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눈뜨는 시간을 찾아서 _ 문학은 죽음을 견디는 것이다
《중앙선데이》 칼럼, 이번에는 설악산에 가족 여행을 했을 때 느꼈던 바를 하이데거, 엘리엇, 릴케의 시를 읽으면서 곱씹어 보았습니다. 속초는 ‘신이 깃든’ 땅이다. 설악이 있고, 동해가 있다. 머무르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동시에 이 도시에서는 ‘영원성’을 얻는다. 아내와 나, 딸과 아들, 네 식구가 틈을 얻어, 산의 울림을 품었다 바다의 소리를 들었다. 스무 살, 홀로 또는 친구와 온 곳을, 서른 해 건너, 같은 나이 아이들과 함께, 아내의 손을 쥐고 걷는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숲은 고요히 쉰다./ 계곡물은 쏟아진다./ 절벽은 영구하다./ 비는 똑똑 듣는다.// 밭은 기다린다./ 샘물은 솟는다./ 바람은 거주한다./ 축복은 곰곰 생각한다. 여기에 여덟 줄로 응축된 만물이 있다. 숲은 고요하고 물은 움직..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4] 교언영색주공(巧言令色足恭) _훌륭한 말솜씨와 잘 꾸민 얼굴빛과 지나친 공손함을 부끄럽게 여기다
5-25 공자가 말했다. “말솜씨가 좋고, 얼굴빛을 잘 꾸미며, 공손함이 지나친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운 일로 여겼는데, 나 역시 부끄럽게 생각한다. 원망을 감추고 그 사람과 벗하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운 일로 여겼는데, 나 역시 부끄럽게 여긴다.”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배병삼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새긴다. 말솜씨가 좋고 얼굴빛을 잘 꾸미며 지나치게 공손한 자세를 수치로 여긴 것은 “자신의 이중성을 부끄러워함이니 겉과 속이 다름을 뉘우침”이요, 마음에 원망을 숨기고 그 사람과 벗하는 처세를 수치로 여긴 것은 “남을 대하는 태도의 이중성을 부끄러워함”이다. 전자는 자기 행동에 대한 성찰, 곧 충(忠)이고, 후자는 타자에 대한 자기 성실성의 성찰..
미생, 재생, 신생, 공생 ― 2014년의 독서 트렌드 읽기
KBS의 ‘TV 책을 보다’ 프로그램 자문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제 저녁 첫 모임이 있었는데, 부탁을 받아서 발제 형식으로 2014년의 출판을 미생, 재생, 신생, 공생의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여기에 옮겨 둔다. 미생, 재생, 신생, 공생― 2014년의 독서 트렌드 읽기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2014년 출판을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모든 서적의 할인율을 정가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 법이 통과되고, 지난 11월 21일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올해 내내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최대 90%에 이르는 출혈적 할인으로 재고를 떨어내려 했으며, 독자는 독자대로 정가제 시행 이전에 싼값에 필요한 책을 사 두려 했다. 그에 따라 출판계 전체는 말 그대로 대혼란 상태에서 한 해를 억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