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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상처의 독서(황정은)

책 중에 특히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책은 읽는 사람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쳐요. 저는 그게 좋습니다. 

예컨대 르포 기록 노동자들의 책을 읽는 경험은 세상을 대하는 내 태도를 생각하게 하고 타인을 대하는 마음과 타인의 사정을 생각할 여지를 주기도 해요. 

저는 그런 책들의 도움으로 너무 무감한 존재가 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게다가 고통을 담은 책을 읽을 때 내가 상처받는 이유는 상처 입은 누군가가 이미 있기 때문이니까, 저는 그런 독서에서 발생하는 상처를 감당하고 싶어요. 

_ 황정은(채널 예스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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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정은이 깊게 탐구하고 있던 것은 '상처'의 문제다. 

타자의 상처를 피하지 않고 응시했을 때, 자기 안에서 변화하는 것을 성실히 좇고 기록해서 이야기로 만들기. 이는 지극히 염결한 태도다. 

상처의 윤리학이 그 안에서 자라나는 중이다. 

“비극으로부터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겉발림으로 하는 다정한 말이 아니다. 비극의 본질에 상응하는 깊이를 지닌 언어뿐이다. 그것을 나는 지금도 찾고 있다.”(헨미 요)  이 언어를 찾는 일에 황정은은 쓰기로, 읽기로 참여한다. 

“뭐가 됐든 네가 뭔가를 사랑하고자 하면 상처받지 않을 도리는 없다.” 

인터뷰할 때 남은 언어가 나쁜 작가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어눌한 것과 상관없다. 말이든, 글이든 깊이가 깃든 언어를 항상 쓸 줄 아는 사람만 공을 이룬다. 작가는 나 같은 잡놈과는 다른 언어를 쓰는 힘이 있다고 늘 믿는다.

오은과 동시에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좋았다. 아무래도 작가들이나 시인들은 천재들이니까, 동시에 둘이 인터뷰하면 순간적으로 서로 배운다. 

 

전문은 http://ch.yes24.com/Article/View/46916?fbclid=IwAR1AhURZta9SIdYuIqUMYp--d89jrf3HeMyWt_z_MUtsku-SepFlY6bDr5M 

 

[커버 스토리] 황정은, 오은 "읽고 쓰고 말하는 일" | YES24 채널예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임을 깨닫게 해주는 독서가 아닐까요. 동시에 우물 밖을 상상하게 해주는 독서, 마침내 우물을 박차고 나오게 해주는 독서, 이는 제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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