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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책 읽기

서유기 81난 - 인간이 겪어야 할 모든 고난 이야기

<1>
서유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 손오공 인생 내력 (2) 현장의 탄생 비화와 취경단 모집 (3) 불경을 얻기까지 벌어진 모험 과정 -> 세 번째 부분이 81난으로 전체 분량의 80%


<2>
81가지 에피소드에서 현장이 실제 겪는 고난은 77가지이다. "사부님께서는 걸음마다 어려움이 있고, 곳곳에서 재난을 만나야 하시니."

<3> 
- 재난은 필연이다. "불문에서는 '구구팔십일'의 수를 채워야 참된 도에 귀의하게 되는 법이다." 시련은 열반으로 가는 길이다.

<4>

- 떠날 때 삼장은 입으로는 불경을 외되, 행동은 그에 미치지 못한 평범한 승려에 불과했다. 손오공 왈, "사부는 외울 줄만 알지, 그 의미를 깨달으려고 하지 않는다!"

- 당신은 범어를 붙들고 계시는군요. 도라는 것은 본디 중국에 있는데 서방에서 구하려 하시니 공연히 짚신만 없애 가며 무엇을 찾으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5>

손오공은 초연하면서도 냉정한 태도로 외부 세계의 모든 현상을 꿰뚫어보면서 삼장의 정신적 경지를 높이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말썽장이 아님.

"사부님께선 마음으로는 경전을 구하는 일에 연연하고, 요괴를 무서워하며 몸을 버리려 하지 않고, 공양을 들며 혀를 움직여 맛 보려 하고, 향기롭고 단 것을 좋아하고 역한 냄새를 싫어 하며, 귀로 소리를 듣고 놀라고, 사물을 보면 시선을 집중하십니다. 이렇게 여섯 도적을 어지럽게 불러들이니 어떻게 서천으로 가서 부처님을 뵐 수 있겠습니까?" 

<6>

삼장이 속세의 껍데기를 벗은 것은 스스로 마음을 닦은 결과가 아니라 손오공 덕이다. 그러나 삼장은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끝내 의심을 벗어던지지 못한다. 이로써 서유기는 풍자소설 형식을 띤다.

<7>

서유기에서 중생, 요괴, 신 들이 드러내는 욕망은 식욕, 색욕, 명예욕, 재물욕, 불로장생욕의 다섯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다섯 가지 욕망과 삼장의 심정, 즉 동정심, 분노, 희열, 맹목적 신심이 결합해서 다양한 재난을 빚어낸다.

<8>

요괴들이 일으키는 재난은 모두 징조, 시작, 연속, 해결의 구조를 갖고 있다. 연속은 죽음의 위기를 포함한다. 이 재난은 모두 이야기와 상징을 빌려 마음이 겪는 모험의 여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삼장은 수련 중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통찰할 수 없어 생겨나는 두려움과 그 결과로 생겨나는 분노, 조급함, 근심 등의 감정을 드러낸다. 작가 오승은은 이를 통해 인류의 깊고 보편적인 참모습을 보여 준다.

<9>

서유기 81난은 인간 본성의 이야기이고, 더 나은 존재로 변화하려는 수련의 과정, 즉 깨달음의 과정이다. 고난은 진실로 나아가는 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고, 삼장은 연이은 재난의 반복 속에 자신을 깊이 있게 통찰한다.

<10>

삼장의 환골탈태는 손오공이 대표하는 그의 마음이 자신을 구제한 이야기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영혼을 구원할 수 없으며, 단지 자신만을 구제할 수 있을 뿐이다.

손오공 왈, "부처는 영산에 있으니 멀리서 찾지 말라. 영산은 바로 그대 마음속에 있느니라. 사람들마다 영산탑을 가지고 있으니, 영산탑 아래에서 수행하면 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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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답니다.

 

언젠가 <서유기>에 제대로 도전해 보려고

『서유기 81난 연구』(산지니, 2018)를 훑어 읽었다.

서정희 부산대 명예교수의 

중국어 석사학위 논문을 제자들이 번역한 것이다.

 

서정희의 『서유기 81난 연구』(산지니, 2018)