉 저승여행입니다. 살아서 죽음을 겪는 것, 산고를 겪고 여자가 되어 돌아오는 것입니다. 조금 보충했습니다. 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소년은 불우했다.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떠났다. 숙부네 집에 얹혀살면서 인쇄 견습공 일을 하던 소년은 열여섯 살 때 처음 여행을 한다. 순간적인 충동이었다. 친구들과 놀다 돌아오는데 성문이 닫혀 있었을 뿐이다.“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라.”야훼의 명령을 받고 기꺼이 집을 나선 아브라함처럼, 어떤 운명을 느낀 소년은 숙부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그대로 몸을 돌려 길을 떠난다. 며칠 동안 제네바 성 주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매일경제신문》 칼럼, 이번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의 일에 대해서 써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걱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자본의 공포 마케팅에 넘어가서 미리 체념하지 말고, 자본이 바라는 대로 미래를 상상하지 말고, 인류 전체의 행복을 생성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과 공진화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저한테는 인공지능의 자기계발(^^)보다 자본의 폭주가 더 염려됩니다. 미래의 일자리는 자본이 우리에게 나누어주는 게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가 힘을 합쳐서 우리의 일을 만드는 겁니다. 자본이 일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면, 아마 편리한 인공지능을 없애는 것보다 불편한 자본을 삭제하는 쪽이 더 미래의 행복에 좋겠죠.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토요일마다 시골로 내려가 마을사람들과 같이 『논어..
돌이 눈뜨는 시간을 찾아서 _ 문학은 죽음을 견디는 것이다 《중앙선데이》 칼럼, 이번에는 설악산에 가족 여행을 했을 때 느꼈던 바를 하이데거, 엘리엇, 릴케의 시를 읽으면서 곱씹어 보았습니다. 속초는 ‘신이 깃든’ 땅이다. 설악이 있고, 동해가 있다. 머무르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동시에 이 도시에서는 ‘영원성’을 얻는다. 아내와 나, 딸과 아들, 네 식구가 틈을 얻어, 산의 울림을 품었다 바다의 소리를 들었다. 스무 살, 홀로 또는 친구와 온 곳을, 서른 해 건너, 같은 나이 아이들과 함께, 아내의 손을 쥐고 걷는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숲은 고요히 쉰다./ 계곡물은 쏟아진다./ 절벽은 영구하다./ 비는 똑똑 듣는다.// 밭은 기다린다./ 샘물은 솟는다./ 바람은 거주한다./ 축복은 곰곰 생각한다. 여기에 여덟 줄로 응축된 만물이 있다. 숲은 고요하고 물은 움직..
깨어난 인간은 자기 내부에서 힘을 발견한다 _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정영목 옮김, 푸른숲, 2003) 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정영목 옮김, 푸른숲, 2003)를 다시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거룩한 삶에 대한 갈망이 내면에서 더욱 크게 솟는 것을 느낍니다. 나이 들수록 하루하루가 헛헛해지는 이 기분은 늙고 병들어 죽는 날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 탓일까요. 아아, 마음에 고요한 중심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내면에서 일어선 힘으로 이 무의미한 자아의 바깥으로 나갈 출구가 보이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야말로 언젠가, 독서 모임을 이루어, 같이 읽고 싶습니다. 붓다는 인간이 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25쪽) 괴로움이라는 현실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영적 삶은 시작도 할 수 없다. 그 현실이 우리 존재 전체에 완전히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마음에 들지..
[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KBS의 「TV 책을 보다」에 “스스로 깨달은 자, 붓다" 편 출연 KBS의 「TV 책을 보다」에 “스스로 깨달은 자, 붓다" 편에 출연했습니다. 서강대 서명원 교수, 강남대 강유정 교수와 함께 무척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카렌 암스트롱의 깊이가 있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문장의 마력에 빠져드는 한편,불교 전문가이신 서명원 선생님의 어눌하지만 기품과 지혜가 넘치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아래 유투브에 짤막한 동영상이 올라왔네요.
「TV 책을 보다」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편 소개가 나왔네요. “우리는 인생에서 실패하기 쉬운데, 그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다음 단계의 삶이 열리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갈린다. 고타마는 자기만의 수행 방법으로 비로소 깨달음을 얻게 된다. 실패로부터 일어선 자만이 새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이게 인간 고타마가 우리한테 이야기 해 주는 건 아닐까...”내가 방송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다. 붓다는 스스로 깨달은 자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거대한 실패로부터 스스로 일어선 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작게는 스승이나 동료들로부터 받은 수행법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죽음의 위협에 처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수행 방법을 통해서 모든 인간을 구할 깨달음을 얻은 일을 뜻하지만, 크게는 생로병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필연적 실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