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당한 자로서 살아가기 _『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2017~2013』(루페, 2017)를 보다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2017~2013』(루페, 2017)은 다큐멘터리 사진집이다. 먼저 솔직히 말하자. 사진집을 들여다보면서 내면에서 쏟아지는 구토를 견딜 수 없었다. 아이에카(ayyeka), 즉 ‘너 어디에 있느냐?’는 아담에게 던져진 ‘신의 첫 번째 질문’이다. 배철현 교수에 따르면, 이 질문은 ‘네가 있어야 하는 마땅한 그 자리에 있느냐’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무섭고 엄중한 질문이다. 김봉규, 김흥구, 신웅재, 윤성희, 이상엽, 정운, 정택용, 채승우, 홍진훤, 최형락 등 열 명의 사진 작가가 참여하고 후지이 다케시가 해설을 한 이 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로 뽑힌 그날로부터 탄핵으로 사라진 그날까지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을 편집한 이상엽은 「기억을 소환하기 위한, 사진」에서 이렇게..
독고준, 정우, 전혜린, 전태일, 또 다른 삶을 꿈꾸다
《문화일보》 서평. 이번에는 박숙자 선생의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푸른역사, 2017)를 다루었습니다. 『속물 교양의 탄생』(푸른역사, 2012)에 이어서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독고준, 정우, 전혜린, 전태일, 또 다른 삶을 꿈꾸다 박숙자,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푸른역사, 2017) 읽으면서 가슴이 찢겼다. 때때로 울컥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고, 늙으신 어머니가 겹쳤다. 평생을 노동으로 자신을 증명했던 아버지는 ‘죽지 않은’ 태일이었고, 공장에서 ‘다행히’ 정년을 한 어머니는 상경하지 않은 영자였다. 달동네에서 자라 문학을 하고, 또 책을 만들며 살았던 나 자신은 이 책에서 다룬 준과 정우와 혜린의 정신적 파편이자 후예였다.준은 『광장』의 독고준이고, 정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